꿈이 흐려질 때마다 한 번쯤, 애니메이션 감독이나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어린 시절을 추억한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를 방문하면 우리가 몰랐던 애니메이션 제작 방법도 배우고, 애니메이션도 관람하고, 만화책도 지칠 때까지 보면서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
서울애니메이션센터 입구
점토로 조물조물 캐릭터 만들기
서울애니메이션센터에서 가장 먼저 해 볼 것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 체험이다. ‘스톱모션’의 뜻부터 알아보자. 물체를 1인치씩 옮기고 다시 촬영하는 과정을 반복한 뒤 이를 동영상으로 보면 물체가 살아 움직이는 효과를 낸다. 클레이(점토)로 캐릭터를 만들어 촬영하면 ‘클레이 애니메이션’, 실리콘이나 우레탄 등 다양한 재료로 인형을 만들어 촬영하면 ‘퍼핏 애니메이션’, 주변의 어떤 사물이든 캐릭터로 사용하면 ‘오브제 애니메이션’이 된다. 그 외에 CF에서 가끔 보는 샌드(모래) 애니메이션, 종이에 그림을 그린 뒤 관절을 움직여 촬영하는 페이퍼 애니메이션 등이 있다.
클레이로 캐릭터를 만들고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제작 원리에 따라 직접 동영상을 제작해 보는데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동행한 어른들도 여간 즐거워하지 않는다. 체험을 신청하면 다섯 가지 색깔(빨강, 파랑, 노랑, 검정, 하양)의 클레이를 나눠준다. 체험실 주변을 살펴보면 [아기공룡 둘리], [검정 고무신], [뽀로로] 등 국산 애니메이션의 인기 캐릭터가 다수 전시돼 있다.
스톱모션 촬영 장면
이 중에서 자신이 만들고 싶은 캐릭터를 선택하거나 나만의 캐릭터를 구상해서 만들기를 시작한다. 전시된 캐릭터를 본떠 만들고 싶다면 작업대에 부착된 안내지를 참조하여 순서대로 따라 하면 된다. 다섯 가지 색깔의 점토를 혼합하면 여러 가지 다양한 색상을 만들 수 있다. 기본 색상에 흰색을 배합하면 연한 빛을 띠는 점토가 되고, 검정색을 배합하면 짙은 색이 만들어진다.
영화감독처럼 세트장 선택과 편집까지
나만의 캐릭터를 완성했다면 바로 옆 세트장으로 이동한다. 자동차 경주장, 흰 눈이 덮인 극지방, 뽀로로의 집, 축구장, 야자수 늘어진 해변 등 미니어처로 제작된 세트장도 종류가 많다.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여 자신이 만든 캐릭터를 올려놓는다. 캐릭터의 위치를 조금씩 이동시켜가며 총 20장의 사진을 촬영한다. 이때 동행한 친구들이 만든 캐릭터들과 함께 등장시키거나 이야기를 꾸며보면 더욱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
침대방 세트장 |
눈의 나라 세트장 |
사진 촬영이 끝나면 좋은 사진을 고르는 편집 작업을 거친다. 이어서 자신이 촬영한 동영상에 감독 아무개, 주연 아무개 등 이름을 달아본다. 이 시간만큼은 자신이 애니메이션 감독으로 데뷔했다는 사실에 가슴이 벅차 오른다. 이렇게 15분 동안 20장의 사진을 촬영해서 만든 나만의 동영상에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올리면 한 편의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 완성된다. 촬영이 끝난 후 자신이 만든 캐릭터는 집에 가져갈 수 있다.
만화 주인공들이 화장실까지
신문수 화백의 만화 주인공들
체험을 하지 않아도 애니메이션센터 1층에는 다양한 캐릭터 전시물과 전시장, 애니메이션 전용 극장 등이 있어서 기념사진도 찍고 만화영화도 보면서 동심에 젖어볼 수 있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져서 관람객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는 전시실은 ‘키오카와 함께 즐기는 스노우볼 세상’이다. 바닥에는 보드게임을 위한 사다리꼴 길이 만들어져 있고, 벽면에는 귀여운 키오카와 친구들의 그림이 살아서 움직인다. 고개를 들어 천장을 쳐다보면 큼지막한 함박눈이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만 같다.
애니메이션센터에서 은근히 재미있는 곳은 캐릭터 화장실이다. 여자화장실 거울은 버튼을 누르면 배경이 다양한 모습으로 변하고, 남자화장실 소변기에는 디스플레이 판에 파리가 날아다닌다. 화장실 출입구 맞은편에는 이두호, 신문수, 윤승운 등 유명 만화가들이 탄생시킨 임꺽정, 원시소년 똘비, 맹꽁이서당 훈장님 등 추억의 만화 주인공들이 만화책 속이 아니라 깨끗한 액자 속에 들어가서 방문객들과 인사를 나눈다.
만화의 세계 속으로 풍덩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제작 체험장에서 밖으로 나와 오른편 건물로 가면 ‘만화의 집’이라는 간판을 단 만화박물관이다. 만화 마니아라면 꼭 한번 가봐야 하는 명소이다. 1층은 도서정보실, 2층은 애니툰 존으로 이루어졌다. 신분증을 맡기고 들어가면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독서삼매경에 빠질 수 있다(단, 월요일과 법정 공휴일은 휴관).
1층에 자리한 도서정보실은 국내에서 출판된 만화뿐만 아니라 외국의 만화,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등 문화 콘텐츠 관련 도서 4만여 권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소규모 도서관이다. 도서정보실 내에서만 열람할 수 있고 외부 대출은 허용하지 않는다. 가지런한 서가 이곳 저곳에서 편안한 자세로 숨죽여가며 책장을 넘기는 이용객들의 모습을 보면 '서울 한복판에 이리도 고요한 데가 있구나' 싶다.
도서정보실 풍경
애니툰 존은 국내외 만화와 애니메이션 관련 비디오, DVD 등 7,000여 점의 영상자료를 소장하고 있다. 자료를 빌려 1인 상영석이나 2인 상영석 등에서 감상할 수 있는데, 특히 2인 상영석은 연인들이 나란히 붙어 앉아 작품을 감상하기에 좋다. 10인 이상 단체(30∼40명 내외)가 예약하면 미니 시어터가 제공된다. 또 주말에는 정기 상영 형식으로 1일 2∼3회에 걸쳐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여준다.
애니툰 존 입구에서는 종이인형들로 꾸민 옛날의 만화방 풍경을 꼭 살펴보자. 연탄난로 주위에서 만화책을 보는 초등학생들, 교복 차림으로 서가에서 만화책을 고르는 중학생, 개울가 돌멩이에 걸터앉아 만화에 빠져 세월 가는 줄 모르는 아저씨, 나무그늘에서 팔자 좋게 책장을 넘기는 아이들… 하나하나 뜯어보고 있자면 옛날 생각이 떠올라 웃음이 절로 난다. '아, 그때는 저렇게 행복했지.'
갤러리
여행정보
<가는 길>
서울시청 앞 → 신세계백화점 앞 → 명동역 방면 좌회전 → 남산순환도로로 진입 → 리라초등학교 직전 서울애니메이션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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