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시절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유난히 강했던 한 소년이 있었다. 책보다 집 안에 있던 라디오나 재봉틀을 더 좋아했던 소년은 어른이 되자 에코아티스트로 변신해 버려진 타이어, LPG 가스통, 점화플러그, 볼트와 너트 등을 이용해 멋진 미술 작품을 만들었다. 우리가 자연을 망가뜨리면서 생산한 폐기물로 제2의 자연을 만들어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기 위해서다. 충북 보은에 정크 아트(Junk Art)를 소재로 ‘펀파크’를 조성한 조각가 오대호의 이야기다. 정크 아트란 일상 생활에서 발생한 폐품이나 잡동사니를 소재로 하는 미술이다.
펀파크의 정크아트 작품
태권브이가 맞이하는 복합놀이공간
충북 보은의 펀파크는 공부에 지친 아이들에게 상상의 나래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기회와 시간을 제공하는 이색 놀이터다. 전시 작품의 소재는 버려진 폐기물이지만, 완성된 작품은 재미있고 친근한 로봇, 동물, 공룡 등이다.
입구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로보트 태권V’가 아이들을 반긴다. 그 뒤로 공룡들이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다. 로봇과 공룡은 남자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펀파크 안으로 들어가보지 않아도 ‘아이들이 좋아하겠구나’라는 직감이 온다. 매표소에서도 로봇이 관람객을 환영한다. 트랜스포머 보이저 스타스크림도 보이고, 원두막 안에 도깨비도 보인다. 로봇에 정신이 팔린 남자아이들은 쉽게 입장을 못 한다. 로봇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나서야 직성이 풀린다. 부모들은 아이들을 달래가며 한바탕 씨름하기 일쑤다.
입장을 한 뒤에도 아이들은 좀처럼 발걸음을 떼지 못한다. 하마, 이리, 너구리, 원숭이, 토끼 등 동화 속에 나오는 동물 친구들이 환영인사를 건네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엄마와 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로봇이란 남자들의 전유물이어서 여자아이들은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우스꽝스럽고 재미있는 표정을 한 동물들은 여자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다.
보고 듣고 만지고 느끼고, 체험하는 예술
펀파크 매표소
맨 처음 둘러볼 곳은 ‘아트갤러리 O’. 갤러리를 가려면 작품공원을 지나야 한다. 잔디밭에 폐품을 이용한 작품이 가득하다. 하늘로 비상하기 위해 힘껏 솟아오른 흑룡, 화가 난 듯한 표정의 킹콩, 머리를 맞대고 싸움을 하는 소 등등. 가장 인기가 많은 것은 킹콩이다. 화가 나서 포효하는 것 같기도 하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해서 흉내를 내며 사진을 찍는 관람객이 많다. 인형으로 포장된 재미난 놀이시설도 있다. 고래 뱃속을 통과해 미끄럼틀을 내려오는 ‘요나 물고기’, 오토바이에 앉아서 마음껏 두드리는 ‘난타드럼’, 성난 수탉에 올라타서 노는 ‘수탉시소’, 페달을 구르면 좌우로 회전하는 ‘오리뱅뱅’ 등. 단순히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만지고 타고 두드리면서 작품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그러면서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감탄하게 된다.
아트갤러리 O는 우주와 지구환경을 주제로 예술과 과학을 접목시킨 오대호 작가의 작품으로 꾸며졌다. 동화나라와 로봇랜드가 있고,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한 에코아트, 소리와 영상을 활용한 미디어 아트로 구성돼 있다. “체험되지 않으면 예술이 아니다”는 작가의 철학이 반영된 공간이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래 뱃속 미끄럼틀
갤러리 입구에 탱크와 우주선이 놓여 있다. 폐품을 이용해 정교하게 만든 탱크와 우주선은 직접 올라탈 수 있도록 했다. 신기한 것은 탱크 포탑이 돌아가고 우주선이 움직인다는 점이다. 보는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는 꼬마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작품이다. 움직이는 탱크에 올라탄 아이들은 뜻밖의 횡재에 너나 할 것 없이 좋아한다. 갤러리 벽면에는 말이 하늘을 날고 알록달록한 연어들이 춤을 춘다. 그 옆에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가 열을 맞춰 비상한다.
동화와 우주 속으로 여행하는 갤러리
갤러리 안 동화나라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가 많은 곳이다. [걸리버 여행기], [신데렐라], [백설공주], [심청전] 등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동화나라를 재미있게 관람하려면 작품 속에 세밀하게 표현된 장면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동화나라의 ‘걸리버 여행기’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에 표류해 밧줄로 꽁꽁 묶인 걸리버를 표현했는데, 캐릭터 하나하나에 재미있는 특징이 숨어 있다. 소인국의 왕과 왕비도 있고, 활 쏘는 병정도 있고, 사다리를 타는 병정도 있다. ‘백설공주’는 마녀 왕비가 준 사과를 한 입 베어 먹고 쓰러진 장면을 표현했다. 먹다 버려진 사과가 덩그러니 놓여 있는가 하면, 숲 속 나무 뒤에 마녀가 숨어서 지켜보고 있다.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동화 속 묘사를 보물 찾듯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좀 더 들어가면 현란한 조명 아래 우주선이 놓여 있다. 스타워즈 우주선이다. 소리에 반응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신기하다. 큰 소리를 내고 박수를 치면 형형색색의 조명이 반짝거린다. 마치 우주선을 타고 신비한 우주로 여행을 떠나는 것 같다. 더 안쪽에는 노래하고 춤추며 인사도 하는 로봇합창단이 기다린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신기하다. 제일 큰 로봇의 이름은 메롱이. 혀를 빼꼼 내밀고 있는 모습이 귀엽다.
이 외에도 천장에 우산을 매달아 빛으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칼라 쉐도우, 어둠 속에 야광 페인트를 칠한 작품들이 신비한 빛을 발하는 미디어아트관이 있다.
아트갤러리 O는 수박겉핥기 식으로 둘러보면 10여 분이면 관람할 수 있다. 하지만 호기심 많은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천천히 구경하며 창의력을 높이고, 상상력을 키우고,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스스로 깨우칠 수 있도록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
수학, 원리를 알면 어렵지 않아요
펀파크에서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체험은 수학체험이다. 수학에 오락적인 놀이를 융합한 수학놀이 체험학습으로 도구를 타고 만지고 들으면서 자연스레 수학과 친해지게 하는 교육법이다. 수학체험관은 유료 입장이며, 1일 3회 1시간씩(11:00, 14:00, 16:00)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체험관이 아니라도 야외체험장에서 무료로 수학체험이 가능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다리는 못과 같은 연결 부품 없이 만든 작품이다. 목재를 어떻게 얹어 서로 연결했는지 직접 만지고 살피면서 공간 도형을 이해하게 된다.
‘자전거 바퀴가 네모라면 어떻게 될까?’ 사각바퀴 자전거는 탈 수 없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도로를 볼록하게 만들면 부드럽게 탈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다. 다각형 바퀴가 잘 달릴 수 있는 볼록한 도로를 수학에서는 ‘현수선 도로’라고 한다. 볼록한 도로를 설치해 직접 사각바퀴 자전거를 타며 평면 도형을 이해할 수 있다.
주판의 원리를 알려주는 작품
갤러리
여행정보
<가는 길>
당진상주고속도로 → 속리산IC → 속리산 방면 좌회전(25번 국도) → 장내삼거리 → 농공단지 삼거리 → GS보은주유소 → 펀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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