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학원 농장에 해바라기가 한창이라는 뉴스를 보고 지난번 고창 여행 때 들리지 못해 아쉬움이 남아 있었는데 이참에 학원 농장에 가서 해바라기도 보고 고창에서 들릴만한 곳도 함께 가려고 찾다보니 무장읍성이 있어 같이 둘러 보고 오면 좋겠다 싶었다. 아직 복원 중이라 상태가 어떠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마음이 끌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센트럴시티에서 고창행 7시 첫차를 타고 3시간 조금 더 걸려 고창에 도착했다.
출발 전 지도를 보니까 학원농장 가기 전에 무장에 들려 무장읍성을 먼저 둘러보고 가면 될 것 같았는데 고창 터미널 앞에서 무장가는 버스를 타고 40분 정도 걸려 무장 읍성 앞에 도착했으나 아직 복원 중이라 찾는 사람이 없었고 복원 공사 중이라 어수선 하지만 공사가 끝나면 고창읍성 못지 않게 아름다운 곳이 될 것 같다.
오래 전부터 ‘고창은 성(城)자랑’, ‘흥덕은 양반 자랑’, ‘무장은 드센 아전 자랑’한다는 말이 전해오고 있다. 특히 무장고을(무장현, 茂長縣)은 지방세가 너무나도 강한 까닭에 항상 역량 있는 현감들이 부임해 왔었다. 그러나 사람의 바탕은 좋은데 역량이 부족한 현감이 왔다가는 임기를 모두 채우지 못한 채 쫓겨나곤 했다. 이처럼 풍토가 까다롭고 배타성이 강하다 보니 시장이 설 수가 없었다. 때문에 당시에는 6Km나 떨어져 있는 ‘안장 머리장(지금의 전북 고창군 해리면 안산리 이상동)’으로 장을 보러 다녔다.
그런데 이 장터가 사두봉(무장면 성내리)에서 마주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장날이면 사람들이 모이고 시끄러운 소리가 나므로 뱀이 이 곳을 넘보고 공격하는 충동이 생겨나곤 했다. 장날이면 꼭 젊은 청년 한사람씩이 희생되어 갔음은 물론 역대 현감들은 이 끔찍한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는데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허사였다.
그러던 어느 날, 시주를 받으러 온 중이 사두봉을 깎아 우뚝한 뱀의 머리를 수그려야 한다는 묘책을 알려 주었다. 사두봉을 모두 깎아 메워 버리면 납작해져 차츰 옛날처럼 번창하는 기운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어떤 현감이 사두봉에서 ‘안장 머리장’이 안보이게 깎아 내리고 뱀의 두 눈인 용소를 메우도록 했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야기됐다. 어디에서 나온 말인지 ‘현감이 드센 고을의 기세를 꺾기 위해 사두봉을 깎아 반사 형국을 변형시켰기 때문에 인물들이 쇠퇴해지고 새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지나가던 도사 한 사람이 이 얘기를 듣고 하는 말, ‘사두봉을 원상복귀를 하기는 어렵지만 고을의 장래를 위해서는 사두봉에 나무를 심어 그 높이 만큼 자라게 되면 무장 고을은 다시 크게 되리라’고 말했다. 이 말을 전해들은 고을 현감은 깎아 내린 사두봉에 느티나무를 심고 개구리들이 사는 연못을 만들었다.
그 뒤론, 변괴가 사라진데다가 평온을 되찾게 됐다. 남산 밑에 있는 연못 자리에 시장(무장장)을 세우니 차차 인근 장꾼들이 모여 들게 되어 지금은 장이 꽤나 번창해졌다 한다. 그 당시 심은 느티나무들이 이제 9센티미터만 더 자라면 사두봉 높이를 채우게 된다는 믿음(?)에 굵직한 인물이 배출될 것이란 희망을 지금도 저버리지 않고 있다. 사두봉은 무장읍성이 자리잡고 있는 북쪽 성벽으로부터 중앙 부위를 향해 남쪽으로 쭉 뻗어오다 우뚝 멈춘 작은 구릉(무장객사가 서 있는 자리)으로, 바로 얼마전까지만 해도 사두봉 야외독서장과 구 무장초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무장읍성은 1417년 무장진의 병마사에 마을을 다스리는 기능을 주어 무장진 병마사 김노가 쌓은 길이 약 1.2km의 평지성이다. 읍성의 남문인 진무루는 앞면 3칸·옆면 2칸의 2층 건물이며, 동문터도 잘 남아 있다. 성 주위를 둘러싼 물길인 해자는 폭 4m·길이 574m 정도로 그 흔적만 남아있다. 성 안의 건물로는 객사·동헌이 있다. 『문종실록』에 의하면 읍성의 둘레는 1,470척(약441m)·높이 7척(약2m)이며, 해자의 둘레는 2,127척(약638m)이고 문은 2개가 있으며, 성의 규모를 넓혀야 한다고 기록되어 있다.
읍취루는 예를 갖추며 금조를 만나는 곳, 즉 업무를 보았다는 것보다 아전들과 외부인을 맞이하여 잠시 환담하며 회합을 갖는 등 공간이었다. 규모는 정면 4칸에 측면 2칸의 누각이다. 여지승람에는 읍취루를 신루라고 했으며 "현감 최검이 고쳐 짓고 읍취라 이름지었다."다고 전하고 있다.
읍취루의 뒷면
객사 송사관((전북 유형문화재 제34호, 1581년 건립)은 정면 11칸, 측면 3칸 건물로, 읍내 중심에 자리잡고 있고 수년 전까지 면사무소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내부구조의 변형이 있었는데, 1990년에 원형에 가깝도록 수리하였다.
현감과 공덕이 있는 분들의 송덕비로 읍성 안에는 입비(立碑)라고 쓰여있는 현감이 34인이나 현재는 11기만 남아 있다. 당시엔 현감들이 임기를 마치고 돌아가 후에는 공적비를 세워 주는 것은 관례였다. 아전들의 구미에 맞은 현감들은 공적비를 똑바로 웃는 얼굴 모양으로 세워주었고, 맘에 들지 않는 현감들의 공적비에는 아래 기단 부분의 거북이 받침돌의 머리를 획 돌려 놓는다든지, 땅을 향해 처박아둔다든지, 아예 얼굴을 뭉게서 제작하라고 석공들에게 시켰다고 한다. 아전의 텃새가 얼마나 드셌는가를 보여준다.
취백당(전남 유형문화재 35호)은 정면 6칸 겹처마 팔작지붕으로 지어진 무장읍성의 동헌이다. 무장동헌은 관아에서 업무를 처리하던 중심 건물로 당시 현감이 집무하던 곳으로 조선 명종 20년(1565년)에 세웠으며, 일제 강점기에 무장초등학교 교실로 사용하기도 하여 변형이 된 것을 1989년 원형으로 복원하였다. 무장은 무송과 장사를 합한 고을이라 동헌 이름을 원래 송사라 했었는데 영조 때 최집이 부임해 와서 송사가 깊은 뜻이 없다 하여 취백으로 바꾸었으니 취백은 곧 송사의 뜻이다.
한창 공사 중이라 몇 컷 담고 바로 나와서 토성으로 올라간다.
무장 읍성에는 크고 작은 나무들이 그 품새가 멋드러진다.
토성으로 올라가는 길
통나무 계단 오르고 . . .
토성에서 내려다 보이는 나무들이 넘 아름답다.
무장읍성의 토성은 그동안 흙으로만 축조된 토성으로 알려져 왔으나 공사 중에 성벽 동쪽 끝부분의 단면이 드러났었는데 성곽일부가 흙과 돌을 섞어서 축조된 것임이 밝혀져 이 성은 원래 돌로 축적한 석성이였으나 훗날 허물어진 곳을 흙으로 보강하여 토성이 되었다고 한다. 성의 남문인 진무루에서 무장초등학교 뒷산을 거쳐, 해리면으로 가는 도로의 좌편까지 뻗어 있는데 성의 둘레는 약 1,400m, 넓이는 43,847평이다.
무슨 풀 줄기가 이렇게 빨갛지?
한창 복원 중이라 여기 저기 공사로 어수선하지만 완공이 되면 아름다운 곳이 되겠다.
돌아나가면서 숭덕비 있는 곳에 다시 올라가보니 맨 앞에 쇠로 만든 비가 있네. ‘김영곤 선정 불망비’로 참판을 지낸 김영곤은 무장출신의 관리로 갑신정변 전후로 선덕비가 이곳에 세워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용소, 사두봉에는 좌우 양측에 뱀의 눈과 같이 파란 물이 넘치는 용소가 있었는데 오른쪽 눈은 지금 무장초등학교의 운동장 복판이 되고, 왼쪽 눈은 객사 동편 아래 우물이 있는 옆자리다.
진무루는 남문으로 정면 3칸, 측면 2칸 이층누문으로 남문과 옹성지를 갖춘 동문지가 남아 있고, 해자도 폭 약 4m, 길이 약 574m 정도가 성 둘레를 따라 흔적을 남기고 있다. 광해군 4년(1612)에 개건되어 여러 차례의 개수를 거쳤다 하고, 1984년에 크게 중창되었다. 현판은 명필 이삼만의 글씨라고 전하고 있다.
진무루에는 신숙주 , 김종직 등의 제영시가 걸려 있다.
무장은 동학농민운동의 발상지로 당시 고부 봉기로 군수 조병갑을 몰아내고 해산한 후 보복하듯 관군들의 횡포가 이어지자 정읍, 부안, 고창일대의 농민군과 동학세력이 모여 나라를 바로 세우기 위한 거사를 시작한 역사의 장소로 동학의 3대 두령 중의 한 사람이었던 손화중 포(包)의 핵심 근거지로 우금치전투가 패배로 돌아가고 태인에서 농민군의 주력 부대가 해산하자, 손화중은 서울로 끌려가 재판을 받았고, 그 이듬해 전봉준과 함께 한날한시에 처형되었다
무장 읍성을 둘러 보고 학원 농장 해바라기를 보러 가려니까 학원 농장 가는 버스 시간이 좀 남아서 무장 면사무소에 들려 시원한 냉커피 한 잔 얻어 먹고 얼음물까지 챙겨 주셔서 시원하게 잠시 쉬다가 나왔다. 아직 소박한 시골 인심이 사람 사는 정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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