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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봉 역사문화길'

智美 아줌마 2014. 5. 7. 23:34

 
▲ 1코스에 속한 원당샘의 모습. 원당샘을 복원하면서 공원을 조성해 인접한 북한산 둘레길을 걷다 이곳에 들러 구경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사진제공=도봉구청)

 

시대적 인물 특색살린 다양한 코스 개발
조선 왕족 묘지·문학가 집터 우수 보존
시비등 볼거리 많은 김수영 문학관 눈길

[시민일보=서예진 기자]봄이다. 이제는 날씨가 좋아져 낮에는 겉옷을 벗어 팔에 들고 다닐 수 있다. 서울 도봉구는 도봉산뿐 아니라 많은 역사문화의 흔적이 남아 있다. 가볍게 입고 걸으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많은 역사문화유적지를 둘러보는 것도 즐거움이 될 것이다.

이에 봄을 맞아 도봉구의 '도봉역사문화길'을 소개하고자 한다. 도봉역사문화길은 총 7코스로 이뤄져 있다. 1코스는 연산군묘와 은행나무길, 2코스는 무수골 왕족 묘역길, 3코스는 원통사길, 4코스는 도봉서원과 바위글씨길, 5코스는 천년고찰길, 6코스는 도봉 옛 길, 7코스는 도봉 현대사 인물길로 각각 개성있는 주제로 꾸며졌다.

이 중 1코스 연산군묘와 은행나무길, 3코스 원통사길과 7코스 도봉현대사 인물길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1코스 : 연산군묘와 은행나무 길

1코스는 조선시대의 폭군으로 기록돼 결국 왕위에서 쫓겨나 강화도 교동(喬洞)에서 생을 마감한 연산군묘, 세종의 둘째딸 정의공주와 남편 안맹담의 묘, 그리고 방학동 은행나무와 원당샘 등 도봉구의 대표적 문화유산이 모여있는 곳이다. 또한 바둑판돌과 두꺼비 모양의 바위가 있으며, 문학가 염상섭·이무영의 묘와 덕수 이씨 묘역이 있는 역사문화의 산교육장이다.

코스로는 방학동 은행나무→회산군 묘역→연산군묘→명월동문(조선시대 바위글씨)→이집묘→바둑판돌→염상섭묘→이무영묘→이합묘→두꺼비 바위→연월암 삼폭, 와폭, 계수석(조선시대 바위글씨)→한치례묘→정의공주묘→목서흠묘→성비묘(태조 이성계의 후궁)가 있다.

조선시대 당시 경기 양주(楊州)였던 도봉구는 한양에서 멀지 않아 조선왕족의 묘가 많이 모여 있는 곳으로 1코스에만 해도 4명의 왕족이 안장돼 있다.

연산군묘는 연산군과 그의 비 신씨가 합장된 곳이다. 연산군은 조선시대에 많은 이야깃거리를 남긴 폭군으로 유명하다보니 연산군묘 또한 방학동의 유적지로 유명하다. 연산군은 폐위된 군주라 그는 묘호도 조나 종이 아닌 군으로 격하됐으며, 묘 또한 일반적인 왕릉보다 규모나 격식이 훨씬 초라하다.

연산군묘 옆에 있는 방학동 은행나무와 원당샘은 구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이다.

원당샘은 600여년 전 파평윤씨 일가가 원당마을에 집단으로 모여 살며 이용했던 곳이다. 마을이름을 따서 원당샘으로 불리며 수백년동안 생활용수로 쓰였다. 그러나 2009년부터 물이 흐르지 않아 2011년 지하수를 연결해 원당샘이 마르지 않고 흐를수 있도록 복원했다. 또 북한산둘레길과 인접해 주민과 등산객의 왕래가 잦은 곳으로 원당샘 주변에 공원을 조성해 연산군묘 및 은행나무와 함께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지는 문화명소다.

원당샘과 연산군묘 옆에는 연산군묘만큼이나 유명한 방학동 은행나무(서울특별시 보호수 제1호)가 있다. 살아온 세월이 800년을 헤아리는 이 은행나무 앞에 서면 원당골 터주대감의 신령스러운 기운과 이 나무의 8분의 1도 못 사는 인간의 존재가 작아보이면서 괜시리 숙연해질 것이다.

정의공주의 묘에는 정의공주와 그의 남편 양효공 안맹담이 합장돼 있다. 정의공주는 세종의 둘째딸로 남아있는 기록을 보면 뛰어난 재주로 세종의 한글창제를 도운 것으로 보인다. <죽산 안씨 대동보>에 그에 대한 일화로, 세종이 훈민정음을 창제할 당시 변음토착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대군들에게 해결하도록 했으나 모두 풀지 못했는데, 정의공주가 풀어 세종이 크게 칭찬하고 상으로 특별히 노비 수백명을 하사했다고 전해진다.

■3코스 : 원통사길

원통사길은 서울에서 가장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무수골을 통해 자현암, 원통사의 방학동 능선을 거쳐 풍양조씨 사당 옆에 있는 간송 전형필 묘로 이어진다. 이곳은 서울시가 가을에 걷고 싶은 길로 선정한 곳이다.

코스는 도봉역→무수골 주말농장→세월교→자현암→원통사→방학동 사지→간송 전형필 묘와 사당(풍양조씨 사당 옆)으로 이어진다.

무수골에 다다르면 '서울에도 이렇게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무수골이라는 마을이름은 세종이 생전에 먼저 보낸 아홉째 아들 영해군(寧海君)의 묘에 왔다가 원터 약수터의 물을 마시고 '물 좋고 풍광 좋은 이곳은 아무런 근심이 없다'고 한데서 유래된 것이다. 세종의 말 그대로 이곳에서는 근심을 잊고 맑은 공기를 즐길 수 있다.

또 무수골은 그린벨트 지역으로 자연의 풍광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등산객들의 좋은 휴식처로 꼽히고 있다. 특히 도심에서 볼 수 없는 친환경 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어 모내기와 추수, 탈곡 등 체험행사에 참여해 볼 수 있으며 인근에 있는 주말농장에서는 많은 주민들이 참여해 각종 채소를 직접 재배·수확함으로써 신선하고 안전한 먹을거리를 맛보는 재미가 있다.

원통사(圓通寺)는 조선 영조 때 영의정을 지냈던 조현명, 서명균 등이 나라의 일을 이야기하며 심신을 닦았던 곳으로 당대 유학자들 사이에 명소로 이름이 높았다. 경내에는 태조 이성계가 기도했다는 석굴이 있으며, 약사전 아래 큰 바위에는 태조가 기도를 마치던 날 천상의 상공(相公)이 돼 옥황상제를 배알하는 꿈을 꾸었다 해 새겼다는 '상공암'이라는 글씨가 있다.

방학동 사지를 지나 간송 전형필의 묘와 사당에 이르면 3코스가 끝난다. 간송 전형필은 성북구에 소재한 '간송미술관'의 설립자다. 간송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지키기 위해 문화재를 수집해 문화유산을 수호하고 현재까지 계승하는 데 크게 기여한 인물이다. 한국 미술사를 공부할 때 주석에 달린 '간송미술관 소장'이라는 문구를 많이들 봤을 것이다. 현재 방학동에는 간송이 생활했던 근대기 전통가옥과 묘소가 인근에 소재하고 있다. 가옥(2012년 국가문화재 제521호로 등록)은 현재 수리 중이며 구는 공사를 통해 간송기념관, 전통교육관, 전통다실을 조성할 계획이다.

그가 목숨 걸고 모은 작품들은 매년 봄·가을에 한달 정도 간송미술관에서 무료로 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최근 개관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간송문화전'이라는 이름으로 유료로 상시 전시된다.

■7코스 : 도봉현대사 인물길

7코스 도봉현대사 인물길은 '창동의 세 마리 사자'라 불렸던 가인 김병로, 고하 송진우, 위당 정인보와 현대문학의 대표적 거목인 벽초 홍명희, 김수영 시인 등 도봉구에서 거주하며 현대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이 살던 곳을 탐방하며 그들의 삶을 회고하는 인물중심의 역사탐방코스이다.

코스는 창동역→창동초등학교→벽초 홍명희 옛집터→고하 송진우 옛집터→가인 김병로 옛집터→위당 정인보 옛집터→함석헌 선생 집→전태일 열사 옛집터→간송 전형필 가옥→계훈제 선생 옛집터→김수영 시인 옛본가터→도봉역 순서다.

사실 이 코스는 남아있는 집터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벽초 홍명희의 집터는 지금 현재 창동 신도브래뉴 아파트로, 송진우의 집터 또한 유치원 부지로, 전태일 열사가 청계천에서 지친 몸을 버스에 싣고 출퇴근하던 쌍문동 무허가 판자집은 현재 삼익세라믹아파트로 바뀌어 있다. 다만 이 길을 걸어가며 현대사에 큰 흔적을 남긴 그들의 삶을 기릴 수 있다.

현재 남아있는 가옥은 앞서 언급한 간송 전형필 가옥과 인권 운동가 함석헌 선생의 옛집뿐이며 함석헌 선생의 옛집도 현재 기념관으로 건립하기 위해 사업에 착수한 상태다.

김수영 시인의 본가는 6.25 전쟁이 끝난 후 포로수용소에 있던 시인이 가족과 재회해 창동에서 살다 1956년 마포 구수동으로 분가한 이후에도 어머니와 도봉동 본가에서 양계를 하는 등 수시로 도봉동 본가를 찾으면서 작품 활동을 한 곳이다. 현재 도봉동 본가뿐 아니라 그가 태어난 종로구의 관철동 집, 어린시절 살았던 종로6가집, 타계 전까지 살던 마포구의 구수동집 등 잦은 이사로 서울 여러 곳을 전전한 그의 흔적은 거의 남아있지 않다.

도봉산 도봉서원 아래쪽인 도봉동 산 107번지에는 김수영의 시비가 세워져 있고, 시비 앞면에는 대표시 <풀>이 새겨져 있다. 지난해 11월27일 구(舊) 방학3동 문화센터 자리(해등로82길 30)에 김수영문학관이 개관해 그의 작품세계를 만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코스 이외에도 도봉서원과 바위글씨길(4코스), 천년고찰길(5코스) 등 역사의 흔적이 묻어있는 길이 많으니 주말에 시간을 내 한번 방문해 볼 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