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기이한 천연동굴 구미 금오산 도선굴과 대혜폭포

智美 아줌마 2014. 4. 12. 18:03

 

구미 금오산에서는 현월봉의 약사암이 으뜸 비경이지만, 산 중턱의 도선굴과 대혜폭포에서 얻는 감흥도 각별하다. 케이블카에서 내리면 바로 해운사. 산비탈에 기단을 쌓아 세운 작은 절집으로, 신라 말에 도선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진다. 해운사에서 계곡을 따라 조금만 올라가면 도선굴, 대혜폭포와 마주한다. 도선선사가 득도했다고 전해지는 도선굴은 깎아지른 암벽 중앙에 자리한 자연동굴이다.

도선굴까지는 가파른 바위 위로 한 사람이 겨우 오를 수 있는 좁은 길이 나 있다. 철근을 박아 만든 난간이 없다면 좀처럼 오를 수 없는 길이다. 난간 아래는 까마득한 낭떠러지다. 철제 난간과 밧줄이 설치되지 않았던 시절, 이 벼랑길을 오르내린 옛사람들은 얼마나 마음을 졸였을까.

직벽 가운데 입을 벌리고 있는 동굴 안에서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된다. 동굴 아래로는 해운사와 이 일대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오는 장쾌한 전경이 펼쳐진다. 그 옛날 이런 동굴이 영험한 기도처로 소문나지 않을 리 없다. 지금도 도선굴에는 소원을 빌기 위해 불원천리 찾아오는 사람들로 늘 북적댄다.

금오산 중턱 수직절벽에 자리한 도선굴. 도선선사가 득도했다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특별한 종교나 민간신앙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이곳에 들면 영험한 기운이 깃들어 있을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도선굴에서 내려와 금오산 정상 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눈꽃을 머금은 숲속에서 우렁찬 물소리가 계곡을 울린다. 높이가 28m에 달하는 대혜폭포다. 지난해 가을 이후 오랜만에 들어보는 폭포수 소리가 더없이 시원하고 상쾌하다. 이날은 예기치 않았던 춘설에 덮여 있지만, 볕이 잘 들지 않는 깊은 계곡의 폭포수는 봄이 왔다는 또 다른 징표다. 폭포의 얼음이 다 녹아 콸콸 물을 쏟아 내려면 상당 기간 따스한 봄기운이 스며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겨우내 쌓였던 얼음이 녹으며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대혜폭포.

산행을 마치고 하산하는 길에는 도립공원 입구의 명승 제52호인 채미정도 둘러보면 좋겠다. 고려가 망하자 벼슬을 버리고 초야에 묻힌 야은 길재(1353∼1419)의 충절을 기린 정자다. '채미(採薇)'는 고사리를 캔다는 뜻으로, 백이·숙제의 고사에서 따왔다. 채미란 이름은 세상과 불화한 문사가 칩거하는 단출하고 옹색한 건물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나 계류와 돌다리를 끼고 있는 이 정자 주변은 아름답고 정갈한 공간으로, 더없이 마음을 차분하고 잔잔하게 만들어 준다.

구미에서 금오산을 벗어나 두 번째로 찾아볼 명소라면 선산의 도리사를 꼽아야 할 것이다. 신라에 불교를 처음 전파한 승려가 고구려의 아도화상인데, 그가 창건한 신라 최초의 절집이 바로 도리사다. 헤아리기 힘든 시간의 깊이를 지닌 도리사는 사방이 장대한 소나무숲으로 둘러싸여 더욱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송림 아래 남쪽 능선으로는 낙동강변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또 극락전 마당 앞으로 나 있는 샛길을 따라 내려가면 '아도화상 좌선대'가 있다. 울창한 송림 속에 자리한 좌선대는 높이 1m 정도의 널찍한 바위. 눈이 내리는 날 이 숲속은 대낮인데도 어둑하다. 그래서 이 좌선대 주변은 한층 더 고요하고 경건한 정취가 흐른다.

신라에 불교를 전한 아도화상이 참선을 했다는 도리사의 좌선대.

도개면의 문수사도 구미의 명소다. 수직 절벽의 동굴에 암자를 절반만 지어 붙인 '반쪽 절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문수사의 대웅전 산길로 170m를 올라가면 직벽에 세운 반쪽 절집인 사자암이 있다. 법당의 절반이 동굴이므로 여름에는 서늘하고 겨울에는 훈훈하다. 3층에 자리한 사자암의 법당 아래 2층에는 누구나 들어와 차를 마실 수 있는 다실이 꾸며져 있다. 이 다실은 전면이 통유리로 돼 있어, 그 아래로 청량산 일대의 빼어난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평면의 낙산리 고분군도 둘러볼 만하다. 3∼7세기 가야와 신라 시대의 무덤 200여기가 남아 있다. 당시 이 일대를 지배하던 토호들의 집단 묘지로 추정된다.

구미=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서울에서 출발할 경우 영동고속도로 여주분기점에서 중부내륙고속도로로 갈아탄 후 구미나들목으로 나가면 된다. 금오산으로 가려면 구미나들목으로 나가는 것이 빠르고, 도리사로 가려면 선산나들목으로 나가는 것이 낫다. 금오산 도립공원 입구에 숙소와 식당이 즐비하다. 오래되고 낡은 숙소가 많지만, 새로 지은 깔끔한 모텔도 여럿이다. 금오산 입구에는 '감나무집'(452-6228) 등 닭백숙집이 많다. 산채정식을 내는 '고향촌'(455-3010)도 많이 알려져 있다. 고아읍의 '장모님 매운탕'(443-2015)은 민물매운탕과 어탕국수를 내놓는다. 금오산 도립공원 관리사무소 480-46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