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어느 날 찾아 온 추억 둘

智美 아줌마 2008. 9. 23. 04:42

 


1977년 3월 천마산에서 스켄 사진이라 이상하다


짱구가 어릴 적 사진을 묻길래 찾아주다가 오래 전 흑백 사진이 눈에 띄었다.
친구들과 천마산 등산을 가서 찍은 사진인데 오랜만에 사진 속의 그날을 생각하며 혼자 웃고는 그때를 회상해 보았다.

친구 셋이서 천마산을 갔을 당시 천마산은 화마 (火魔)가 덥쳐 푸르른 나무들은 까만 숯덩이가 되어 넋을 잃고 서있었다.
한 걸음 한걸음 걸을 때 마다 가슴이 저려오고 무서움 마저 들었었는데
그때 산불이 났던 현장을 본 후부터 살면서 산불을 낸 사람들한테 용서가 안되었다.
고의적으로 그러하지는 않았겠지만 안타까움을 그리 밖에 표현을 할 수가 없다.

그렇게 검은 잿더미를 지나 산행을 하였는데 참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예전에는 등산을 가면 산에서 밥을 지어 먹었는데 친구가 가지고 온 석유 버너가 말썽을 부린 것이다.
아무리 펌프질을 하고 알콜을 부어 점화를 하려해도 불이 붙지를 않았다.
밥과 찌개 끓일 준비는 다 해놨는데 정작 버너가 말썽이니 난감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 산행 온 남자들한테 부탁을 하자하고는 우리 앞을 지나는 남학생에게 도움을 청하니
흔쾌히 해보겠다고 했다.
그 남학생 일행들도 옆에서 지켜보며 같이 거들어주면서 씨름을 하였는데
에그머니나 그만 버너에 불이 붙고 말았다.

석유 버너에 불이 확 ~ 붙어버리니까 다들 놀라 불을 끄려고 소동을 피었고
다급한 나머지 그 남학생은 입고 있던 오랜지색 점퍼를 벗어 불을 끄러고 휘두르다가
그만 옷이 타버리고 말았다.

보아하니 새옷인 것 같았는데
그 남학생 여자 친구인지 왜 해준다고 해서는 이 꼴이 뭐냐면서 화를 내고 우리들은 미안해서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 . . . ㅎㅎㅎ

그렇게 난리법석을 피우고는 옆에서 맛있는 냄새를 피우며 밥을 하고 있던 팀이 고체 연료 하나를 줘서 그걸로 밥을 해먹었다.
우리들은 생각하면 할 수록 좀 전에 있었던 일들이 미안하기도 하였지만 기사도 정신 발휘하려다 멍든 남학생을 생각하면서 황당하고 난감해 하면서 얼마나 웃었는지 . . .

지나고나면 이렇게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주니 때로는 세월의 흐름도 괜찮을 때가 있는 것 같다.

 

 1982년 9월 북한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