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나 진짜 치매여?

智美 아줌마 2011. 7. 1. 23:25
며칠 내내 태풍 메아리와 장맛비로 궂은 날이였는데
오늘 오전까지 쏟아 붓다가 낮부터 밝아지기에
동대문 시장에 가서 모자나 하나 사와야겠다 생각하고
버스 정거장으로 가다가 갑자기 떠오른 생각

어머머 내가 미쳤나봐, 뭔 정신으로 사냐
아이고 ~ 이를 어째 치매도 중증이지 이 정도면 . . .
미쳤어, 미쳤어.
에효 ~ 이를 어쩌냐 . . .

그저께 짱구 유격 훈련 들어가기 전에 먹이든 싸주든 한다고
마트 장보러 가면서 치킨집에 들려
"아저씨, 마트 갔다올테니까 순살 치킨 2개 포장 해두세요.' 하고는
마트 가서 짱구 필요한 것들 사서 그냥 집으로 와버린 것이였다.

그런데 그날 집에 와서도  어제도 오늘 집을 나서기 전까지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 . .
이게 말이 되냐고, 어떻게 그렇게 까맣게 잊고 있단 말인가

아니 이 정신으로  어떻게 세상을 사냐
건망증도 중증이지,
나 미친겨. 미쳐도 보통 정신 나간게 아니지.
그렇지 않고서 어떻게 이틀이 지나도록 전혀 생각이 안 났냐고
너무 기가 막혀서 치킨집으로 뛰어갔다.

"아저씨, 나 죄송해서 어떻게 . . .
내가 정신 나간겨, 치맨가봐요.
그저께 그렇게 주문해놓고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계산 해드릴게요." 하며 카드를 내밀었다.

아,아 아닙니다. 기다려도 안 오시기에 집에 애들 갔다줬어요.
못먹게 되어 버린 것도 아니고 괜찮습니다. 하신다.

그래도 제 실수니까 돈 받으세요. 괜찮아요.
당연히 계산해드려야죠." 하니
끝내 안 받으시면서 되려 찾아와줘서 고맙단다.

그 치킨집이 오픈한지 3개월 정도 되는데
주문해놓고 안 찾아간게 그날 처음이였다고 하신다.

아이러니하게 그날 나 말고 또 다른 아줌마가 후라이드 1마리 주문해놓고
그 아줌마까지 오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 겪는 일이라 너무 황당하고 마음이 조금은 편치 않았다고 하시면서

"후라이드 한마리 주문 한 사람은 처음 온 사람이라 안오겠다 생각했지만
나는 그럴 사람이 아닌데 잊어버렸나보다 라고 생각하면서
장사하다보니 이런 경우도 있구나 경험이다" 라고 생각하셨단다.

그리고 매출이 되어야 되는 부분이지만
팔지 못하고 식구가 먹게 된 것이 손실이면 손실이지만
내가 미안해서 안 오면 단골 손님을 잃게 되는 것으로
더 큰 손실이 되는 것인데 라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편치 않았다고 하신다.

그런데 내가 찾아가서 계산까지 해주겠다고 하니
조금이나마 편치 않던 마음이 나를 보는 순간 다 사라졌다고
되려 고맙다고 다음에 필요하면 사러오세요. 하신다.

그럴게요. 우리 아들 오면 다시 사러올게요. 그리고 아저씨 저같이 주문하고 갈 때
미리 돈 받으시고 전화번호 메모해두세요.
저같이 본의 아니게 잊어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하고 버스 정거장으로 갔다.

내가 생각해도 건망증이 중증이다.
기억력이 뛰어나셨던 울 엄니를 닮아서인지
살면서 기억력이 좋다는 말을 참 많이 들으며 살았는데
이젠 나도 다 된겨.
에효 ~ 나이는 자꾸 먹어가지고 퇴물이 되어가니 어쩌면 좋냐

2011년 7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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