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같이 돌자, 동네 한 바퀴
겨우내 동네 한바퀴씩 돌다가 날이 풀리면서 개천을 돌기 시작했다.
겨울에는 개천으로 내려가기가 좀 무서웠다고나 할까?
한 번도 내려가 보지를 않아서 미지의 세계의 두려움이랄까?
그러다가 봄이 되면서부터 개천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오잉? 개천 산책로 의외로 괜찮네.
겨울 저녁 무렵에 한 번 내려간 적이 있었지만
크고 작은 다리 밑을 지나가게 되어 있어
큰 도로인 다리 밑을 지나가려니까
왠지 무서워 되돌아온 적이 있었다.
앞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가본 적이 없어 모르니까
두렵다는 생각이 들어 되돌아 왔는데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의 공포심?
며칠씩 혼자 여행 다니고
설악산 대청봉도 혼자 밤에 올라가면서 무섭다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지 않는가. ㅎㅎㅎ
그렇게 개천 한 바퀴씩 돌고 들어오는 게 일상 생활이 되었는데
개천에 나가면 저마다 강쥐 한 두마리씩 데리고 나오는 사람이 많다.
가끔 강쥐가 떵을 쌌는데도
그냥 가는 사람이 있어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강쥐 키우는 공통점이 있어서인지
지나가면서 한 두마디 말을 주고 받는 경우가 많다.
어제도 돌돌이 데리고 산책을 나갔는데
내가 한 바퀴 돌고오는 코스에는 징검다리 두 개를 건너게 된다.
처음 강쥐들 데리고 개천을 나갔을 때
심탱이만 신난다고 징검다리를 건너고
나머지 네 녀석들은 못건넌다고 버티고 있었다.
"엄마 가네. 빨리 와 ~ " 하고 건너가도 꼼짝 않고 낑낑!!
다시 건너 가 목줄을 잡고 살짝 당기 듯이 건너오게 하였는데
처음에는 버티더니 두 세번 반복을 하니까
조심스럽게 건너 왔다.
그렇게 징검다리 건너기를 터득한 후
이젠 징검다리도 깡총깡총 잘 건너지만
가끔 건너지 못하는 강쥐들이 있어
주인이 안고 건너는 것을 보곤한다.
어제도 개천 한 바퀴 돌고 마지막 징검다리를 건너오는데
산책 나온 강쥐 엄마가 신기한 듯 처다보면서
"쟤는 잘 건너네. 그런데 너는 왜 못건너니?" 한다.
"우리 애들도 처음에는 못건넜는데
목줄을 잡고 살짝 당기 듯이 도아주니까 건너더라구요."
"그렇게 해도 못건너서 그냥 안고 건너고 있어요." 한다.
"돌돌아, 우리가 시범을 보여주자. 따라 건너게 . . ."
"돌돌아, 징검다리 건너자." 하며
그 집 강쥐가 보게 왔다갔다 징검다리를 건너고
"그 집 강쥐도 따라하게 먼저 건너 가보세요." 하니
그 집 강쥐도 깡총깡총 따라 징검다리를 건너는게 아닌가.
"오늘 우리 만난 것 행운이야."
"그러게요. 신기하네요. "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어떤 아가씨가 뚱보 강쥐를 데리고 다가왔다.
"어이구야, 넌 운동 많이 해야겠다." 하니
"얘는 잘 먹어서 그래요. 그런데 안움직여요."
"그럼 개천 나오면 뛰어, 따라 뛰게"
"내가 뛰어도 그냥 주저앉아 있어요."
"강적이네."하며 웃었다.
그런데 그 아가씨 강쥐도 징검다리를 못건너 안고 건내준다고해서
먼저 강쥐한테 하듯이 우리 돌돌이가 건너는 것을 보여주고
주인따라 건너게 하니까 그 강쥐도 징검다리를 건너게 되었다.
눈으로 보여주고 직접할 수 있게 하는 것
간접 학습이라는게 이런게 아닐까
졸지에 돌돌이이와 내가 개 선생 되고 돌아왔다. ㅎㅎㅎ
2013년 4월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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