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난 여자도 아닌겨?

智美 아줌마 2013. 4. 24. 15:15
며칠 전 돌돌이랑 개천 나갔다가 솔향 집에 들려
향긋한 커피 한 잔에 모처럼 수다 떨다 돌아왔는데
가끔 놀러가면 늘 뭔가를 챙겨주려고 마음 쓴다.

그 날도 얼마 전 캄보디아 여행 가서 사왔다며
커피를 챙겨줘서 요즘 집에 있던 커피를 재쳐두고
솔향이 준 커피를 먹고 있다.

아들, 딸 일찍 결혼을 시키다보니
솔향은 벌써 손주 셋이나 둔 할미가 되어
아들 손자 동욱이를 보고 있는데
요즘엔 어린이집에 가서 오후 4시쯤 데리러 간다고 한다.
그 몇 시간이지만 한결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좋다고 . . .

그렇게 차 마시며 얘기 나누다보니 손자 데리러 갈 시간이 되었는데
바로 아래 1층이지만 집에서 편하게 입는 원피스를 입고 있다가
청바지에 셔츠로 갈아 입는다.

"바로 아랫 층인데 귀찮게 뭐하러 옷을 갈아 입어?
그냥 갔다와도 되겠구먼"
"그래도 난 늘 갈아입고 내려갔다 와." 한다.
"잠깐 내려갔다오면 되는데 귀찮게 . . ."
집에 돌아오면서 솔향 차림새가 떠오른다.

그래, 여자라면 그렇게 몸단장을 해야지.
나같이 집에서 뒹굴다 마트 가고 개천 나가고
심지어 솔향 만나 점심을 먹어도 집 앞이다보니 그냥 나가곤 했는데
난 뭐여? 여자도 아닌겨? ㅎㅎㅎ

그 후로도 늘 평상 시대로 개천도 나가고 마트도 가지만
나갈 때마다 솔향의 몸가짐이 생각나
오늘도 마트 나가면서 솔향 생각이 났다.

예전엔 화장 안하면 대문 밖에도 안나갔었는데
요즘엔 화장은 커녕 세수만 덜렁하고 나갈 때도 있고
귀찮으면 눈꼽만 떼고 모자 푹 눌러 쓰고 나갈 때도 있으니
나이 먹었다고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사는 게 아닌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중년 아줌마라고 여자가 아닌가?
흔히들 중성이라고도 하지만
그래도 여자인 것을 . . .
나이 먹었다고 여자이기를 포기하고 사는 것 같다.
귀찮다는 이유로 . . .

2013년 4월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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