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알아야 밥이라도 얻어 먹는다

智美 아줌마 2013. 4. 11. 23:09

꽃, 꽃, 꽃이 폈어요.
무슨 꽃이 피었는데?
개나리, 진달래, 목련, 벚꽃, 제비꽃, 꽃다지, 민들레 . . .
봄꽃이 다 ~ 피었어요.

매일 개천 따라 걷기 운동을 하고 들어오면서도
봄꽃이 피어있는 것을 이틀 전에야 알게 되었다.
참 ~ 봄꽃들이 봐달라고 하는데 눈치없이 이제서야 보다니 . . .

나갈 때마다 강쥐들을 데리고 나가
강쥐들 한눈 팔까 개천에 빠지지나 않나 챙기며 걷다보니
담장 넘어 핀 꽃들에게 미처 시선이 가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은 강쥐들을 집에 두고 혼자 카메라 챙겨들고
봄꽃을 찾으러 나갔는데
세상에 ~ 언제 이렇게 다 핀거야?

올 봄엔 방콕만 하고 기껏해야 개천이나 돌고 오다보니
계절 감각도 없이 세월만 축내고 있었나보다.
파랗게 자란 풀섶 사이로 고개 내민 꽃이 없을까
기웃기웃 살피며 걷는다.

반갑다고 제비꽃이 방실방실 웃는다.
수줍은 듯 민들레도 베시시 웃는다.
이렇게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동안 눈길도 주지 않았으니 얼마나 서운했을고. ㅎㅎㅎ

강쥐들이랑 건너던 징검다리를 건너 중랑천으로 간다.
어제 중랑천변에 노랗게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것을 보고
오늘 중랑천까지 나가기로 하고 편한 등산화로 챙겨 신고
모처럼 여행 가는 기분으로 신나게 가는데

뭐여? 햇빛 쨍하던 날씨가 갑자기 비가 후두둑 떨어지더니
제법 빗줄기가 굵어진다.

이런 ~ 낮이라 면티 하나에 조끼만 입었는데 어쩌라고 . . .
빠른 걸음으로 다리 밑으로 들어가 비를 피하고있다가
그친 뒤에 중랑천변 개나리 있는 곳으로 건너갔다.

응봉산 개나리처럼 많이 피어있어
개천따라 쭈 ~ 욱 올라가려고 했더니
얼레? 또 비가 후두둑 떨어지는게 아닌가.

미차부러 ~  비 피할 곳도 없는 벌판인데 . . .
올라가다 되돌아 다리 쪽으로 가는데 변덕스런 날씨가
두 세 차례 뿌리다 말다 하더니 이내 그친다.

ac ~ 모처럼 카메라 들고 나왔더니 날씨가 와이래 지랄이고.
옷은 얇게 입었지, 날씨는 변덕을 부리지
추워 덜덜 때 아닌 봄에 얼어 dg겠다.

그래도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개나리는 찍고 가야제
어떤 꽃이 이쁜가?
요걸 찍을까? 조걸 찍을까?
그렇게 살피며 가는데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건다.

"개나리는 어떻게 심어요? 가지를 잘라 심으면 사나요?"
"네, 개나리는 꺾꽂이를 하든지 휘묻이를 하면 뿌리가 나와요."

"휘묻이는 뭐예요?"
"휘묻이는 가지를 자르지 않고 가지를 눕혀 땅에 묻는거예요."

"그럼 장미도 꺾꽂이 할 수 있나요?"
"네, 장미도 꺾꽂이, 휘묻이 접목으로 심을 수 있어요."

"꽃에 대해서 잘 아시네요.
시골 농가에 담장이 없어서 개나리로 울타리를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어떻게 꽃에 대해 잘 아세요?"

"제가 태어날 때부터 우리 집엔 넓은 꽃밭이 있어서 꽃을 보고 가꾸며 자랐어요.
부모님께서 꽃을 좋아해서 많이 가꾸셨는데
그때 꺾꽂이 휘묻이 하시는 걸 봤거든요."

그렇게 꽃에 대해서 얘기 나누다가
고맙다며 도봉산 앞에 칼국수, 팥죽 잘하는 집 있는데 가실래요? 한다.

"에구 ~ 거기까지 어떻게 가요. 그리고 노원에서 친구 만나기로 했어요."
중랑천 나가면서 디아나에게 전화를 했더니
마침 노원에서 고객을 만난다고 해서 일 마치고 만나기로 했었다.

그렇게 사양하고 있는데 디아나한테서 전화가 와서
노원역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하니까
괜찮으면 친구 분이랑 같이 만나 단골 닭갈비 집이 있으니까
닭갈비를 사주겠단다.

워매 ~ 오늘 운세가 뭐였더라?
생각지도 않은 인연에 밥까지 얻어 먹게 생겼다. ㅎㅎㅎ

낯선 사람의 호의는 대부분 거절을 하는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나쁜 사람같지 않아서 디아나랑 같이 만나
닭갈비 저녁을 얻어 먹고 그 사람 사무실에 가서 커피까지 얻어 먹고 돌아왔다.

오전에 일 처리해 놓고 늘 오후 시간에 운동하러 중랑천에 나온다고
다음에 팥죽 좋아한다니까 팥죽 사주겠다며
시간날 때 심심하면 오전에 일 끝나니까 사무실에 놀러 오란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도 많이 지나가는데 나한테 물어봤냐고 하니까
내가 꽃 사진을 찍으니까 꽃에 대해 좀 알 것 같아서 물어 봤단다.
아저씨, 사람 잘 골라서 물어 봤수. ㅎㅎㅎ

아, 재미있는건 그 양반
내가 자기보다 나이가 아래로 보였다고 48, 9세?
이런 ~ 10년 아래로 보다니 내가 닭갈비 값 내야 될 뻔 했다.

그리고 아는게 힘이다.
알아야 밥도 얻어 먹는다. ㅎㅎㅎ






우리가 흔히 보는 개나리는 줄기를 잘라 흙에 꽂아 뿌리를 내린 나무다. 씨로 인한 번식이 아니라
꺾꽂이로 인한 복제가 계속되면서 개나리들은 열매을 맺을 기회가 없어지고 말았다.

거리에서 만나는 개나리의 꽃이 대부분 수꽃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까닭으로 암꽃이나 열매를 보기가 어렵게 되었다.
개나리의 수꽃은 암술이 수술사이에 자그맣게 있으며 암꽃은 암술이 수술보다 크게 솟아 있다.
수꽃의 꽃가루가 암꽃의 암술에 닿아야만 씨앗이 만들어진다.

개나리는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다. 개나리의 학명에 한국을 뜻하는
'koreana'가 들어간다. 어사화, 신리화라고도 하고 서양에서는 골든벨이라고 한다.

2013년 4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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