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어쩔 수 없는 것들

智美 아줌마 2012. 1. 7. 23:11
평택아이 면회하러 전철을 타고 가는데
타고가는 전철이 사당까지만 가는거라
사당에서 안산방면으로 가는 차로 바꿔 타야했다.

얼레? 자리가 없다.
그럼 나 서서 가야되는겨?
이궁 ~ 20분은 더 가야되는데 후딱후딱 빨리들 내려라 ~ 잉

그래서 자리 양보 받을 나이도 못되고하니 서서 가는데
바로 앞에 앉아가는 사람들한테 시선이 꽂혔다.
모녀가 앉아서 두런두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가는데
일상적인 생활 이야기지만 왜그렇게 정겹던지 . . .
가는 내내 나도 엄마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엄마, 우리 범계에서 내려 밥 먹고 갈까?
그래, 그러자구나. 내가 맛있는 것 사줄게.
엄마는 내가 맛있는 것 엄마 사드려야지.』
나도 울 엄마 맛있는 것 사드리고 싶은데 나는 엄마가 없다.

그렇게 부러운 듯 쳐다보며 가다보니
어느새 범계역에 도착하였고
그 모녀도 내리고 나도 내렸다.
마음 속으로 남의 엄마지만 건강하게 오래 사시구요.
엄마한테 잘 해드리세요. 하며 기원해 드리고
다시 버스를 타고 평택아이 보러 갔다.

기결이 되면 교도소로 이감되는데
교도소 나름으로 등급이 있다고 한다.
시설이나 죄질에 따라 1등급, 2등급, 3등급 . . .
이렇게 등급이 있어 재소자들을 심사를 하여 등급에 따라 이감된다고 하는데
심사 내용에는 접견 횟수, 편지 횟수 등이 참고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2, 3개월이면 기결이 되어 교도소로 이감되어 수감 생활을 해야되기에
조금이라도 환경이 나은 곳에서 수감생활을 하게 하고싶어
시간이 되는 날에는 면회도 가고 편지도 틈나는대로 보내고 있다.

앞 서 갔을 때는 생각지도 않고 있는데 면회라고해서
누구지? 며칠 전에 어머니가 다녀가셔서 어머니는 아닐테고 친구인가? 했는데
내가 면회를 와서 접견 마치고 돌아가면서 자꾸 눈물이 나와 울었다고 했다.

친아들도 아닌데 나같은 놈한테 이렇게 정성을 들여주시니까
너무 감사하고 죄스러워서 자꾸 눈물이 났다고 했다.
처음에는 왜 나한테 잘해주실까?
먼 곳 마다 않고 면회를 와주시고
먹을 것을 넣어주시지는지 이해가 안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젠 어머니 진심을 아니까 더 죄스럽다고 했다.

누구나 잘못을 하고 살지 않는가
단지 법망에 걸리지 않고 사는 것이지 . . .
그래도 요즘엔 마음이 안정도 되고 괜찮다고 한다.

내가 보기에도 아이의 얼굴이 편안해 보였다.
갈 때마다 입술이 부르터 있고 꺼칠해보여서 안타까웠는데
그런 아이를 보니까 나도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방내에서 나이가 가장 어리다보니
죄짓고 들어왔어도 어른이라고 말 함부로 하고 잔심부름 다 시키고 그러지만
죄의 댓가를 치르는거다 생각하고 솔선수범 청소도 하고 심부름도 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알아서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낮에는 많이 움직여야 되서 춥지만 내복도 안입고 활동하다가
밤에 잘 때는 추우니까 내복을 입고 잔다고 한다.

냉방이라 발이 시릴 것 같아서 양말에 덧신으라고
짧은 수면 양말을 넣어주려고 사갔는데
오리지널 덧신만 된다고해서 퇴짜 맞았다.
어찌나 속상하고 화가 나든지 . . .
에효 ~ 죄지은 넘이라 뭐라 항의도 할 수 없고 서운해도 할 수 없는 노릇이였다.

그리고 접견을 기다리는 동안 편지를 써서 넣을 수 있는 우체통이 있는데
4시가 되면 편지를 꺼내 담당 직원에게 전달을 한다.
나도 기다리는 동안 한통 써서 넣어주는데
꺼내는 직원 좀 봐라.
편지가 구겨지든 말든 웅켜쥐고 간다.

쫓아가 한소리 하고싶었지만 참고 있으려니 분통이 터진다.
죄지은 넘 보러온 사람이 뭔 말을 하고싶다고 다할 수 있겠는가
행여 구치소 내에서 아이한테 함부로 하지 않기를 바랄뿐이지.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왜 그렇게 잘못하고 들어가있는 사람들이 많은지
접견 신청하고 4, 50분은 족히 기다렸다가 10분 보고 오는데
그나마 토요일에는 7분인가? 주고 . . .
면회 한번 하고 오려면 한나절의 시간이 소요된다.
그 7분, 10분을 위해서 . . .

사회에서 함부러 행동하며 살다가 구속되고나면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절실하게 깨닫게 되는 것을 . . .
죄짓지 않고 살도록 노력하며 살아야될 것이다.

2012년 1월7일

'내가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왜 내 말은 귀담아 안듣는지   (0) 2012.01.11
생선 머리가 어딘겨?  (0) 2012.01.09
강적을 만났다  (0) 2012.01.07
요런 것 받아봤나?  (0) 2012.01.06
띵똥 ~ 기다려 지금 바쁘다  (0) 2012.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