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날보다 아침 일찍 잠이 깨여 둘레길을 갈까 말까
뒹굴며 생각하다보니 한 시간을 그냥 말똥말똥 . . .
에이 ~ 북한산 둘레길 1구간을 안 가봤는데 하고는
주섬주섬 챙기고 우이동 솔밭공원으로 갔다.
솔밭공원을 여러번 갔어도 주변 사진을 찍어오지를 않아서
오늘은 사진 몇 컷을 찍어오려고 똑딱이를 가지고 갔다.
도착해서 북한산 까막 딱따구리라고 되어 있는 기념물을 찍으려는데
어라? 똑딱이가 저장을 거부한다.
에구 ~ 이 넘의 똑딱이가 또 속을 썩이네 하고는 폰카로 찍으려고
촬영을 하고 저장을 하려니까
어이구 ~ 또 폰카까지 저장을 거부하고 있다.
지난번 영주, 풍기 여행 때도 둘 다 말썽을 피워 제대로 사진을 찍어오지 못했는데
오늘도 둘 다 사진 찍기를 거부한다.
그래, 찍기 싫으면 관둬라. 관둬. 말자 말어. 하고는
우이동 쪽으로 둘레길을 출발하였다.
한 20 여분 갔을까? 언덕 위로 올라가는데
"어머, 너가 이 아침에 산엘 다오구 왠일이니?"
반대로 내려오면서 하는 말에 올려다보니까
어릴적 한 동네에서 자란 초딩 친구들이 내려오면서 나를 먼저 보고 한 말이였다.
어머, 여기서 너희들을 다 만나니 . . .
두달에 한번 정도는 만나지만 우연히 산행에서 보니까 새삼 더 반가웠다.
친구들은 매주 산행을 하는데 함께 동행을 하자고 하지만
내가 체력(?)이 딸려 행여 민폐를 끼치게될까 거절을 하였었다.
"이렇게 만났는데 커피라도 한 잔하고 가자.
얘, 정애 떡보잖아. 우리 떡 싸온거 정애 좀 먹이고 보내자."
그렇게해서 다시 왔던 길을 조금 내려가서 벤치에 베낭들을 내려놓고
부천 사는 용숙이는 커피를 타고 사당에 사는 기애는 떡을 꺼내고 . . .
생각지도 않은 만남에 잠시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상도동에 사는 용식는 왕초보 산행인이라 가끔 같이 산에 다니자고 했었는데
그때마다 망설이고 거절을 하곤 하였다
그런데 오늘 내 등산화를 보더니
"산에 다니자고하니까 힘들어 싫다고 하더니 등산화가 헤지도록 산에 다녔냐?"
"그러게, 여행 다니면서도 신고 했더니 이렇게 되네. ㅎㅎㅎ"
"이렇게 만났는데 우리 같이 둘레길 돌자."
"그래, 그래 너무 좋다. 얘 같이 가자." 친구들의 말에
"1구간만 돌고 점심 약속이 있어서 안돼."라고 말을하니 아쉬운 마음이였다.
서로 반대편으로 헤여지면서
"우리들 웬수지간인가봐. 이렇게 외길에서 만나는 것 보니까."
"죄 짓고 살지 말아야돼. 어디 가서 누구를 만날지 모르잖아."
하며 한바탕 웃고는 돌아서 왔다.
살면서 부모, 형제, 남편보다 때로는 친구가 더 좋을 때도 있는데
한동안 내가 친구들을 잊고 지낸 것 같다.
집에서 뒹굴고 있었으면 이렇게 반가운 친구들을 못만났을텐데
역시 돌아다녀야 된다니까. ㅎㅎㅎ
2010년 10월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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