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아줌마의 화려한 외출

智美 아줌마 2009. 2. 1. 18:35

"언니 뮤지컬 좋아해? 초대권 있는데 안갈래?"
오잉? 음악회는 11월엔가 가보고 뮤지컬 본지는 여러 달 됐는데 . . .
"언니 친구들이랑 같이 가도 되니까 전화해보고 연락줘." 한다.

어떤 작품인지는 모르지만 잘 됐다싶어 주섬주섬 챙기고
마침 디아나가 시간이 된다고해서 같이 보기로하고 명보 아트홀로 행했다.

예전엔 명보극장이였는데 명보 프라자로 명보 극장과 명보 아트홀로 되어 있었고
아트홀 앞에 도착해서 내가 볼 뮤지컬이 "아줌마가 떳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볍게 볼만한 뮤지컬이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어찌 좌석 번호가 가운데 맨 앞줄인지 다소 난감하기도 하였지만
그 덕분에 몰래 사진 촬영을 하게 되었다.
한참을 몰래 찍다가 에구 에구 ~ 들켰다.

들켜서 여직원이 핸드폰 끄란다. ㅎㅎㅎ
그래서 후반부에 조금 건너 뛰고 마지막 휘날레 장면은 그냥 놓치기가 아쉬워
다시 꺼내 몰래 몇 컷 더 찍었다.

우리네 아줌마들이 화려한 외출을 어떻게 하는지
여러분도 함께 공감해 보세요.
공짜 초대권으로 본 답례로
팜플렛을 거금 5천냥 주고 하나 사서 이야기로 엮어 보았습니다.


명보 극장 아트홀 앞에 뮤지컬 포스터가 붙어있다.



화려한 외출 라이브 카페 무대

출연자들이 무대에 나와 앉아 있다.


카페에 온 아줌마들이 농담과 수다로 시끄럽게 떠들지만
마음 한켠은 허전하니 텅 빈 것 같다.
아줌마도 남자가 좋고 아줌마도 놀고 싶고
아줌마도 꿈이 있고 아줌마도 행복하고 싶다.



오늘 한번 화려한 외출 어때요?
음악에 취하고, 자유에 취해서
오늘 한번 화려한 외출 어때요?
이 밤에 흐르는 사랑을 찾아서
화려한 외출! 이곳으로 와요.
화끈한 노래 한 판에 걱정도 잊혀져 . . .



오늘 나의 인생 화려한 외출 시작해
오늘 나의 인생 눈부신 외출을 시작해
화려한 외출! 두근대는 가슴 . . . 마법이 일어 날 것 같아
꿈만 같은 일이 내게도 찾아올 것 같아
화려한 외출! 화려한 외출 Go Go Go ~



집을 나온 아줌마들이 술을 먹고 노래도 하고 춤을 추고
마음껏 놀다가 집에 들어간다.



집에 들어가니까 남편은 한바탕 닥달하며 퍼붓고 . . .
아줌마는 독백을 한다

내가 이러고 살아요.
내 나이 오십에 말이죠.
술 한 잔도 좋아하는 노래도 춤도 참고 살아요.
한숨이 깊어 한이 되고
세월이 깊어 멍든 가슴만 . . .
답답해서 저 남자와 못살겠다고 외친지 30년 . . .!
하지만 30년이 넘도록 아직도 살고 있죠.



내 생일날인데도 남편은 기억도 못하고
기껏 남편이 사온 미역, 내 생일을 기억하고 사왔을까?
반가운 마음에 말도 하기 전에 남편이 하는 말

"내일 어머니 오시니까 어머니 미역국 좋아하시잖아, 끓여 드려."
한술 더 떠서 하는 말
"이번에 어머니 오시면 우리랑 같이 살자고 말씀 드려." 한다.

아줌마는 슬프다. 내마음을 너무 몰라주는 남편
세월이 가버리고 남은 건 늙어버린 몸둥아리 뿐인데 . . .



이혼하고 딸 하나 의지하고 사는데
딸은 자꾸 엇나가는 것 같아 불안하고 마음 아프기만 하고
엄마와 딸은 점점 골이 깊어가 갈등은 쌓여만 가는데
엄마는 슬프다.
자꾸만 기억력이 떨어져 깜박깜박 잊어버리고
그러한 엄마를 이해 못하고 반발하는 딸 . . .



아줌마들은 서로 동질감이 드는 아줌마들을 만나 수다로 위안을 얻는다.
서로 꿈을 이야기 하고 꿈을 이루고 싶다는 희망을 말한다.
노래하고 싶다는 것을 . . .



때로는 유혹의 손길이 뻗어오기도 하지만 그래도 아줌마는 눈을 높여 튕긴다.
남자들은 밖에서 젊은 여자들을 만나고 즐기지만
아줌마들은 텅빈 마음과 늙어 버린 몸둥아리뿐 . . .



섹시한 늑대 한 마리
죽이는 늑대 한 마리
멋있는 늑대 한 마리
Hey! 어디로 갈까? 묻지 말고 출발해
난 지금 너의 사람이니까
몰라 몰라 몰라! 여우의 본능이야 여우 . . .



아줌마는 말한다.

사실 얼마나 겁이 나는지 몰라요.
나도 꽃다운 날이 있었는데
언제 이렇게 시들어 버린 건지
나먼 이런 게 아니라는데
꼭 나만 이런 것 같아.
사실 얼마나 겁이 나는지 몰라요.
그래, 맞아요. 나 요실금 맞아요.



오 슬퍼마. 오 괜찮아
오 세월은 누구도 비켜갈 순 없어.
청춘아 어디 있니. 청춘아 어디 있니.
내 젊은 청춘아 어디에 . . .
청춘아 어디있니. 청춘아 어디 있니.
나에게도 다시 돌아와 슬퍼마.



엄마, 엄마 미안해.
엄마, 나 좀 안아줘.
엄마 날 보고 있다면 뭐라고 말 좀 해봐.
괜찮을거라고 말해줘.

엄마, 난 나이가 들어서도 왜 이럴까
힘들 때만 엄마를 찾아서 미안해.
아플 때만 엄마를 찾아서 미안해.

엄마 나를 안아줘. 나를 안아줘.
엄마 . . .







난 정말 노래하고 싶어
난 정말 노래하고 싶어
화려한 외출, 화려한 외출, 우린 화려한 외출!
아직 늦지 않았어
우린 시작할거야
다시 꿈을 꿀거야
우린 노래 할 거야
우린 화려한 외출을 시작해
우린 화려한 외출 . . .



세상이 우릴 외면한다 해도 이제 화려한 외출을 시작해
우린 아직 꿈이 있어
세월이 우릴 붙잡는다 해도 화려한 외출을 시작해
포기하지 않을거야
화려한 외출 이제 시작해 내꿈을 향해.
Go Go Go Go Go . . .





아줌마들은 꿈을 이룬다.
화려한 무대는 아니지만 소년 소녀 가장 돕기 자선 음악회에서
딸과 남편 가족의 이해와 축하를 받으며 . . .

2009년 2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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