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우째 내 몸이 자꾸 이런다냐?

智美 아줌마 2009. 1. 15. 18:31

새해 인사 차 부산에 사는 친구와 전화 통화를 하였는데
대뜸 "지금 내려오는 중이니? 언제 오는데?" 한다.
늘 잊을만 하면 전화하고 부산엘 내려가다 보니
부산 친구가 그렇게 말을 하는 것이다.

이 친구와는 남달리 애틋한 우정이 깊은 인연이다.
고3 예비고사를 볼 즈음 4기분 등록금을 낼 때였는데
그 친구는 집안이 넉넉지 않아서 4기분 마지막 등록금을 낼 수가 없어
제적을 당하게 생겼다. 다른 사람도 아닌 내 짝꿍인데 . . .
그 당시에는 다들 어려운 형편으로 가난 속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집들이 많았다.

4기분 등록 마지막 날이 지나고 학교 벽보에는 제적 명단이 공고되었고
그것은 본 그 친구는 다음 날 부터 학교엘 나오지 않았고
나는 매일 비어있는 짝꿍의 자리를 보면서
이렇게 가난한 환경이 우리들을 슬프게 하는 것이 너무 마음 아팠다.

마지막 추가 등록일이 되어 가는데도 그 친구는 학교엘 오지 않았고
애가 타는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돈을 빌려줄 것을 간절히 부탁을 하고 다녔다.
그러나 다들 힘들게 사는지라 누가 그 큰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었고
선뜻 빌려줄 사람도 없었다. 다 먹고 살기 다 빠듯한 처지였기에 . . .

나는 집에 가서 엄마한테 사정 얘기를 하고 엄마가 해결을 좀 해주면 안되겠냐고
말을 하였지만 엄니도 언니, 나, 동생의 등록금 마런하느라
정말 버거웠지만 작은 딸의 부탁에 하는 수없이 가까이 지내는 이웃을 찾아가
알아봤지만 집집이 다 학생들이 있는 집이라 다들 빡빡한 생활들로 여유가 없었다.

마지막 추가 등록일이 되었다.
나는 마음이 조급해지고 하루하루 다가오는 예비고사일
나혼자 등록을 하고 대입고사를 보러 가야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다.

그래도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고 가까이 지내는 선생님들께 찾아가
부탁도 하고 떼도 쓰고 그랬지만
그때 선생님들 대부분 형편이 어려우시고 여유있는 분들이 없으셨다.

끝으로 한 분 . . . 내 자존심 다 버리고 그 선생님께 찾아갔다.
나와는 의견대립이 심해 부딪히고 싶지도 않은 그런 선생님이셨는데
다급한 마음에 그 선생님께 찾아가니
갑작스러운 방문에 놀라시면서도 반겨 주셨다.

나는 "선생님께 부탁이 있어서 왔는데 이유는 묻지 말고 돈 빌려 주세요." 라고 말했다.
선생님은 황당해 하시면서 "나쁘게 쓰지 않을 거라 믿지만
어디에 쓸려고 학생이 그 큰 돈이 필요하냐 이유를 말하면 해주겠다." 라고 하셨다.

나는 계속 묻지 말고 해주시고, 선생님은 이유를 말하면 해주겠다." 라고
실랑이를 하다가 내가 "됐어요. 없던 걸로 하세요" 라고 말을 하고는
문을 꽝 닫고 나와 버렸다.

그 선생님은 39살 노총각 선생님으로 집안이 그런대로 좀 여유있는 분이셨기에
자존심 구기고 찾아 갔는데 . . . ㅠㅠ
그렇게 뒤돌아서 나오는데 어떤 학생이 뒤에서 막 부르며 쫓아오면서
선생님이 다시 오라고 하신단다.
마음은 자존심 상해서 안가고 싶었지만 꾹 참고 다시 선생님 앞으로 갔다.

선생님께서 "이유는 묻지 않겠다, 하지만 내가 말한 조건에 따른다면 돈을 해 주겠다."
말씀하세요. 어떤 조건인지 제가 받아들일 수 있는 조건인지 들어봐야 하니까요."
꼴에 그래도 자존심을 내세우고 . . .

'네가 날 자질이 부족한 목사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난 이 학교의 교목으로 너희들 교과를 가르키는 선생님이다.
존경은 하지 않아도 날 그에 맞게 대우를 해주고 예의를 지켜 줬으면 좋겠다.'

참으로 나는 그 부분에는 할말이 없고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바이지만 자존심에 인정을 하지 않았을 뿐이였는데 . . .
"네, 알았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지금 가진 돈은 없고 가불증을 써줄테니까
서무과가서 돈 받아 가거라. 전화 해주마" 하셨다.
나는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불증을 받아 들고 서무과로 막 뛰어 갔다.

서무과 선생님께서 돈을 내밀어 주시기에
나는 도로 디밀면서 짝꿍의 등록을 내달라고 했다.
서무과 선생님은 내 말에 반문을 하시면서
짝꿍의 등록금 고지서에 수납 도장을 꽝 꽝 찍으시고는
쫘 ~ 악 찢어서 영수증을 내 주셨다.

그때의 그 기쁨 마음은 어찌 표현할 수 있겠는가?
나는 그렇게 등록금을 내고는 매일 그 친구가 학교에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어느 날
담임 선생님께서 음악실로 내려오라는 전갈을 받았다.

음악실에 내려가니까 담임 선생님께서 그 친구가 오늘 등록금을 해가지고 왔는데
서무과에 접수해줄 것을 부탁하려고 하니까
누가 벌써 등록금을 냈다고 . . .

선생님과 나는 가난하고 어려운 현실에 마음이 너무 아파
그동안 맘 조리며 참아왔던 눈물로 엉엉 소리내며 울었다.
그렇게 가난해서 걲어야 했던 일들이 지금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고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잊을 수 없는 친구이다.

그런 친구를 보러 부산엘 가려는데
우 ~ 씨 왜 몸은 자꾸 말썽을 부리는지 . . .

지난 주에 가려고 했더니 눈이 충혈되고 입술이 부르터서
일주일 내내 꼴이 말이 아니여서 이번 주에 가려고 했더니
우리 싸가지 화, 목요일에 볼일 있다고 해서 내일 가려고 했더니만
컨디션이 안좋아 나서기가 망설여진다.

어제 부터 간간이 기침이 나더니 오늘은 으실으실 춥고 열나고 머리 아프고 . . .
어찌 된 일인지 나도 늙느라 그런지 자꾸 몸이 망썽을 부린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꼭 나설 수 있기를 . . .

2009년 1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