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어떤 소원

智美 아줌마 2008. 11. 12. 18:26

어제는 잘 나가는 마누라들과 모임이 있었다.
사회적으로 명성도 있고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 남편 덕에 잘 먹고 잘 사는
명색이 사모님 소리 듣고 사는 여자들과의 모임이다.

만남을 갖게 된지도 십수년이 넘었지만
여느 모임과는 다르게 늘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지내는 묘한 만남이다.

만나면 보통 여자들과 같이 수다떨며 웃고 떠들지만
절대 흐트러진 모습을 안보이는 요조 숙녀(?)라고나 할까?
아뭏든 그런 여자들과 모임이 있었다.

종로에 있는 고급 부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얼마 전에 광화문 지역 주상 복합 아파트에 입주한
K대 병원 ***과장의로 있는 남편을 둔 마누라 집으로 갔다.

향긋한 커피와 다과를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
L그룹 이사로 정년 퇴직한 남편을 둔 마누라가
지난 주 남편과 용문사로 바람 쐬러 갔다왔다고 했다.

사람들이 용문사의 거목 은행나무에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서
자신도 소원을 빌었다고 한다.
"내가 무슨 소원 빌었는지 알아요?"

"무슨 소원을 빌었는데?"
"건강하게 해달라고 했어?"
"아이들 잘 되게 해달라고 했어요? . . ."

"그런 소원 빌었다면 내가 이런 말도 하지도 않지요.
글쎄, 내가 우리 남편과 같은 날 죽게 해주세요." 라고 하는 거예요.
순간 그런 소원을 읇조리고 있는 나자신에게 깜짝 놀라서
내가 지금 무슨 소원을 빌고 있는거야? 하는 생각에 너무 황당했어요." 한다.

"그렇게 그 집 남편이 좋은거야?"
"같은 날 남편과 같이 죽게 해달라고할 정도로 좋은거예요?" 하니

"좋아서가 아니라 남편이 먼저 죽고 나 혼자 남는다고 생각해봐요.
얼마나 무섭고 두렵겠어요?
그렇다고 내가 먼저 죽으면 우리 남편 혼자 어떻게 살아요" 한다.

그런건가? 부부라는게 . . .
같이 웃으며 나누는 이야기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나 자신은 어떤 생각으로 살아왔는지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2008년 11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