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기러기 아빠

智美 아줌마 2008. 10. 18. 18:21

무심코 고정 시켜 놓은 TV 체널 . . .
가수 이미자씨가 나와 계속 노래를 부른다.

이미자 콘서트인가? 하며 주방으로 왔다갔다 . . .
뒷정리하고 소파에 앉아 보노라니
"어린이에게 새생명을" 이미자의 희망 콘서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프로였다.

핸드폰으로 한 푼이라도 성금에 보태고는 노래를 들었다.
귀에 익은 노래, 추억이 담긴 노래, 그리움이 가득한 노래들을 부른다.
노래를 따라 부르니 엄니 생각이 났다.
이 노래는 엄니가 즐겨 부르던 노래인데 . . .
따라 부르다가 눈물이 핑 돌아 울컥 울음이 섞인다.

"산에는 진달래 들엔 개나리
산새도 슬피 우는 노을진 산골에
엄마 구름 애기 구름 정답게 가는데
아빠는 어디갔나 어디서 살고있나
아 ~ 우리는 외로운 형제 길잃은 기러기"


어린 사남매를 두고 하늘 나라로 가버리신 우리 아베.
그 충격으로 혼절 상태로 가망 없다던 우리 엄니.
여자 몸으로는 한없이 연약하였지만 어머니로서는 강했던 엄니.

겨우내 땅 속에서 생명 끈을 놓지 않고 솟구쳐 나온 새싹같이
엄니는 엄니 마저 자식을 놓을 수가 없어 기적같이 자리를 털고 일어나셨지.

우리들 키우시며 얼마나 힘들고 사는게 버거우셨을까?
가끔 엄니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도 슬픔으로 느껴지곤 하였다.

기러기 아빠, 이 노랫말에 나오는 아빠는
가정을 버리고 다른 삶을 선택하고 자식을 버렸지만
울 아베는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우리를 두고 떠났었지.

그래도 엄니가 부르는 기러기 아빠는 편하게 부르셔도
엄니의 한으로 느껴져 가슴을 찔렀었다.

매일 매일 하루도 엄니를 잊은 적이 없지만
프로그램에 따라 이미자씨가 나와 부르는 노래에
더욱 더 엄니가 보고싶어 그동안 참았던 눈물에 목이 메이고
행여 옆에 있는 딸이 눈치 챌까 돌아서 얼른 눈물을 닦았다.

지금의 나보다 훨씬 더 젊은 나이에 남편도 없이
우리 사남매 키우시면서 얼마나 힘들고 서러우셨을까?
나는 두 아이 밖에 안되어도 이렇게 힘든데 . . .

엄니 ~ 아베 만나서 좋으나?
아베가 엄니 알아보드나?
아베랑 같이 있으니까 행복하나?
보고싶다, 너무 너무 보고싶다. 엄마야 . . .

2008년 10월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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