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전남 신안군 안좌면 반월도와 박지도

智美 아줌마 2015. 8. 25. 12:05

남 신안군 안좌면 반월도와 박지도 사이에 놓인 ‘중노두’를 반월도 쪽에서 바라본 모습. 중노두는 박지도 비구 스님과 반월도 비구니 스님 간 애틋한 사랑의 가교라고 전해진다. 전남도 제공

중노두 전설 ‘스토리텔링’ 활용

썰물때 드러나는 중노두 걸으면

연인 사이 사랑 확인·결실 맺어

당제 지냈던 당산 숲길 산책 시원


제방·논둑사이 물채운‘원안의 논’

두 섬 둘러싼 광활한 갯벌 이색적


‘그 섬에 가면 사랑이 이뤄진다.’

필시 젊은 연인들에겐 여간 솔깃한 얘기가 아닐 것이다. 세상에 그런 섬이 어디 있느냐고 따져 물을 사람도 있겠지만, 이런 콘셉트로 관광자원화를 시도하는 섬이 있다. 섬에 전해 내려오는 사랑 얘기가 애틋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구체적 ‘물증’도 있어 성공 가능성은 꽤나 높아 보인다.

지난 16일 이낙연 전남지사와 함께 가본 전남 신안군 안좌도의 부속도서 박지도와 반월도가 그곳이다. 이 지사는 민선 6기 브랜드시책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 대상지로 올해 선정된 6곳 중 5곳을 앞서 둘러본 뒤 마지막 순서로 이들 섬을 찾았다.

전남 신안군 안좌면 박지도에서 안좌도 쪽을 바라본 ‘천사의 다리’(위 사진)와 반월도 당숲.
이 지사 일행을 태운 배는 신안군 압해도 송공항을 출항, 40여 분만에 안좌도 읍동 선착장에 닿았다. 차량으로 15분가량 이동해 두리마을에 이르자 박지도로 건너가는 다리가 보였다. 두리마을과 박지도는 547m, 박지도와 반월도는 915m 길이의 인도교로 각각 연결돼 있다. 물론 차량 통행은 불가능하다. 2008년 완공된 총 1462m의 이 나무다리는 하늘에서 볼 때 V자 형상으로 ‘천사의 다리’라 명명됐다. 한 시인은 최근 이들 섬의 자원 조사보고서에서 “신안군의 섬 숫자 1004개에서 따온 이름이지만 뜻은 매우 중의적”이라며 “천사의 마음으로 이 다리를 건너란 뜻도 되고 이 다리를 건너면 천사가 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아름다운 작명”이라고 했다.

두 섬에는 애틋한 사랑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이른바 ‘중(스님)노두’ 전설이다. 옛날 박지도에는 젊은 비구 스님 한 사람이, 반월도에는 젊은 비구니 스님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고 한다. 얼굴을 본 적이 없지만 멀리서 아른거리는 자태만 보고 서로 사모하게 됐다. 어느 날 박지도 비구는 망태에 담은 돌을 반월도 쪽 갯벌에 부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흐른 뒤 반월도 비구니도 광주리에 돌을 담아 머리에 이고 박지도 쪽을 향해 부어나가기 시작했다. 노둣길은 두 사람이 중년이 돼서야 완성됐고, 돌무더기 위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손을 잡고 하염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 사이 갑자기 불어난 바닷물에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썰물이 되자 ‘중노두’만 남았다는 얘기다.

‘중노두’는 실제로 박지∼반월 구간 천사의 다리 근처에 있었다. 반월도 개발위원장 장상순(68) 씨는 “지금도 썰물 때 중노두를 통해 25∼30분 걸려 박지도 쪽으로 갈 수 있다”며 “때때로 중노두에서 낙지를 잡기도 한다”고 전했다. 두 스님이 살았다는 암자의 터도 아직 남아 있다.

전남도와 신안군은 이 같은 스토리텔링 근거를 토대로 반월·박지도를 ‘사랑의 섬’으로 관광자원화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선 안전대책을 마련한 뒤 관광객들이 중노두를 직접 걸어보게 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또 박지도 스님이 머물렀던 암자터 인근 우실샘을 복원해 ‘사랑샘’으로 개명하고 사랑의 서약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신안군 관계자는 “젊은 연인들이 한 번쯤 와볼 만한 사랑의 여행 코스로 가꾸는 것이 목표”라며 “선한 천사의 마음으로 다리를 건너와 중노두를 함께 걸으면서 사랑을 확인하는 콘셉트”라고 설명했다.

또 인상적인 것은 두 섬을 둘러싸고 있는 광활한 갯벌이다. 썰물 때 통째로 사라진 바다가 밀물 때 다시 나타나는 모습도 눈여겨 볼만하다. 두리∼박지 구간을 건넜던 이 날 오전 10시 30분쯤 다리 밑과 주변은 온통 갯벌이 훤히 드러난 상태였다. 하지만 2시간여가 지나자 섬 주변에는 순식간에 바닷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인생에서도 비움과 채움이 모두 필요함을 가르쳐주는 듯했다.

이 밖에도 관광자원화 할 만한 것들이 많다. 박지도 당산(해발 138m)에는 그늘 속을 걸을 수 있는 숲길이 있고 반월도 어깨산(201m)의 완만한 구간도 산책로 활용이 가능하다. 수십 년 전까지 당제를 지냈던 반월도 당숲은 보존이 잘 돼 있다. 섬 전문가들은 박지도에 있는 ‘원안의 논’도 관광자원화 할 것을 권하고 있다. 바닷물을 막는 제방과 논둑 사이에 고랑을 파서 물을 채운 것이 ‘원 안’인데, 이 원 안이 논에 바닷물이 스며드는 것을 방지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했다고 한다. 20여 년 전 둑이 무너져 지금은 농사를 지을 수 없는 논이 됐지만 소중한 농업유산을 소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이 두 섬은 당일 일정으로 돌아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21가구, 57가구가 각각 사는 박지도와 반월도에는 관광객들이 이용할만한 숙소와 음식점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시설들은 ‘가고 싶은 섬 가꾸기’ 사업이 본격화된 1∼2년 후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사업계획에는 옛 반월분교를 리모델링해 단체 숙박장소와 음식점으로 활용하고, 박지도 빈집을 개조해 게스트하우스로 쓰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

반월·박지도(신안)=정우천 기자 sunshin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