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분 운해 |
[투어코리아=유경훈 기자] 경북 고령(高靈)은 562년까지 존속하며 찬란한 철기문화를 꽃피웠던 대가야의 도읍지였다. 그럼에도 역사의 평가는 인색(?)해 대가야는 일명 신비의 왕국으로 불렸다. 하지만 순장묘왕릉인 지산동 44호와 45호 고분이 발굴되면서 기억 저편으로 사라졌던 대가야의 문화가 재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1500년 전 대가야의 도읍지 고령으로 봄 여행을 떠난다.
대가야의 화려한 축제의 장으로 초대
'경상북도 대표축제'이자 '대한민국 문화관광 우수축제'인 고령 대가야체험축제가 오는 4월 9일부터 12일까지 고령대가야박물관 일원에서 열린다. 축제가 열리면 금동관 제작 체험을 비롯해 대가야유물발굴체험, 순장문화체험, 암각화체험, 철기문화체험, 가야금제작 체험, 딸기수확체험, 악성우륵추모제, 먹거리 장터 등 관광객의 오감을 자극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펼쳐진다.
또 가야금 등 국악과 대중가요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고령 가얏고 음악제와 전국 우륵 가야금 경연대회 등 다양한 연계 행사도 열린다.
고령군은 올해 축제에 관람객 30만 명이 찾을 것으로 보고 프로그램의 내실화를 기하고 관람객들의 편의를 높였다.
은둔의 왕조 지산동 고분군
고령읍을 병풍처럼 감싸고 있는 주산(해발 321m) 능선위에는 대가야가 성장하기 시작한 서기 400년경부터 멸망한 562년 사이에 만들어진 대가야 고분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이곳에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발굴된 순장묘 44, 45호(사적 제79호)를 비롯해 크고 작은 고분 704여기가 분포하고 있다. 그 고분들은 대가야시대 왕과 왕족들의 무덤으로 추정된다.
주산 정상에는 지름이 20m가 넘는 대형고분이 자리하고 있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서 규모가 작아지는 게 특징이다. 지산동 44호 고분에서는 대가야의 독특한 토기와 철기, 말갖춤을 비롯해 왕이 쓰던 금동관과 금 귀걸이 등 화려한 장신구가 대거 출토됐다. 고분을 빙글 빙글 돌 듯 나 있는 산책로를 따라 거닐면 1500여 년전 대가야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신비의 대가야 역사현장 '대가야박물관'
지산동 고분군을 둘러본 뒤 주산 자락을 타고 내려오면 신비의 대가야 역사를 풀어놓은 '대가야 박물관'과 '대가야 왕릉전시관'을 만날 수 있다. 대가야 박물관(연면적 3407㎡, 지하1층 지상2층)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야외전시관으로 나뉘어져 있다.
상설전시실은 대가야의 여명, 대가야의 성립, 대가야의 성장과 발전, 대가야 이후의 고령을 4개 테마로 관람할 수 있다. 이곳은 대가야의 역사를 중심으로 고령의 역사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구석기 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역사. 문화에 대한 설명과 유물을 전시해 놓았다.
관람객들은 돌칼, 돌화살촉, 그릇받침, 금귀고리, 금동관, 투구와 갑옷 걸이 등 대가야의 다채로운 유물을 구경할 수 있다. 기획전시실은 연간 1~2회 특정 주제를 설정해 기획전을 열어, 찬란한 대가야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다. 야외전시장에는 대가야시대 살던 집과 창고, 철 생산을 알 수 있는 제철로유적, 그리고 불상, 석등, 석탑 등 불교관련 문화재와 장대석, 맷돌, 절구 등 여러 가지 석조문화재가 전시되어 있다.
순장문화의 현장 '대가야 왕릉전시관'
대가야 박물관관 지척에 있는 '대가야 왕릉전시관'은 국내에서 최초로 확인된 대규모 순장(殉葬)무덤인 지산동 고분군 제 44호분의 내부를 원형 그대로 재현해 신비감을 불러일으킨다. 왕릉전시관은 다른 전시관과 달리 묘한 긴장감이 흐르는데, 이는 순장이라는 문화가 우리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강하게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순장무덤이란 부족장이나 왕이 죽으면, 그를 따르던 사람들을 산채로 함께 매장해 죽어서도 살아 있을 때와 같이 시중들고 생활하도록 하는 무덤을 말한다. 관람객들은 실물크기로 만든 모형 44호 고분 속으로 들어가 고분의 구조와 축조방식, 주인공과 순장자들의 매장모습 등을 직접 볼 수 있다.
어린이체험학습관은 어린이 관람객들이 대가야를 비롯한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대가야 토기퍼즐, 탁본 및 인쇄, 민속품 체험, 토기캐릭터 만들기 등을 하면서 여러가지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
이외에도 탁본.인쇄 및 프로타주체험, 암각화그리기, 대가야 이야기책 만들기 코너 등을 해볼 수 있고 절구.다듬이 등 전통 민속 도구와 활비비, 손풀무질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악성 우륵을 만나다
우륵박물관은 가야금을 창제한 악성 우륵(于勒)과 가야금의 세계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우륵은 우리나라 3대 악성(우륵,박연, 왕산악)으로 꼽히는 인물로 가실왕의 명을 받아 중국의 쟁을 본 따 12현금인 가야금을 만들고 작곡, 연주까지 했다. 그러나 우륵이 남긴 가야금 악곡은 전해지지 않고 가야 12지방의 이름을 딴 12곡명만 남아 있을 뿐이다.
우륵은 대가야가 멸망하기에 앞서 신라에 망명, 신라 음악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이곳에서는 우륵의 생애와 가야금 기원을 영상을 통해 알아볼 수 있고, 가야금 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청취코너도 마련돼 있다. 또 전문 장인이 운영하는 가야금 공방을 찾으면 가야금 제작과정을 체험할 수 있고, 아쟁, 해금 등 전통 국악기들도 두루 구경할 수 있다.
개실마을에서 특별한 하루
무오사화 때 화를 입은 조선전기 영남사림파(嶺南士林派)의 종조인 점필재 김종직(金宗直:1431~1492) 선생의 후손(善山,일선 김씨)들의 집성촌으로 350여 년 간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유서 깊은 마을이다.
이 마을은 꽃이 피고 골이 아름다워 '아름다울 가(佳), 골짜기 곡(谷)'자를 붙여 가곡이라 하고, 또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곳이라 하여 개화실(開花室)이라고도 했는데, 음이 변해 개애실이 되고 현재 개실이 되었다고 한다.화개산 기슭에 자리를 잡은 점필재 종택은 1800년경 건립해 1878년 중수했다. 이 고택엔 지금도 선산 김씨 문중공파 종가의 종손이 살고 있다.
고택은 'ㅁ'자 형으로 정갈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양반의 종가여서일까. 기와 하나, 기둥 하나에도 꼿꼿한 양반의 정신이 흐르는 듯하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불천위 제사'(신위를 영구히 모시도록 나라에서 허락한 제사)를 지내는 종가 마을이라고 하니 시간이 350년 전에서 그대로 멈춘 듯하다.
오늘날 개실마을은 체험마을로 지정돼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 음식문화와 양반의 예절문화를 배우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이 마을에서는 밤에 오래된 나무 냄새를 맡으며 잠을 청하고, 자명종 대신 닭 우는 소리에 아침을 맞이한다.
봄에는 딸기수확, 엿.유과 만들기, 떡메치기 등을 즐길 수 있고 여름에는 모심기, 대나무 공예, 뗏목타기를, 가을에는 밤 따기 등을 겨울에는 썰매타기, 떡메치기 등을 체험할 수 있다.개실마을이 체험마을로 지정되면서 옛날부터 전해 내려왔던 전통 한과와 엿과 같은 음식문화와 양반의 예절문화가 새삼 관광객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을 노인들로부터 직접 짚을 꼬아 계란꾸러미를 만드는 짚풀 공예도 배울 수 있고 국수 만들기, 윷가락 만들기, 대나무를 이용한 물총 만들기 등 다양한 전통 문화도 즐기고 배울 수 있다.
천년고찰 반룡사
신라 애장왕(802년) 때 건립했다고 전하며, 고려 중기 보조국사가 중건하고 고려 말 나옹선사가 다시 중건했다고 한다. 반룡사에는 다층석탑(유형 문화재 제117호)과 동종(유형문화재제288호)이 남아있었으나 현재는 도난과 훼손의 우려로 인해 '대가야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반룡사에서는 다식체험(매월 2.3주 토요일 오전)과 사찰음식 체험(매월 1.4주 토요일 오전)을 해볼 수 있고, 템플스테이도 누릴 수 있다.
구미 당기는 고령 특산품
고령의 특산물 '무농약 딸기'는 가야산의 맑은 물과 벌을 이용해 재배한다. 당도가 높고 맛과 향이 뛰어나며 비타민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해외수출도 하는 등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고 있다. '우곡 그린수박'은 낙동강변 비옥한 토질에서 재배해 아삭하고 당도가 높아 전국 유명백화점, 마트 등에서 비싼 값에 팔리고 있다. '성산 멜론'은 비타민 A.C와 칼슘이 다량 함유되어 있고 향기뿐 아니라 당도와 빛깔도 뛰어나다. 성인병 예방과 다이어트 식품으로 각광을 받으면서 일본 등지로 수출하고 있다. 낙동강변 사질토질에서 키운 '개진 감자'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해 건강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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