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충주호 종댕이길

智美 아줌마 2014. 8. 25. 10:29

충주호 종댕이길 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호수의 시원함과 숲의 안온함이 만나는 길

한국에서 가장 큰 호수 충주호, 너른 품으로 안아주지만 주변을 그윽하게 감싸는 그 곁으로 오밀조밀 지나는 오솔길이 있다. 2013년 10월에 생긴 충주호 종댕이길은 충주호를 시원하게 내려다보며 동시에 자연 그대로의 숲을 즐기며 걷는 길이다. 호수와 숲을 두루 누릴 수 있는 휴식의 길이다.

종댕이오솔길 진입로

훼손되지 않은 야생의 자연을 걷는다

종댕이라는 이름이 왠지 친근하고 귀엽다. 종댕이길의 종댕이는 근처 상종·하종 마을의 옛이름에서 유래된 것이다. 충청도의 구수한 사투리가 섞인 어원이다. 종댕이길이 둘러싸고 있는 심항산을 종댕이산이라고도 불렀다.

종댕이길의 총 길이는 그리 길지 않다. 연령이나 취향에 따라 선택해 걸을 수 있도록 3코스로 나뉘어져 있긴 해도 그 거리를 모두 합해봐야 11.5km의 무난한 길이다. 1·2·3코스를 모두 걸어도 4시간 30분이면 걸어볼 수 있고 심항산과 호수를 휘도는 핵심코스만 걷는다면 1시간 반 정도로도 가능하다.

 

자연 그대로의 숲길

 

충주호와 심항산을 휘도는 핵심코스는 약 3.8km로 숲으로 내려가는 종댕이오솔길에서부터 시작한다. 주차장이 있는 마지막재에서 차를 세우면 오솔길 진입로까지는 약 0.9km의 도로가 나 있는 큰 길을 따라 걷게 되는데 옆은 데크로 난간이 있고 바닥에는 야자수로 만든 친환경매트가 깔려 있어 발걸음이 편하다.

 

오솔길로 내려가면서 본격적인 숲이 시작된다. 숲은 생각보다 깊다. 인공적인 손질을 최대한 자제하고 자연 그대로의 숲의 모습을 살렸다. 도로를 벗어나 얼마 걷지 않았는데도 깊은 숲으로 들어온 듯 포근한 느낌이다.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등 참나무류의 나무들이 무성하게 가지를 위로위로 뻗어 올리고 있다. 다양한 잡목이 섞인 숲은 야생의 분위기를 풍긴다.

 

폭신폭신한 흙길

 

숲 해설사와 함께 걷다 보면 모르면 보이지 않던 것들도 설명을 들으니 새록새록 눈에 보이는 것이 많다. 보이는 만큼 느낀다고 숲을 느끼는 감각도 더 확장된다. 오솔길을 수놓는 박쥐나무의 노란 꽃이 잎을 말아 올린 모습도 처음 보는 풍경이다. 숲을 걸을 때마다 지나쳤을지도 모르지만 몰랐을 때는 보이지 않았던 꽃이다. 새삼스럽다.

 

곳곳에 빨간 산딸기도 지천이다. 참지 못하고 몇 알을 따 먹어본다. 상큼시큼한 즙이 정신을 맑게 깨우는 느낌이다. 조금씩 숲과의 교감이 이어진다. 찢어진 갈퀴 같은 잎을 무성하게 달고 있는 거북이꼬리나무도 무시로 눈에 띈다.

발 아래로는 폭신폭신한 땅이 밟힌다. 발걸음이 오랜만에 흙을 밟는다. 떨어진 아까시나무의 하얀 꽃들과 잎이 뒤엉켜 흙 위에 융단을 깔았다. 습관적으로 차가운 아스팔트 길을 밟았던 경직됐던 발과 관절이 따뜻하고 포근한 흙길을 만나 비로소 편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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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모양의 복분자 꽃

상큼한 산딸기 몇 알 맛보기

 

무성한 오솔길을 벗어나니 이내 작은 생태연못이 나온다. 올챙이가 알을 깨고 나와 와글와글 수영 중이다. 조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어설픈 모습도 있지만 곧 자연의 생태와 숲의 시간이 조화를 부려 그럴듯한 연못이 될테다.

생태연못을 지나면서 충주호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기 시작한다. 문득문득 큰 폭의 충주호가 마치 바다처럼 보인다. 모래사장을 품을 곳에서는 살짝살짝 파도까지 친다. 숲을 걸으며 물을 만나고 물소리까지 들으니 더 시원하다. 충주호를 떠다니는 유람선도 보인다.

무더운 날에도 숲 안은 시원하다. 더구나 호수를 품고 있는 숲길에서야 말할 것도 없다. 초여름의 나른한 더위 속에서도 숲은 상쾌한 피톤치드를 뿜어내며 걷는 사람들의 몸과 정신을 맑게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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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댕이 고갯길

숲의 무성한 나무 사이로 보이는 호수

종댕이길에서 조망하는 충주호

 

심항산을 휘도는 종댕이길 핵심코스는 얼핏 보면 길이 하트모양으로 생겼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이 길을 걸으면 연인들의 사랑이 깊어진다고들 한다. 길 중간쯤 넘게 되는 작은 재인 종댕이고개를 넘으면 한 달씩 젊어진다는 얘기도 있다. 천하대장군과 천하여장군 사이를 지나 종댕이길의 중간쯤에 있는 종댕이고개를 넘으려면 종댕이길을 한바퀴 걸을 수밖에 없다. 아닌게아니라 그렇게 약 4km의 길을 자주 걷다 보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젊어질 것 같으니 영 빈말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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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댕이고개를 넘으면 나타나는 정자 밍계정

너른 충주호를 바라보는 제 2조망대

 

종댕이길 중간중간 쉼터와 조망대도 여럿이다. 가장 먼저 나오는 정자인 원터정을 시작으로 밍계정, 윗종댕이정 등 숲에 안겨 호수를 바라보는 2층의 정자는 쉬어가기 좋다.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기도 그만이다. 다리가 좋지 않은 사람이라면 이 정자들에서 그냥 쉬어가기만 해도 숲의 치유를 느낄 수 있을테다.

 

데크로 만든 조망대는 놓치면 아쉬울 풍경이 있는 곳에 어김없이 자리한다. 제 1조망대와 제 2조망대는 모두 시원하고 잔잔한 호수를 바라보는 풍경이다. 조망대도 쉬어가기 좋다. 종댕이길은 걷는 길이기도 하지만 쉬는 길이기도 하다. 이렇게 쉼터와 조망대가 많은 길도 드물다. 정식으로 지어진 정자처럼 대놓고 쉬어가라는 쉼터가 아니라도 길 곳곳에 판판하고 넓은 돌들이 무시로 놓여있다. 돌에 걸터앉아 즐기는 숲의 휴식이다.

 

특별히 정해진 치유프로그램이 없어도 종댕이길은 걷는 이들이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어루만져 주는 듯 하다. 야생의 자연이 살아있어서 그렇고 호수와 숲이 함께 길을 동반하니 더 그렇다. 오르막과 내리막의 경사는 편하게 나무계단으로 정비되어 있지만 그 외의 길들은 대부분이 자연상태의 오솔길이라 걷다 보면 마음에 걸리는 것이 없다. 시나브로 걷다 보면 맺혔던 마음과 뭉쳤던 근육이 두루 풀리는 기분이다.

 

데크 길에 간간이 놓인 벤치쉼터

 

호수를 한 바퀴 휘돌아 걷고 나면 길 끄트머리에 있는 주황색의 출렁다리를 건너 상종마을 쪽으로 나가거나 출렁다리를 건너지 않고 오르막 숲길을 올라 숲해설 안내소를 거쳐 다시 오솔길로 나갈 수도 있다. 호수를 돌아 걷는 길을 빠져 나가면 계명산 자연휴양림과도 쉬이 만난다. 종댕이길을 걷고 휴양림에서 머물며 휴식과 치유의 주말을 보낼 수도 있겠다. 숲과 호수, 산을 두루 아우르니 모자란 것이 없다.

 

인근 도로에는 충주호에서 유명한 민물매운탕 식당은 물론 작은 카페들과 전망 좋은 레스토랑도 있으니 데이트코스로도 손색없다. 잘 걷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마지막재에서 계명산 휴양림 입구를 지나 상종마을과 텃골정 등을 거쳐 충주댐물문화관에 이르는 호숫가 도로변 데크길을 걸어도 좋다. 호수와 숲이 있는 오솔길, 충주호 종댕이길에서 번잡하지 않고 포근하게 느릿한 휴식을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