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에는 서로 다른 색깔의 두 마을이 눈길을 끈다. 외암리 외암민속마을과 명암리, 갈산리의 지중해마을이다. 외암민속마을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오르고, 지중해마을은 유럽으로 안내한다. 비교하며 돌아보는 즐거움이 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어렵잖게 오갈 수 있는 거리다.
여름 온천 또는 마을 여행
충남 아산시는 아산, 온양, 도고 등 3대 온천이 자리한 온천의 도시다. 골라 즐기는 열탕의 효험이 여름이라고 달라질까. 이색 피서로 즐겨봄 직하다. 이열치열 여름 온천이 망설여진다면 아산의 마을 여행을 계획해도 좋다. 아산에는 외암민속마을이 자리한다. 아산의 온천만큼 유명한 여행지다. 한옥마을의 정겨움이 어린 동네다.
근래에는 지중해마을(블루 크리스탈 빌리지)도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졌다. ‘삼성디스플레이시티’의 한쪽이다. 산업단지가 들어서 고향을 떠나야 했던 원주민들이 마을공동체를 이뤄 뿌리내렸다. 마을 전체를 유럽풍으로 조성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두 마을은 아산시의 남쪽과 동북쪽에 위치하는데,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도 어렵지 않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버스 외에도 KTX나 누리로, 수도권 전철 1호선 등으로 이어져 접근성도 좋다.
출발지는 온양온천역이나 아산시외버스터미널로 삼는다. 먼저 지중해마을이다. 마을이 위치한 탕정 명암리까지 버스가 오간다. 천안역이나 아산역에서도 버스를 타고 이동할 수 있지만, 외암리와 연계하기에는 온양온천역이 낫다. 온양온천역 주변에 온천탕이 여럿 있으니 마을을 오가며 온천욕을 즐길 수 있다. 온양온천역에서 지중해마을까지는 970번 버스가 30분 단위로 운행한다. 가는 길도 운치 있다. 버스는 현충사 앞 은행나무길을 지나는데, 이 길이 전국에서 손꼽히는 가로수길이다. 곡교천과 나란한 약 1.2km 구간에 수령 50여 년의 은행나무 750여 그루가 심어져 있다. 가을에는 노란 은행잎이 아름답고, 여름에는 초록의 그늘이 싱그럽다.
은행나무길을 지나 탕정면에 들어서자 신도시 분위기다. 일대는 몇 해 전까지 포도나무 농사를 주로 짓던 시골 마을이었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주식회사 등 산업단지가 들어서며 460여 만 m²의 삼성디스플레이시티로 변모했다. 블루 크리스탈 빌리지는 원주민 66명이 단지 내 이주자 택지로 옮겨와 조성한 마을이다. 산업단지 개발과 원주민의 상생 모델로 주목을 받았다. 마을은 산토리니, 프로방스, 파르테논 등 세 가지 양식으로 꾸몄는데, ‘지중해마을’이라고 불린다.
파르테논, 프로방스 또는 산토리니
지중해마을은 고층 아파트 트라팰리스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자리한다. 탕정면사무소를 지나 들어서자 이국적인 건축물이 반긴다. 그리스 아테네 아크로폴리스에 있는 파르테논 신전 양식을 차용했다. 건물마다 엔타시스 양식의 돌기둥이 반복적으로 이어지며 거리를 장식한다. 마을의 주도로를 사이에 두고 남서쪽은 프랑스 남동부 프로방스 풍으로 꾸몄다. 붉은 지붕의 성곽 형식이 두드러진다. 남동쪽은 그리스 에게 해의 화산섬 산토리니가 모델이다. 원형의 파란 지붕과 하얀 벽이 화사하다. 마을은 모두 66동의 건물로 이뤄져 있다. 각 동의 1층에는 레스토랑, 카페, 로드숍 등 상가가 들어섰다. 2층은 문화예술인을 위한 임대 공간으로, 3층은 마을 주민들의 주거 공간으로 이용되고 있다.
마을 여행은 건물과 건물 사이를 자유롭게 오가며 이뤄진다. 이국적인 풍경이 연출하는 정취다. 거리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거나 골목 사이를 오가며 산책의 즐거움을 누린다. 파주의 프로방스마을이나 가평의 쁘띠프랑스와는 달리, 주민들이 직접 생활하는 공간이라 자연스런 느낌이 강하다. 가장 인기 있는 공간은 산토리니 풍의 건물들이다. 흰색과 청색의 조화가 산뜻하다. 건물 사이로 난 골목도 아기자기하다. 천사의 날개나 등대 모양의 빨간 우체통이 눈에 띄는데, 지중해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포토 존이다.
7월에는 아티스트 레지던스도 문을 열었다. 드로잉, 사운드 등 다채로운 분야의 작가들이 입주했다. 비정기적으로 작가들과 함께하는 행사도 열릴 예정이다. 하룻밤 묵어갈 만한 곳도 있다. 한국파워블로거협동조합에서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인데 도미토리 형식으로 깔끔하게 꾸몄다. 마을 산책 등에 관해 도움말을 얻을 수 있다. 다만, 지중해마을은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빈 공간도 여럿이고 문화행사도 비정기적으로 열린다. 유럽의 시골 마을에 온 기분으로 거리와 골목을 걷는 반나절 정도의 가벼운 산책에 적합하다. 야간에는 조명이 켜지며 낮과 다른 매력을 발산하니 여름날 밤 산책도 무난하다.
6km 돌담길이 아름다운 옛 마을
지중해마을을 돌아본 뒤 외암민속마을로 향한다. 두 마을의 대비가 시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인 양 이채롭다. 외암민속마을까지는 온양온천역 앞에서 120번 버스가 약 1시간 간격으로 오간다. 외암마을 인근의 송남초등학교를 오가는 버스도 여럿이지만 마을까지 500m를 걸어가야 한다.
지중해마을이 유럽의 낯선 마을을 떠올리게 한다면, 중요민속문화재 제236호 외암민속마을은 오래된 우리네 마을이다. 설화산 동남쪽 기슭으로 선조 때 예안 이 씨 집안이 정착하며 집성촌을 이뤘다. 성리학의 대가 외암 이간(李柬)을 배출해 외암마을이라 불린다. 마을 나들이는 외암동천(巍岩洞天)과 동화수석(東華水石)이라 새긴 석각과 산석정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충청도 고유의 반가 고택과 초가 등이 줄줄이 들고난다. 참판댁, 건재고택, 외암정사 등 문화재급 한옥도 즐비하다. 마을 둘레에는 논들이 에둘러 한가로운 시골 정취를 더한다.
무엇보다 마을길을 열고 닫는 6km의 돌담이 매력이다. 옛길을 걷고 논길을 걷는 듯 느긋한 기쁨을 선사한다. 이맘때는 능소화가 화려하다. 600년 넘은 보호수의 그늘도 넓고 시원하다. 특히 건재고택의 돌담은 외암민속마을의 백미다. 높게 자란 고목이 고택의 담장 밖으로 팔을 뻗어 마치 돌담 숲인 듯하다. 누구든 절로 걸음을 멈추고 한참을 바라본다. 우리나라 100대 정원에 꼽히는 고택 안은 들어가 볼 수 없지만 운치 있는 돌담이 아쉬움을 달래준다.
외암마을은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로 자주 등장했다. <취화선>, <태극기 휘날리며>, <클래식> 등의 촬영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좀더 활기찬 마을이나 체험을 원할 때는 주말이 낫지만, 평일에도 흥미로운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매월 둘째 주와 넷째 주 화요일(12월 30일까지)에는 퇴락한 가옥의 보수 과정을 공개한다. 마을 민박도 운영하니 옛집에서 하루를 묵어가며 여유롭게 돌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지중해마을에서 외암민속마을까지 하루 일정으로 가능하지만 굳이 무리한 여행을 택할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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