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자존심 구겼나?

智美 아줌마 2011. 3. 28. 23:11
싸가지 미용실 갔다가 용산 친구 만나고 온다고 나가고
짱구 혼자 있어서 김치찌개해서 밥을 준다하니까
또 라면을 먹겠단다.

"뭔 라면을 또 먹겠데? 김치 찌개 하니까 밥 먹어."
그럼 라면도 같이 끓여 주세요." 한다.

솔직히 우리 집 김치는 맛이 별로라 냉동실에 넣어놓고 찌개나 끓여 먹는데
찌개를 끓여도 맛깔스럽지가 않다.
짱구 아빠가 지난 설날에 막내 시누이가 줬는지 가져온 것이다.

맛이 좀 그러니까 소세지 넣고 부대찌개같이 끓일까하고
소세지 햄을 넣고 끓이는데
"엄마, 라면도 끓여줘야해요." 한다.

에이 ~ 짱구 고집을 누가 말리겠나
그래서 찌개를 덜어 라면을 넣고 끓여줘야 되겠다 생각하고 끓였더니
이런 ~ 이게 뭔 맛인가
참 ~ 맛이 그렇다.

그런데 워쩌 . . .
그래도 짱구를 줬더니
"엄마, 뭐가 이렇게 맛이 없어요."

"그러게, 김치가 맛이 없으니까 끓여 놓아도 맛이 안나네." 했더니
"엄마, 요리사 자존심도 없어요? 이렇게 맛이 없는 음식을 만들어요." 한다.
" 뭐? 요리사 자존심?"
"네, 명색이 조리실장까지 지낸 엄마가 이렇게 만들어 놓으니까 하는 말이예요."

"참나 . . . ㅎㅎㅎ 내가 웃어야지.
그렇다고 자존심 운운하냐? 음식을 만들다보면 맛이 있게 되는 경우도 있고
하다보면 맛이 덜하기도 하는 것이지, 엄만 맨날 맛있게만 하남?"

"그래도 이건 너무 심했어요. 울 엄마는 요리 잘 한다고 생각했는데
엄마도 이렇게 맛없는 음식도 만드는구나하고 실망했어요." 한다.

아이고 ~ 라면 안 끓여주려고 꾀 쓰다가 내 꾀에 내가 넘어갔다.
이게 자존심 구기는 일인가? ㅎㅎㅎ

2011년 3월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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