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곰보빵, 그 얄미운 추억

智美 아줌마 2011. 3. 12. 21:36
곰보빵을 아십니까?
요즘엔 곰보빵이라고 하지 않고 서양 명칭인 소보로빵이라고 한다.

건강상 빵을 먹지 말아야하는데
어렸을 때 부터 워낙 빵을 좋하다보니
그 맛있는 빵의 유혹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그래서 요즘도  자주 빵을 사다 먹고 있는데
어제 싸가지가 퇴근길에 빵을 사들고와 내밀면서
"엄마 좋아하는 단팥빵 사왔어." 한다.

봉지 속을 들여다보니까
"엉? 소로로빵은 없네. 요즘 소보로빵도 잘 먹는데 . . ."
"그렇지 않아도 엄마 소보로빵도 사오는 것 같아서 보니까 소로빵이 없었어." 한다.

소보로빵 . . .
아니 곰보빵 . . .
아주 오래 전 곰보빵에 대한 추억이 있다.

지금이야 세월이 많이 흘러 웃으며 말 할 수 있는 추억꺼리가 되었지만
그때 당시는 진짜 속상했다고 할까? 얄미웠다고 할까?
결혼을 앞두고 신접살림 꾸미러 다닐 때이다.

신혼집에 물건 갖다놓고 돌아오면서 버스 정거장에 빵집이 있어
"우리 빵 먹고 가자. 배고픈데 . . ."
그래서 빵집에 들어가 빵을 고르는데
짱구아빠가 곰보빵도 주세요. 한다.

곰보빵? 맛없게 곰보빵은 왜 달라고해?
그때만해도 달콤한 빵을 좋아하다보니 앙꼬없는 곰보빵은 맛없는 빵으로 여겼었다.
"아짐마, 곰보빵 빼고 주세요."
"아니요. 곰보빵도 주세요."

그런데 그 아짐마 곰보빵을 빼고 담아서 테이블로 가지고 오셨다.
빵접시를 보더니 짱구아빠
"너혼자 실컷 다 먹고와" 하더니 계산하고 나가버린다.

이런 ~ 그때 그 밴딩이 소가지를 알았어야하는데 . . .
에구 ~ 때는 늦으리오.
"아짐마, 이것 얼른 싸주세요." 하고 얼른 따라 나섰더니
마침 오는 버스를 타려고 한다.

"같이 가 . . ."
"오자마, 너혼자 실컷 빵 먹고 와" 하며 버스에 올라 타버린다.
에구 ~ 내가 참아야지, 하고 따라 버스에 올랐더니
맨 뒷좌석 구석에 앉아서는 옆에 앉지도 못하게 한다.

그래, 내가 참자. 하고 빵을 내밀면서 같이 먹자고 했더니
"안 먹어, 너 혼자 다 먹어.  한다.
그래? 알았어, 하고는 혼자 빵을 먹기 시작했다.

그것도 놀리면서 . . .
먹을래? 줄까? 배고프지? 하면서 . . . ㅎㅎㅎ
그러다 배고픈데 별 수 있겠어? 슬쩍 하나 꺼내 먹더라.

그때 그 밴딩이 소가지에 대해서 깊이 생각을 해봤어야하는데
앗!! 나의 실수다.
그 실수 때문에 살면서 그렇게 늘 내가 맞추고 살게 되었다.
지금은 내가 하고싶은대로 하고 살지만 . . . ㅎㅎㅎ

가끔 집에 왔을 때 내 눈치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조금 안된 생각도 들지만
그동안 30년을 자기하고싶은대로 하고 살았으니까
지금은 주어지는 모든 것 다 감수하고 살아라는 생각 . . .

나이 들어 찬밥되지 않으려면 자 ~ 알 하고 삽시다

2011년 3월1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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