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싸가지 꼬시기

智美 아줌마 2011. 3. 3. 22:44

태백산을 다녀온 후 태백산 매력에 푸욱 빠졌다.

며칠 전 일기 예보에 강원도에 또 폭설이 내린단다.
오잉? 또 폭설?
강원도민들한테 눈뎅이로 퍽!! 맞을 소리지만
마음이 설렁설렁 하기 시작한다.

강릉까지 갈 필요없이 태백으로 가자.
태백에는 동해안 지역보다 눈이 덜 내렸지만
그래도 태백에도 제법 많은 눈이 왔을테니까 . . .

그래, 태백으로 가는거야, 하고는
태백 일정을 잡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새벽 첫 열차 . . .
7시 태백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고나니 가슴이 설렌다.
바람방에 새글 몇개 올리고 월요일이라 메인도 바꾸고
잠을 자려니 시간이 어중간하다.

그래서 고스톱 몇판 치다보니 준비해야될 시간이 된다.
연지곤지 찍어 바르고 청량리역으로 출발 . . .
태백에 도착하니까 오전 11시15분 . . .
여행 안내소에 가서 여행지도와 버스 시간표를 챙기고
낙동강 발원지 황지연못으로 갔다.

황지 연못은 도보로 10분? 15분 정도 터미널 뒷쪽으로 걸어가면 있는데
동네 가운데 있다보니 연못 주변이 그리 넓지 않은 공간에
연못이 있어 많이 아쉬웠다.

물이 나오는 수굴이 있다고하는데 물이 참 맑다.
황지 연못을 둘러보고 다시 터미널로 가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기차역인 추전역(해발 855m)으로 갔다.
버스로 20여분 가니까 추전이다.

버스에서 내리고보니 이정표에 추전삼거리, 추전역이라 보이는데
포크레인이 눈을 치우고 있다.
아저씨 ~ 사진 좀 찍게 나중에 치우세요 ~
그랬다가는 진짜 눈뎅이 맞을까봐 속으로 궁시렁궁시렁 . . . ㅎㅎㅎ
이제 비탈길을 올라가야한다.

길바닥의 눈은 탄광지역에 맞게 검은 눈이고
햇빛에 녹아 검은 눈물이 졸졸 흘러 내린다.
굽이 돌아 올라가는데 웬 차가 올라가다 서더니
추전역 가시면 타고 올라가실래요? 하고 묻는다.

사진 찍어야 되는데 . . .
아, 내려올 때 찍으면 되겠다. 하고는 얼른 차에 올랐다.
오마낫!! 제법 굽이굽이 올라간다.
걸어올라가려면 좀 헥헥거렸겠다.

추전역 . . .
조그마한 역사 건물과 철길만이 지키고 있다.
추전역에는 일반 기차는 서지 않고 환상 눈꽃 열차만 정차하기 때문에
추전역에 가려면 걸어 올라가야 볼 수 있는 역이다.

친절한 역무원 아저씨께서 기차오면 말해줄테니까
마음놓고 사진 찍으시란다.
뭐, 사진 찍을 곳이야 추전역사 건물과 철길뿐이지만
그래도 혼자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신났다.

그렇게 몇 컷 담고 방명록에 인사글 남기고
용연 동굴로 가기 위해 내려간다.
검은 눈물을 흘리는 지그재그로 내려가는 길
눈을 다 치우고 갔는지 포크레인은 안 보인다.

용연동굴을 가기 위해 버스정거장으로 건너갔다.
10정도 기다리면 용연동굴로 가는 버스가 온다.
얼레? 시간이 되어 버스가 한 대 오더니 안 서고 그냥 가버리네.

뭐여? 저 차가 용연동굴로 가는 것 아녀?
woo ~ c 그냥 가면 어쩌냐고요.
다음 차가 오려면 3, 40분은 기다려야할텐데
이 노릇을 어쩌냐고요.
걸어갈까? 어딘지 알고 걸어가냐고요.

미챠부러 . . .
멀뚱이 길에 30분 넘게 서있으려니까 춥다. 덜덜 . . .
그때 마침 길 건너 부부인지 아짐과 아저씨가 나와 눈을 치운다.
"아저씨 ~ 여기는 버스가 용연동굴 가는 차만 다니나요?"
"차 많이 다니는데요." 하신다.

차가 많이 다녀? 뭔 차가 많이 다녀?
그렇지, 차도니까 차가 많이 다니지.
화물차에, 승용차에, 고속버스에 . . .
아이고 ~ 시내버스는 좀 전에 지나간 그 버스밖에 구경 못했는데
뭔 차가 많이 다닌다는겨? 하고 다시 물었다.

"아저씨 ~ 용연동굴 가는 버스 언제 오나요?"
"용연동굴요? 동굴은 저 위로 올라가면 있어요.
저어기 언덕 위에 차 서있는데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동굴있어요. 하신다.

뭐여? 저렇게 가까이에 있은겨?
woo ~ c 여직 떨고 서있었는데 바로 저기라니 . . .
에효 ~ 약올라라.
무턱대고 그냥 걸어볼 것을 . . .
그랬으면 벌써 용연동굴 구경 다했을텐데말이다.

용연동굴, 대이리 환선굴과 비슷한 느낌이다.
"아저씨, 동굴 안에 사람있어요? 혹시 직원분들 내려가 계시는 분 없어요?
혼자 내려가기 무서운데 . . .
아저씨, 혼자 가기 무서워요."

엄살 아닌 엄살을 떠니
"곳곳에 비상 전화기 설치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세요."
"귀신이나 요상한 괴물 나오면 어떻게 전화해요? 무서운데 . . ."

에구 ~ 무섭다. 그냥 내려가지말까?
그래도 여기가지 왔는데 어케 그냥 돌아가남.
월요일이라 관람하는 사람이 없어 혼자 돌아다니려니 무섭다.

동굴 안은 아름답고 멋진 종유석이나 석순들이 그리 많지가 않지만
살짝살짝 괜찮은 부분은 카메라에 담고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한 바퀴 도는데
800미터 넘짓한 동굴길이 왜그리 길게 느껴지는지 . . . ㅎㅎㅎ
동굴 구경도 했으니 다시 터미널로 간다.

다음 날 태백산 산행을 위해 버스 시간을 체크하기 위해서 터미널로 갔다.
당골로 올라가는 길을 선택할까? 유일사로 올라가는 길을 선택할까?하고
터미널에서 시간 확인을 하는데

의자에 앉아 있던 60대 중반쯤 돼보이는 분이
"태백산 가시게요?"
'네 . . ."
"지금요?"
"아니요, 내일 아침에 가려고 버스 시간 확인하려고요."

"전 내일 새벽 4시쯤 올라갈거예요." 하시니
바로 옆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분이
"저도 내일 새벽에 태백산에 올라갈건데요."
"그러시구나, 전 야간 산행을 안해봐서 날 밝으면 아침 일찍 올라가려구요."하며
얘기를 나누니

"그러지말고 우리 셋이 새벽 산행 같이 합시다.
사진 찍으러 오신 것 같으니까 나도 사진 찍으려고 태백산에 갑니다."
나이드신 분이 말씀을 하니 옆에 앉아 있던 중년 남자도
"저도 사진 찍으러 태백산에 갑니다. 일출 사진 찍으려구요.
이참에 태백산 일출 찍어보세요.
사진 찍는 것도 좀 배우고요." 하신다.

귀가 쏠깃 . . .
"지금 유일사 쪽으로 가서 민박하고 새벽 3시반에 일어나
4시에 출발하면 일출 시간 맞출 수 있어요.
같이 갑시다. 경비도 N/1로하면 경비도 절감되고 . . ."
그래, 기회는 늘 있는게 아니니까
나도 새벽 야간 산행 함 해보는거지. 음하하하 . . .

그렇게해서 동행인이 되어 유일사 입구 민박 식당으로 갔는데
그 양반들 태백산엘 수십번씩 사진 찍으러 오는 분들이라
단골 민박식당이였다.
일단 저녁 식사를 하려고 주문해놓고 있으니까
옆에 앉아 있다가 같은 일행이된 분의 아시는 분이 오셨다.

방을 하나 잡자고 했는데 한 사람이 더 오는 바람에
방을 두개를 잡아야하나? 어쩌지요? 한다.
"잠깐 눈붙이고 새벽에 올라갈건데 방값 더 들일 필요있나요?
그냥 방 하나만 해요. 전 괜찮으니까요."
그래서 낯선 외간 남자들과 같이 잠을 자게 되었다.
미쳤어, 미쳤어. 하시는 분들도 있겠지? ㅎㅎㅎ

그런데 서너시간 눈 붙이고나서 잠이 깨 3시 전에 먼저 일어나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우루루 사람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와 두런두런 수선스럽다.
전날 밤 마지막 11시 기차를 타고 온 사람들이다.
그 기차를 타면 다음 날 새벽 2시 40분즘 태백에 내리게 된다.

잠시 후 또 젊은 커플들이 들어오고 또 들어오고 . . .
밖이 시끌시끌하다보니 방안에 자던 동행인들도 잠이 깨어 일어나 나온다.
대부분 사진을 찍으러 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동행인들도 사진전에서 입상한 사진 작가들이였다.

동행인 두사람도 터미널에서 인사를 나누다보니
두 사람다 사진 작가 협회 회원들이였고
이른 새벽에 도착한 사람들도 대부분 사진 작가들로
서로 잘 알고들 있었다.

자, 이제 어두움을 헤치고 태백산에 오른다.
여행 출발 전에 신발장에서 잠을 자고 있던 아이젠을 꺼내고보니
오마낫 ~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아이젠 . . .
제조 년이 1990년 11월이라고 스티커가 붙어있었다.

세상에나 . . .
짱구 아빠가 사놓은 건데 그동안 20년이 넘게 긴 잠을 자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젠을 묶으고 태백산을 오르는데
산행 목적이 아닌 분들이라서그런지
천천히 올라가는 것이 딱 내 패이스다.

대부분 헤드 렌턴을 착용하고 있어 난 렌턴없이 걸어도
눈이 하얗고 함께 올라가는 사람들의 렌턴 불빛이 있어
그리 불편한줄은 모르고 올라갔다.

태백산 . . .
유일사로 오르는 길은 절까지 길을 닦아놓아 수월하게 오를 수 있으나
올라가면서 눈발이 날리더니 점점 더 굵게 눈이 내린다.
이런 ~ 일출을 보겠다고들 이 어두운 새벽에 태백산을 오르는데
해구경은 하기 틀린 것 같아 아쉽지만
날이 밝으면서 펼쳐지는 태백산의 설경은 가히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태백산에 내가 오다니
마음 속으로만 갈망해오던 상고대와 눈꽃을 보다니, 원 풀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나 혼자만 본 것이 아쉬워
짱구와 싸가지한테도 보여 주고싶었다.

"짱구, 이번 주말에 누나랑 같이 태백산에 가자."
"이번 주말은 안되는데 누나랑 같이 가요." 한다.
"이번 주 지나면 다 녹을지도 모르는데, 같이 가자.
너무 아름다워서 너희들도 보여주고싶어서그래, 같이 가자."
그렇게 꼬셔도 안 된단다.

에효 ~ 이제 싸가지나 꼬셔봐야겠다하고 있는데
싸가지가 퇴근해 들어온다.
"주말에 태백산 가자."
"엄만 갔다와놓고 또 가? 힘들어서 못가." 하면서 소가지를 낸다.

" 엄마가 가보니까 너무 좋아서 너희들한테도 보여주고싶어서 그러는데
왜 짜증을 내는데?" 하니
"그럼 강쥐들은 어떻게 해?"
"강쥐들이야 한 끼 굶는다고 죽냐? 엄마 맘은 생각도 안 해주고
자식들이 어떻게 둘 다 그러냐?" 하며 주방으로 나가버렸다.

A ~ 싫으면 나 혼자라도 다시 갈까? 하고 다시 컴에 앉아
코레일에 들어가 기차표가 있나 검색을 하니까
싸가지가 미안했던지 슬그머니 들여다보곤
" 기차표는 있어? 토요일, 일요일에 흐리다고 했는데 일출을 어떻게 봐?" 한다.

"며칠 계속 날씨 맑다고 했어. 그럼 금요일에 가지뭐," 했다.
"금요일에 가면 출근은 안해? 휴가 내라고?"
"낼 수 있으면 내면 되지, 업무에 지장없으면 . . . "
아싸 ~ 싸가지는 넘어 왔다.
짱구도 꼬셔야 되는데 고집불통 짱구를 어케 꼬시나 그것이 문제로다

※ 여행 사진은 정리되는대로 올려 드릴게요.
계속 정리를 미루다보니 언제 다 올리게 될지 . . .

2011년 3월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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