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구걸하는 사람들

智美 아줌마 2011. 2. 5. 21:26
전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늘 구걸하는 사람들을 보게된다.
예전에는 가리지 않고 볼 때마다 천원이라도 주곤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 .
빈자리가 없어 경로석에 앉아 가게 되었는데
구걸하는 사람이 찬송가가 나오는 녹음기를  목에 걸고 지나가며 구걸을 하기에
그날도 천원짜리 한장을 꺼내 그 사람의 조그만 소쿠리에 담아 주었다.

그런데 그 걸인이 천원짜리를 소쿠리에서 꺼내 바지 주머지에 넣으면서
묘한 웃음을 띄는 것이 였다. 그 웃음이 꼭
"바보야, 내가 너보다 낫다." 하며 비웃는 것 같았다.

적은 돈이지만 적선을 하고 기분이 유쾌하지가 않았는데
어느날엔가 지하철에 내려 출구 계단으로 가려고 하다가
보지말았어야 할 것을 보게 되었다.

전철에서 자주 만나는 구걸하는 사람이 한쪽 구석에서
백원짜리 동전과 오백원짜리 동전 그리고 지폐를 나누어
따로따로 주머니와 가방에 챙겨 담고 있었는데
가방과 주머니가 축 쳐지게 들어있었다.

아, 저 사람들은 구걸하는게 직업이구나. 하는 생각이 퍼득 들었고
지난번에 묘하게 웃던 그 걸인이 떠올랐다.
그렇구나, 전철 탈 때마다 만나는 저 걸인들 . . .
자기들끼리 각자  구역이 있어 어느 역부터 어느 역까지 정해 놓고 구걸을 한다고 한다.

예전에 명동 거지가 매일 명동에 있는 상가를 돌면서 구걸을 하였는데
알고보니 빌딩이 몇개라고 TV에 나오더니
아마 이 사람들도 나보다 더 부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후로는 그냥 구걸하는 사람에게는 적선을 하지 않고
가끔 할머니나 할아버지, 장애인이 껌이나 볼펜을 파는 분들을 만나면 그냥 천원을 드리는데
가끔 어떤 분은 껌이나 볼펜을 갖지 않겠다고해도 가져가라고
자꾸 권하는 분을 만나기도 한다.

그런 분들은  먹고살기 힘들어 나오신 분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고
아직 때가 덜 묻어 순수한 분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넉넉하지는 않지만
천원 한장이라도 더 드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어제도 꽁주 면회를 하려고 건대병원으로 가는 전철 안에서
하모니카 소리가 나기에 돌아보니까
대개 하모니카를 불며 구걸을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하모니카로 제법 찬송가를 부는데
어제 본 그 걸인은 하모니카를 불지를 못하는지
뿌 ~ 내쉬고 뿌 ~ 들이 쉬고를 반복을 하였는데 이런 사람은 처음 보았다.

참 . . . 그렇게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동냥을 하려는 모습이 안쓰럽게도 느껴졌고
또 2호선으로 환승을 하고보니 그곳에서도 구걸하는 걸인을 볼 수 있었는데
이 사람은 생음악으로 노래를 부르는데 완전 음치로 듣기 거북하다 생각하고 있는 중에
전철 내에서 안내 방송이 나온다.

그런데 그 걸인이 안내 방송이 나오니까 노래를 부르다 잠시 멈추더니
안내 방송이 끝나자 다시 이어 노래를 부르는 것이였다.
구걸을 해도 기본적인 매너는 알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어제 본 그 두 사람은 처음 본 걸인이였다.
행여 구역 싸움이나 하지 않을런지 . . .

그리고 전에는 앵벌이하는 어린애들도 간간히 눈에 자주 띄었는데
아동보호법이 엄해져서인지 어째서인지는 모르지만
요즘은 앵벌이 하는 아이들이 눈에 안띄어 다행스럽다.

2011년 2월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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