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내가 미쳤지, 미쳤어.

智美 아줌마 2012. 4. 14. 20:16
전날 친구가 정동진 괘방산에 가자고 전화가 왔다.
산악회에서 가는 건데 바람 쐴겸 가자고 . . .
산악회에서 가는 건 별룬데 하면서도
친구가 회비 내주겠다며 가자고 꼬시는 바람에
괘방산 안가본 곳이라 그러마 했다.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내는 오빠들도 온다고해서
오랜만에 오빠들도 볼겸 갔는데
에구 ~ 내가 미쳤지. 미쳤어.
산악회 산행을 왜 쫒아갔냐 말이지.
오빠들이나 친구들은 나중에 따로 만나보면 되는 것을 . . .

7시에 만나기로 한 장소에 갔더니
친구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면서 산악회 회장이라며 인사를 시키는데
얼레? 산악회 회장이 60대 초반의 여자였다.

그러마 하고 전화를 끊고 그 산악회에 대한 자료 검색을 하니까
의외로 연장자들이라 같이 산행하는데
부담은 적겠다 싶어 그래, 올 봄여행을 하지 않으지라
산악회에서 가는 거라 좀 내키지는 않지만 동행하기로 한 것이였다.

그런데 차가 출발하고 산악회 회장이 인사를 하고 난 후
그때부터 쿵짝쿵짝 뽕짝을 틀어 대더니
아짐, 아자씨들이 통로에 나가 흔들기 시작한다.

이런이런 ~  내가 미쳤지.
산악회 산행을 왜 따라간다고 했는지 후회 막급이였다.
에구 ~ 미치겠다.

생판 들어보지도 못한 뽕짝들이 연이어 나오고
옆에 앉은 친구는 연신 신난다고 들썩들썩
앞에 앉은 오빠들과는 이렇다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도 못하고
그렇게 가는데 나한테는 지옥이 따로 없었다.
저그들은 신이나서 흔들고 난리부르스를 치지만
난 스트레스 작렬이다.

뽕짝을 얼마나 크게 틀어놓는지
쿵쾅쿵쾅 울림이 의자에 앉아 있는 내 몸뚱까지 쿵딱쿵딱 울리게 하니
등이고 가슴이고 벌렁벌렁 저절로 뛰게 하고
그렇지 않아도 뛰고 있는 심장은 더 쿵탁쿵탁 뛰게 하니까
심장이 경련을 일으킬 지경이였다.

워메 ~ 나 죽겠네.
귀청을 따가와 고막이 찢어지겠고
먹먹하니 청각장애가 생길 것 같다.

아따 ~ 저 인간들은 귀들이 먹은 사람들인가?
우째 이렇게 크게 틀어놓고 저 난리들일까?
아고아고 ~ 나야 순간 잘못 생각하고  미쳐서 온거지
저 인간들은 완전 미친 인간들이여, 미친 인간들 . . .
새벽에 나와서 아침 밥도 먹지 않고도 저렇게 힘이 뻗칠까?

그럼 산행들은 잘 하겠구먼.
그렇게 정신을 빼게 하면서 안인항 부근에 도착하니
절반은 산행하고 절반은 정동진 가서 구경하고 회먹으면서 한잔들 하며
산행하는 사람들을 기다리겠단다.

괘방산은 340m가 채 되지 않은 낮은 산이지만
안인항에서 정동진까지 길게 해안따라 뻗어 있는 산이라
길이가 무려 9km로 만만한 거리가 아니였다.

그래도 산이 높지 않아서 그다지 힘들지는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문제는 내 다리였다.
가기 전 날 자주 다리에 쥐가 나서
산에 가서도 그러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되어 안가겠다고 할까 하다가
전에도 산에 가자고 하는 것을 두 세번을 거절한지라
더 거절하기가 그래서 약속한 것인데
또 못가겠다고 하면 서운해 할 것 같아서 그냥 간 것이였다.

그런데 산행 시작해 얼마 가지 않아서 이 넘의 다리가 쥐가 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미챠버리겠다.
집에서는 발목에 쥐가 났는데
산에서는 종아리에 몇 번이나 쥐가 나 멈추게 해서
친구들과 오빠들의 발걸음까지 멈추게 했다.

산행할 길이 먼데 그렇잖아도 느려서
집합 시간까지 도착하려면 빨리 서둘러야 되는데
이 넘의 다리가 왜 자꾸 걸음을 멈추게 하는지 . . .
어찌 되었건 다리에 무리가 덜 가게 천천히 가는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심조심 가는데도 이 넘의 다리가 도와주질 않고
다리에 쥐가 나 아프다면서도 생강꽃이 눈에 띄어
절뚝거리며 꽃 앞으로 가 사진 찍는 것을 보고
" 그 와중에도 꽃이 눈에 들어와  사진을 찍냐? 정말 못말린다." 고
친구가 한 소릴 한다.

그럼 워쪄 ~
다리 아픈 건 아픈 것이고 꽃은 찍어 가야지.
못말리는 사진 사랑이다. ㅎㅎㅎ

아, 그런데 산이라는게 그렇지 않은가
평지 길로 가는 산이 어디 있겠는가
크고 작은 봉우리들을 오르락 내리락 거려야지.
이거이 이렇게 가다가는 나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다 기다리겠는데 싶어

"나 혼자 천천히 갈테니까 편하게 일행들과 가라.
난 늦으면 정동진에서 기차 타고 가면 되니까
그리고 아침에 올 때처럼 갈 때도 뽕짝 틀어대며 갈거 아냐
정신 사나우니까 난 기차 타고 갈게. 했더니
어떻게 혼자 가냐고 그냥 같이 가잖다.

에구 ~ 그럼 시간을 맞춰야 되는데 우짜노.
나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민폐 끼치면 안되는데
사진도 찍어 가야하는데
다리까지 말썽이고 . . .

어찌 되었든 산길을 오르다 보니
진달래가 언제 이렇게 다 피었는지
방콕 생활 한달 동안 멀게만 느껴지던 봄은
내가 겨울 잠을 자는 동안 꽃들이 활짝 활짝 피어 있었다.

한걸음 옮기는데 마다 진달래 꽃들이 방실방실
여기 저기 지천으로 피어 있는 노랑 제비꽃
삼우봉 산자락에는 하얀 노루귀가 귀엽게 피어 있었다.

그렇게 일행들의 뒤를 따르며 가다보니
점심을 먹고 가자며 모여 수선들이다.
아, 그런데 내가 어찌 저들과 같이 한가롭게 밥을 먹을 수 있겠는가
잉잉 . . .
그럼 나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출발이 늦어질게 뻔한데 . . .
그래서 나는 점심 먹기를 포기하고 오이 하나 얻어 들고 계속 강행을 하였다.

향긋한 오이 한 입씩 베어 먹으면서 호젓한 산길을 걷다보니
그려, 역시 이렇게 혼자 가야혀.
그제사 찾은 여유로움에 콧노래가 나오고
얼마나 홀가분한게 좋은지 혼자 여행할 때의 그 기분이 살아나왔다.

좌우를 살피면서 위 아래를 살피면서
눈동자가 바삐 움직이며 눈 속으로 아름다운 풍경들을 가득 가득 담으며 간다.
아, 행복한 마음이 샘솟는다.
그까짓 밥 한끼 안먹으면 어떠랴.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 속을 걸으며 카메라에 담아 가는데 . . .

혼자 살방살방 가다보니 정동진이 가까이에 보이기 시작하고
남은 거리도 1km를 남기고 있는데
산악회 일행 두 사람이 나를 앞질러 지나가고
뒤 이어 71살 되었다는 할마이하고 오빠 두분이서 뛰따라 온다.

아, 이제 정동진 앞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고
합류하기로 한  4시가 채 안되어 도착하여
그제사 난 베낭에서 김밥 한 줄을 꺼내 꼬르륵 거리는 배를 채워주고
뒤따라 내려오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정동진역 앞으로 갔다.

몇 년만에 만난 오빠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못하고 차에 오르니
바로 뽕짝을 틀어대더니 또 통로에 나가 흔들어대기 시작이다.
에구 ~ 미치겠다.
저 중늙이들 힘이 남아 돈다 돌아.

하긴 산행 안한 사람들이겠지.
그래도 산행한 사람들 생각해서 좀 조용히 가면 좋으련만
게다가 운전기사 저 양반 돈 많이 벌어 놓았나보다.
그러니 안전벨트 매는 건 고사하고
저렇게 통로에 나와 놀으라고 더 부추기지.

그러다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사고라도 나면 어쩌겠는가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사고 났다하면 다들 골로 가게 생겼고
9시 뉴스에 신문마다 대서 특필하게 생겼는데
저런 운전기사 도로 교통법에 징벌 항목이 없는건가?

아고고 ~ 미치겠다.
허리 밑으로 내몸둥이가 아닌 것 같고
잠도 두 세시간 밖에 안자고 나와서 피곤해 죽겠는데
저 중늙은이들은 지칠줄도 모르고 계속 흔들어 댄다.

아, 드디어 아는 노래가 나온다.
홍도야 울지마라. 오빠가 있 ~ 다.
홍도가 우는 게 아니라 이 벤다가 울게 생겼다.
엉엉엉 . . .

그렇게 몇 시간째 온몸을 쿵쾅 대게 하니까
가슴에서 울렁증이 일어나고 머리가 멍한게 내 정신이 아닌 것 같다.
여주를 지나고 하남을 지나고 토평리를 지나는데도
저 중늙은이들은 아직도 흔들고 있다.

와 ~ 대단한 정력들이다.
한강이 보이고 서울에 곧 도착하겠는데
운전기사 봐라. 마지막까지 열심히 더 흔들고 흔들고를 외치고
의정부 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면서 드디어 뽕짝이 멈추었다.

에구 ~ 내가 미쳤지, 산악회를 왜 따라가서 . . .
처음으로 간 것이지만 다시는 산악회 따라 가나보자.
친구들 모임 산악회도 안가던 나인데
남의 산악회는 왜 따라 가서 정신줄 놓을뻔했다.

수락역에서 두 오빠들이 내린다면서
오랜만에 만났는데 서운하니까 술이나 한잔 하고 헤여지잖다.
술하고는 안친하지만 몇 년만에 본 오빠들이라 피곤해 쓰러질 지경이지만
친구와 함께 낙지집에서 소주 한 목음하고 헤여져 돌아왔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푸 ~ 욱 퍼져 자고 일어나니까
새벽 6시가 조금 넘고 있었다.

얼른 일어나 바람방에 들어오니까
얼레 ~ 게시판마다 우째 다 점멸인지 불 켜진 방이 하나도 없다.
우째 이렇게 캄캄한겨, 얼른 여기 저기 점등을 하다보니
눈이 아프고 몸이 자꾸 누우려 해서
이제 그만 ~ 하고 다시 잠자리에 들었다

2012년 4월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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