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운명의 장난인가?

智美 아줌마 2012. 3. 20. 23:59

어제 여친들 모임이 있어 나갔다.
전날 대구에 내려갔다가 이틀 있다가 귀경을 하려했는데
두달에 한번 만나는 깜박한 친구들 모임있어 불참하기가 편치 않기도 하고
대구 일정도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하고 올라와야 하는 상황이라
예정을 취소하고 귀경을 하였다.

잠도 못자고 새벽에 출발해 대구를 다녀온지라 조금은 피곤하였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모임 장소를 갔는데 먼저 온 친구들이 두런두런 하는 분위기에
"뭔 일 있어? 왜들 분위가 그래?" 하니까
"영주댁 신랑이 토요일에 교통 사고가 났는데 머리를 다쳐 의식이 없다네 . . ."

"아니, 어쩌다가?"
"동네 산악회 친구들이랑 산에 갔다오다가 그랬데 . . ."
그래서 점심 먹고 차 마시고 한참 수다들 떨다가 헤여지는데
안동 병원에 입원 중이라고해서 점심 식사만 하고 몇몇 친구들과 안동으로 내려갔다.

출발하면서 전화를 하니까 경찰관과 보험회사 직원과 현장 조사를 가는 길이라
오후 5시쯤에 병원에 들어갈거라고 해서 우리와 비슷하게 도착하겠구나하고 내려갔는데
영주댁이 3, 40분 늦게 도착을 하였다.

남편의 사고만으로도 기가막히는데 더 기가 막히는 운명의 장난인지? 어쩌는지
사고 내용을 듣고 우리도 정말 기가 막혔다.
남편 일행들과 포항에서 산행을 마치고 울진으로 이동 뒷풀이장에서 술들을 먹고
영주로 들어와 관광버스 기사님이 횡단보도 앞에 차를 세워줘 다들 내렸다고 한다.

다른 일행들은 버스에서 내려 짐들을 챙기고 있는데
남편은 본인 배낭만 챙겨 메고 횡단보도를 건너가다가 되돌아 건너 오다가
관광버스 뒷쪽에서 오는 승용차에 치는 변을 당하고 말았단다.

영주댁 친구네는 한달 전 같은 병원인 안동 병원에 시어머니가 노환으로 입원중이고
아랫층엔 남편이 중환자실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고
시누이는 시누이 시어머니가 사고난 날 돌아가셔서 장례를 치르고 왔다고
우리보다 먼저 도착해 있었다.

좋지 않은 일은 엎친데 겹친다고 했나?
그러나 기가 막힌 일은 이게 아니였다.
사고 가해자가 남도 아닌 친구였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부.랄 친구였는데
그 나이에 결혼도 못하고 홀어머니를 모시고 단 둘이 살고 있고
살림이 넉넉하지도 않아 3부제 근무하는 공장에서 일을 한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이 너무 속상하고 사고낸 사람이 원망스러운데
어떻게 화를 낼 수도 없고 원망도 할 수 없고
도리어 그 친구를 보면 보태줘야 되는 사람으로 보여
심한 말 한마디도 못할 정도로 불쌍해 보이는 친구라고 한다.

사고난 날 가해자 친구는 어머니를 모시고 운전 중이였는데
운전 중에 어머니와 이야기를 하며 가다가 미처 남편을 보지못하고 사고를 낸 것이였고
아들이 사고 내는 장면을 그의 어머니가 목격을 하게 되는 바람에
가해자 친구 어머니가 너무 놀라서 공항 상태라고 하고
가해자 친구는 매일 병원에 와서 죄송하다고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이고 있단다.

자동차 보험은 들어놔서 그나마 다행인데
가해자 친구는 교통사고 특가법 항목에 다 저촉이 되어 구속을 면치 못할 거라고 하고
그렇게 되면 그 친구 어머니는 어떻게 되겠으며 근근히 밥벌이가 되는 직장도 잃게 될것인데

피해 보상 합의는 커녕 어찌해볼 처지도 못되니 이 노릇을 어찌 하겠는가

다른 외상은 어깨뼈가 골절이 되고 몸과 다리에는 찰과상 정도인데
머리는온통 시퍼렇게 멍이 들고 뇌출혈까지 있는데
지금 상태에서는 수술이 불가능하여 부어있는 뇌를 가라앉히는 약물 치료밖에 할 수 없단다.

우리들이 마음 아프다고 위로하면서 같이 울까봐
며칠 내로 깨어날테니까 걱정 하지 마라고
시간이 좀 걸린다고해도 깨어날테니까 환자도 환자지만
보호자가 건강해야 되니까 잘 챙겨 먹고 기운 차리고 있으라고
그리고 우리 감자, 고구마 캐러 와야되니까 벌떡 일어나실거라고
우스개 말도 건내며 다독여 주고 돌아왔다.

흔히들 밤새 안녕이라고들 한다.
이런 불행은 알지 못하는 남의 일로 생각하고 살지만
어느 날 내 가까이로 이런 불행이 찾아올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고
운전 조심, 보행 조심, 또 조심 하면서 살아야 겠다.

2012년 3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