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경춘선 여행 답사를 다녀와서

智美 아줌마 2010. 8. 21. 22:01

어제 새벽 새 글을 올려 놓고 잠을 자려니까 잠도 안 오고
한숨 자고 춘천 답사를 가려고 했는데
잠이 안 오니 어쩌 . . .

에라 ~ 모르겠다. 일찍감치 나갔다오자 하고
그 새벽에 식구들이 자거나말거나 온 집안을 쿵쾅거리며 왔다갔다 . . .
내가 안 자면 강쥐들도 잠을 안 자는지라
눈만 굴리고 나를 주시한다.

가방을 챙기니 다들 화들짝 일어나 내눈치를 살핀다.
엄마가 또 어디 나가려는가보다. 눈치를 치켜세우고 본다.
눈치가 9단들이다. 개귀신들 . . .
옷을 갈아 입으니 녀석들 이젠 덩달아 바쁘게 나를 따라 다닌다.

"야 ~ 이녀석들 걸리적거리니까 따라 다니지마"하고는
 6시 알림 소리를 듣으며 방학역으로 갔다.
그런데 새벽이라 그런지 전철이 자주 오지 않는다.

방금 지나갔나? 왜 이렇게 안 오는겨?
전광판에는 의정역 출발이라는 글귀가 뜬다.
woo ~ C 이제 의정부역이면 몇 분을 기다려야 하는겨?

회룡, 망월사 도봉산, 도봉, 방학역 . .
이구 ~ 10분은 더 기다려야겠네.
여유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속타게 생겼다.

7시2분 차인데 티켓 예매를 괜히 하고 왔나? 시계만 자꾸 들여다 본다.
그렇게 마음 졸이며 전철을 타고가는데
다음 정차할 역은 청량리 . . .

아이고 ~ 이제 다 왔네. 9분 전이니까 충분하겠다. 하고 있는데 . .
뭐여? 왜 전철이 안 움직이는겨? 얼레? 안내 방송도 안하네.
뭔일이여? 나 바빠 dg겠는데 . . .
잠시 후 안내 방송이 나온다.

마주오는 열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린다나? 뭐라나?
미챠 ~ 왜 하필에 지금 온다고 난리여?
에구에구 미치겠다. 미치겠어.
전철에서 내리자마자 냅다 뛰었다.

민자역사와 연결이 되어있을까 했더니
이런 ~ 광장으로 나가 계단을 올라가야 한다.
에스컬레이터 계단을 숨이 넘어가도록 뛰어올라가니까
7시가 되었다.

티켓팅을 하면 열차는 못타겠고
에라 ~ 모르겠다. 티켓팅을 하지도 않고 기차 있는 곳으로 뛰어 내려갔다.
기차에 오르니 7시1분,2분 . . . 헥헥헥
밖에 있던 승무원 아저씨 바로 객차 문을 닫으며 출발 신호를 한다.

아이고 ~ 살았다.
이른 시간이여서 그런지 자리가 텅텅 비었다.
그런데 경춘선이 성북역에 정차를 한다.

으메 ~ 전철 타고 성북역을 지나왔는데
성북역에서 내렸으면 우아하게 폼잡고 기차를 탔을텐데
새벽 댓바람 부터 헐레벅떡 뛰느라고 스타일 완전히 구기고
땀 뻘뻘 . . .woo ~ C . . .

잠시 후 승무원 아저씨가 들어와 인원 점검을 하는 것 같다.
어라? 그냥 지나가네.

한바퀴 돌더니 다시 내 앞을 지나가기에
열차 시간이 촉박해서 티켓팅을 안 하고 왔어요. 하며
철도 카드와 신용카드를 내밀었다.

"예약한 것은 티켓팅을 안 했기 때문에 취소가 되었습니다.
새로 처리해드릴게요." 하신다.
"어머, 그럼 저 무임승차 한거네요."
" 결과적으로는 무임승차하신게 됩니다. 하며 웃으신다.

어디서 탔냐고 물으실래
"청량리역에서 탔는데 성북역에서도 정차하는줄 몰랐어요.
성북역에서 내렸으면 20분은 여유 있어서 티켓팅을 하고 왔을텐데 . . ."
"먼저 말씀을 해주셨으니 성북역으로 끊어 드릴게요." 하신다.
400원 벌었다. ㅎㅎㅎ

그렇게 남춘천역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소양호로 갔다.
소양호는 여러번 가본 곳이다.
옛 추억이 깃든 곳 . . .
물안개가 가득차 호수 풍경이 산수화같이 뿌였다.

잠시 추억을 되새기기도 전에 선착장으로 내려갔다.
10시에 출발하는 배가 있다고해서 부지런히 갔더니
승선할 사람이 그리 많지가 않으니까 그런지 10시 30분에 출발한다고 한다.
그렇게 30분을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난 후 배가 출발을 하였다.

배를 타고가니 옛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몇 년전 마음이 많이 힘들었을 때
이 배를 타고 양구로 건너간 적이 있다.
그때 배가 물살을 가르며 지나가는 것을 보고 글을 썼다.

『푸르름이 짙어 초록빛이 되었네.
그 누가 저렇게 멍울지게 하였나.

물결은 잔잔하려 애쓰지만
바람 불어와 마구 흔들어 놓는다.

무심한 배는 갈갈이 찢어 놓고
물결은 아픔에 몸부림 친다』

잠시 옛추억에 잠기다보니 배는 청평사에 도착을 하였다.
그다지 변한 것은 없었다.
다리에 나무 테크가 놓인 것과 입장료 받는 것(?)
그리고 식당들 마다 좌판을 많이 내놓았다는 것뿐 . . .

다리에 나무 테크가 놓인 것을 보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길을 묻는다.
"청평사까지 얼마나 올라가야 되요?"
"좀 더 올라가야 되요. 가는 길이 아름다우니까 천천히 둘러보면서 올라가세요." 했다.
그렇게 한마디 건내 것이 간간히 이야기 하며 올라가게 되었다.

매표소가 있네, 어라? 입장료를 냈었나? 하고 돈을 꺼내는데
먼저 도착한 그 양반이 내 입장료까지 내셨단다.
이런 ~ 고마울 때가 . . . 또 1,300원 벌었다. ㅎㅎㅎ
이 넘의 인기는 어디가나 다 사람을 알아본다니까. ㅋㅋㅋ

청평사는 10여년만에 다시 가본다.
참 좋았던 기억에 또 가보고싶다는 말을 까끔 아이들한테 했었다.
청평사에 깃들 상사뱀 이야기가 인상적이여서
아이들과 청평사에 간 것이였는데
청평사 올라가는 길이 넘 좋았었다.

아홉가지 소리가 난다는 구성폭포 . . .
너무 맑은 계곡물 . . .
세월이 10여 년이 흘러갔어도 그 모습은 그대로인데
우리 아이들은 성인이 되었고
나는 그 만큼 늙어 할미가 되게 생겼다. ㅎㅎㅎ

청평사에 다다르면 약수가 있다.
예전엔 이름을 붙여 놓지 않았던 것 같은데
"장수샘"이라고 붙어 있었다.
그런데 물바가지를 제대로 관리를 안해서 영 ~ 그랬다.

이번엔 내가 먼저 도착해서 물을 먹으며
"바가지가 좀 그래요." 했더니
그 양반 바가지를 보더니 " 장수하려다가 명 단축 시키겠네. 하며 물을 드신다.
그 말이 우스워 "그러게요. 그러니 장수할 생각말고 내 명대로 살아요."했다.

나야 어디를 가든 구석구석 살피는데
청평사에서도 꽃하나하나 다 찾아보고 맨 위 극락보전으로 올라가는데
그 양반은  극락보전을 둘러보고 내려오신다.

다 보셨어요? 한마디 건내고 올라갔다.
안밖으로 앞뒤를 다 살펴보고 내려 왔다.
그 양반은 벌써 내려간 듯 안 보인다.

용인에서 철제품을 만드는 작은 공장을 하는데 공장 식구들하고 왔다가
절이 있다고해서 올라와 본 것이란다.
조각 작가들 작품이나 절에서 주문한 철기 제품들을 제작해준다고해서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구경가보고 싶었다.

가서 보고 볼만하면 울 바람님들 견학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는데
꿀꺽 . . . (김치 국물 넘기는 소리)
고마웠다는 인사도 못했는데 너무 늦게 내려 왔나보다.

내려오면서 돗자리 깔만한 곳이 어디가 좋을까 살펴보고
혹 비가오면 들어갈만한 식당과 메뉴와 가격도 볼겸
어느 식당에 가서 도토리묵을 주문했다.

혼자 여행 다니면 먹거리에 별 관심이 없는데
그래도 음식 나오는 것과 가격을 보려고 시킨 것인데
맛도 가격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전에 아이들과 왔을 때 막국수도 먹었는데
녀석들 다시 가보자고 하니까 혼자 가라고 하고
얄미운 넘들 . . .

그렇게 청평사까지 둘러보고 돌아왔는데
오메 ~ 집에 와서 보니 노출 부위가 빨갛게 익어 버렸다.
닷새간 강원도 여행에서도 괜찮았는데
여름 다 가고 깜순이가 되게 생겼다.

요즘 한동안 방콕에만 있었더니
운동 부족인지 고거 걸었다고 다리가 뻐끈하니 아프다.
이제 찬바람 나니까 슬슬 다시 산에 다녀야 겠다.

앞으로 산에 같이 가실 분 계신가요?
어디 산이든 같이 가자면 기꺼이 동행하겠습니다.

2010년 8월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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