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병원 이야기

智美 아줌마 2012. 8. 11. 21:34

종합 검진을 하면서 추가로 여러 검사를 하였는데
재검이 필요하다고 연락이 왔다.

알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내과, 산부인과에서 재검을 해보자고 하셔서 다시 검사를 하니까
통원 치료를 해도 되지만
입원 관찰 치료 하는 것이 빨리 호전되겠다고 하셔서
피서 간다는 마음으로 입원을 하게 되었다.

입원해서 처음 식사가 나왔는데
나는 2,000 칼로리 당뇨 식단으로 고추가루 하나 없이 허연 반찬들이 나왔다.
뭐여?
아 ~ 머리에서 쥐나려고 한다.

한 끼 두 끼도 아니고 매일 허연 반찬이 나오는데
날이 갈 수록 먹는 게 입맛 딱 떨어지기에
"선생님, 저 일반식 먹게 해주세요." 했더니
그냥 먹으라고 하신다.
뭐냐고 . . . 잉잉

그래서 앞에 환자의 빨간 양념의 반찬을 얻어 먹기 시작하였다.
그려그려, 이 맛이지 이 맛 . . .
병원에서 식이요법 시키고 약 먹이고
당수치 떨어지면 호전되는 건가?

집에 가서 일반식 먹으면 당연히 당수치가 올라갈텐데
그땐 어쩌라고?
그래서 슬쩍슬쩍 간식도 먹고 커피 한 잔도 하고
다른 환자 반찬도 얻어 먹고
그렇게 지내다보니 당수치가 오르락 내리락 한다.

어차피 집에서 이대로 먹기 힘드니까
저항력을 좀 길러야 되는 겨.
그래야 약 발이 얼마나 듣나 파확을 하지.
맞아맞아, 그래야 되는겨.
내가 환자고 내가 의사다.
못말리는 나 잘난 여사!!

아래 사진들은 그렇게 나온 식사들이다.
매 끼니마다 과일, 우유, 두유가 곁들어 나오고
고기, 생선 고단백질 반찬도 꼭 나온다.

그리고 병실 침대에 누우면 보이는 하늘
하필 모텔이 턱 버티고 있어 맨날 모텔 위로 하늘을 보게 되는데
오늘은 구름이 저렇게 생겼네.
오늘은 구름이 또 다르게 생겼구나.

북한산 위로 구름이 많이 걸쳐 있네.
오늘도 저 북한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많겠지?
아, 나도 저 산에 오르고 싶다.

병명 모르는 사람들이 이런 푸념을 들으면
죽을 병이라도 걸려서 부러워 하는 걸로 알겠지? ㅎㅎㅎ

하루종일 병실에 누워 있으면 진짜 환자가 될까봐
새벽 5시에 일어나 씻고
병원 층층이 오르락 내리락 빙글빙글 돌고
병원 안에서 밖으로 또 빙빙 돌면서 다리 근력(?) 운동을 하였다.

누워만 있어서 다리에 힘빠지게 되면
여행 다닐 때 지장이 있을까봐
아침, 점심, 저녁으로 병원 순찰을 다녔는데
그때 병원 주변을 돌면서 찍은 꽃 사진들이다.

아마 내가 병원에서 안보이면
맨날 병원 빙빙 돌던 아줌마 안보이네
퇴원했나? 할겨. ㅎㅎㅎ

※ 입원 당시 공복 혈당이 241, 식후 혈당이 348, 고지혈증 수치는 120, 정상 기준 당수치는 100미만, 콜레스톨 수치도 100미만으로 보통 사람은 190까지는 약물 치료를 하지 않지만 당뇨 환자들은 동맥경화 예방 차원에서 100이 넘으면 병행 약물 치료를 한다고 한다

처음 입원해서 이런 식사가 나왔을 때는 "그래, 나한테는 이런 밥을 먹게 하는구나" 했다.

병실에서 보이는 북한산, 오른쪽부터 인수봉. 백운대, 만경대 . . . 맞나? 맞든 틀리든 내 맘이야.

다음 날의 또 다른 하늘

며칠은 이런 반찬으로 먹겠던데 점점 목에서 밥이 안넘어 가려고 했다.

와 ~ 오늘 구름은 더 멋있네. 이런 날 사진 찍으러 가야 되는데 . . .

이구 ~ 오늘은 청국장 배추국이다. 싱겁기까지 하니 더 맛이 없다.

오늘은 구름 사이로 하늘이 파랗게 보이는구나.

이번 식사에는 천도 복숭아가? 신과일은 더 안먹는데 그래도 먹어야 하느니라.

오잉? 오늘은 구름이 많네. 이렇게 날씨가 좋은데 병실에 있다니, 뭐라고? 밖은 얼마나 뜨거워 dg는데  날씨 타령이냐고? 미안혀, 시원한 병원에서 신선 놀음을 하다보니 헛소리 한겨. ㅎㅎㅎ

아, 찬 우유를 먹으면 금방 탈이 나는데 생각없이 먹었다가 어케되었나는 상상혀.

야 ~ 오늘은 북한산에 구름이 다 걸쳐있네. 이 시간에도 땀 뻘뻘 흘리며 산에 오르는 사람이 있겠지?

날마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데도 하늘은 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 . .

변함없이 허연 반찬은 바뀌지도 않고 나오고 . . .

오늘도 부러운 마음으로 북한산을 폰카에 담는다.

여전히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하늘, 버티고 있는 모텔 . . .

아흐 ~ 진짜 이 연두부가 나온 날은 최악이였다. 밥이 안넘어 가서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고나 할까? 약들 먹어야 되니까 어케 먹어야지.

물리치료실에 갔더니 북한산이 앞에 가림없이 잘 보여서 한 컷 담고 . . .

허리, 무릎, 발 통증 치료를 하였는데 멀뚱이 누워 있다가 이쁜 내 발도 한 컷 찍고 . . .

 

입원한 다음 날                                    입원한지 5일째 되는 날                    퇴원하는 날 모습
푸석푸석 환자의 얼굴에서 점점 화색이 밝아져 내 얼굴로 돌아온다. ㅎㅎㅎ

병원 뒤 편의점 앞에 핀 치자꽃

 

 

분꽃

병원 화단에 달린 방울 토마토

고추 꽃에 개미, 진딧물이 분주하게 양분을 빨아 먹고 있다.

 



2012년 8월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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