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아픈 이야기가 있는 여행 풍경(정동진)

智美 아줌마 2008. 5. 7. 05:30

      기차 안에서 셀카로 한 컷!! 얼굴이 달덩이같다. ㅎㅎㅎ

      새벽 4시반경에 도착한 정동진

      서서히 동이 트고 있지만 날씨가 흐려 일출은 보기 힘들겠다.



      엄니, 아베 드릴 카네이션 바다에 놓아 드렸다.






      <정동진>

      청량리역을 출발해 서서히 정동진을 향해 기차가 움직일 때
      내 옆 좌석에 아가씨가 와 앉았다.

      주변에 많은 젊은 친구들이 삼삼오오 왁자지껄하게 들 떠 같이들 가는데
      이 아가씨는 혼자 가는 것 같았다.
      젊은 친구들이 시끌시끌한 가운데 조용히 혼자 가는 아가씨의 표정은
      왠지 자꾸 마음이 쓰이게 했다.

      아가씨 어디가?
      정동진에 가요.
      혼자 가는거야?
      네 . . .

      에구? 나같은 사람 여기 또 있네. ㅎㅎㅎ
      아줌마도 혼자 가세요?
      응, 그런데 왜 혼자 가?
      마음이 복잡하고 안좋아서요.

      젊은 친구가 왜 마음이 안좋아서 혼자 여행을 가? 옆에 사람들 같이 한창 좋은 시기에 . . .
      네 . . . 남동생이 하나 있었는데 얼마 전에 자살을 했어요.
      뭐? 왜? 나는 머리카락이 쭈빗 서는 것 같았다.
      이 무슨 안타까운 일인가?

      동생은 정말 열심히 공부를 잘 했어요.
      그런데 막상 힘들게 공부해서 대학엘 가보니 그렇게 힘들게 들어간 대학 생활이
      자신이 어렵게 공부하면서 꿈꿔 왔던 그런 대학 생활이 아니였나봐요.
      거기서 회의감이 들고 상실감이 컸던 것 같아요.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부모, 형제를 두고 그런 선택을 해?
      그러게 말이예요. 그래서 답답해서 바다 보러 가는거예요.
      난 많은 죽음들 중에서도 20대 젊은 사람들의 죽음을 제일 안타까워 한다.

      자식들 힘들게 곱게 곱게 키워서 이제 사회의 한 일원으로 살 수 있게 되는데
      죽음을 맞는다는 것은 가정의 큰 불행이지만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라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정동진으로 가는 기차 여행 길은 마음 아픈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기차는 7일 밤 10시 40분에 출발해 다음 날 새벽 4시 48분에 정동진에 도착하였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정동진의 새벽 바다는 눈이 시릴 만큼 파랗고
      그 푸르름 속의 썬쿠르즈는 낭만을 생각하게 해주는 듯 불빛이 찬란했다.

      동해 바다 . . .
      엄니가 계신 바다 . . .
      나는 도착하자마자 모래 사장으로 내려가 물 가까이에 있는 바위에 올랐다.
      목이 매여 왔지만 마음을 가라 앉히고 엄니를 큰 소리로 불러 보았다.

      엄마. . . 엄마 . . .
      나 왔어. . . 어디 있어 . . . 나 보여 . . .
      대답이라도 해주는 것 같이 파도가 밀려와 물결 쳐 내 앞에서 부서진다.
      엄마는 알거야, 내가 보일거야, 혼자 중얼거렸다.

      엄마 . . . 오늘이 어버이 날이잖아. 엄마한테 카네이션 드리려구 왔어.
      넓은 바다가 엄마 가슴이라 생각하고 물 위에 놓아 드릴게, 아베 것도 . . .
      나는 살며시 물 위에 카네이션 두 송이를 올려 놓았다.

      파도에 밀려 제자리를 맴돌다가 맴돌다가 서서히 바다 가운데로 향해 떠나간다.
      차츰 차츰 멀어져 가는 꽃을 바라보니
      엄니가 손을 흔들어 주는 것 같이 사알랑 사알랑 대며 흘러 간다.
      나도 엄니한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엄마 . . . 잘가 . . . 눈시울이 뜨거워 진다.

      꽃이 안보일 때까지 바라보고 있었다.
      눈이 시릴 정도로 파랗던 바다는 서서히 하얗게 빛이 바래지고
      바닷가로 사람들이 하나 둘 내려오기 시작하였다.

      아마 같이 기차를 타고 왔던 사람들이리라.
      주변에서 사람들은 여기 저기서 깔깔대고 사진 찍기에 폼들 잡는다.
      이참에 나도 한 컷 부탁을 했다.

      동해 바다에서는 정동진을 가장 많이 와 봤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정동진 주변은 둘러보지않고 강릉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갔는데
      강릉행 첫 차 버스가 6시 50분이란다.
      아직 4, 50분을 기다려 된다.

      정동진에 가 본 사람들은 정동진 역 앞에서 썬쿠르즈 방향 45º 각도 정도에
      마을 가운데 자그마한 산봉우리가 있고 그 꼭대기에 정자가 하나 있는 것을 보았으리라.
      여러 번 정동진을 갔어도 그곳이 궁금하였지만 올라가보지는 않았었다.

      차가 오려면 한참 기다려야 되기에 저 산에 올라 가보자 생각하고
      동네 사람에게 물어 보았더니
      앞 상가 건물 돌아 마을 앞에 올라가는 길이 있는데 올라가보면 좋다고 하였다.

      알려 준대로 마을 안으로 돌아가니
      나무 계단이 가파르게 잘 만들어져 있었고
      산 길을 혼자 올라 가려니 조금은 무섭기도 하였다.

      숨 가쁘게 헉헉대면 정상에 올라 아래서 보던 정자에 오르니
      정동진의 탁 트인 바다를 한 눈에 볼 수가 있었고 바람이 참 시원하였다.

      다음에 정동진에 가시는 분들은 이 자그마한 산에 함 올라 보면 어떨런지 . . .
      잠시 정자에 머무르다 한적한 숲길을 내려와 강릉행 버스를 기다렸다.
      다음에 또 오리라 생각하면서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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