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암공원~슬도 해안트레킹…총 5.6km, 2시간이면 충분
바다의 노래가 우리를 데려다 주리라, 대왕암공원 트레킹
그동안 상상하지 못했던 울산의 서정성을 느끼고 싶다면 대왕암공원으로 나서보자. 대왕암공원에서 방어진 슬도까지 이어진 풋풋한 해안길을 걸으며 새로운 울산을 만나게 될 것이다.
붉은 빛이 도는 대왕암. 신라의 어느 왕이 잠들었다는 설과 신라 문무대왕비가 왕을 따라 나라를 지키겠다고 잠들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동해안 줄기를 따라 위로는 포항, 아래로는 부산과 닿는 울산. 위 아래로 쟁쟁한 관광도시들이 자리하기 때문일까. 많은 사람들이 둘 사이에 자리한 울산을 ‘산업도시’라고 기억한다. ‘관광도시’와는 거리가 있다. 소개팅 주선자에게 상대방을 “성격(만) 좋아 보인다”고 에둘러대는 것과 비슷한 표현 아닐까 싶다. 보고 또 보아야만 매력을 알 수 있는 ‘볼매’들을 찾아내기 위해선 인내심을 발휘해야 하는 법. 무뚝뚝하고 재미없어 보이던 상대가 볼수록 듬직한 진국이라면 그만큼 신나는 일도 없지 않은가.
그래서 준비했다. 오랜 시간 산업도시라는 이미지에 굳게 갇혀있던 울산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공간. 예상하지 못했던 울산의 매력을 엿볼 수 있는 대왕암공원을 소개한다. 울산시민들이 최고의 데이트 코스로 꼽는 공간이다. 대왕암공원 주변의 해안 산책로를 따라 방어진 슬도까지 걸어볼 예정이다.
울산의 끝에 자리한 등대가 들려주는 이야기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 대왕암(왼쪽)과 대왕암에 닿긴 전 자리한 희망과 사랑의 우체통(오른쪽)
울기등대 신·구 등탑. 100년 전의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구 등탑은 역사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대왕암공원은 1962년 울산에서 처음으로 공원에 지정됐다. 대왕암 가까이 자리한 울기등대의 이름을 본 따 ‘울기등대공원’이라 부르다 ‘일본의 잔재’라는 이유로 1984년 지금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울산 앞바다를 밝힐 나무 등간을 만든 일본은 이듬해 6m의 등탑을 세우고 ‘울기등대’라는 이름을 붙인다. 울산의 끝에 자리한 등대라는 뜻이다. 이때 일본은 등대 주변 군사기지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해 소나무도 함께 심는다.
시간이 흘러 소나무들은 등대보다 키가 자라고 3m 증축으로도 등대 역할을 못하게 되자 1987년 촛대모양의 신등탑이 세워진다. 울기등대 신·구 등탑이 사이좋게 자리하게 된 이유다. 100년 전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울기등대 구등탑은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106호로 등재되었다.
대왕암공원이 속한 울산 동구는 삼면이 바다에 안겨있다. 바다를 향해 삐쭉 남쪽으로 튀어나온 모양이 해안트레킹에 제격일 듯 싶다. 2012년 울산광역시 동구는 미포해안부터 대왕암공원과 슬도를 지나 예전부두까지 이어지는 해안길을 정비해 ‘대왕암 솔바람길’을 완성했다. 오늘 걸어볼 길은 대왕암 솔바람길의 일부다. 본격적인 트레킹에 나서기 전 ‘대왕암 솔바람길’을 먼저 살펴보자.
대왕암 솔바람길은 ①미포해안~일산해수욕장 ②대왕암공원 ③섬끝마을~예전부두를 잇는 세 가지 구간으로 이어진다. 아직까지는 ‘대왕암 솔바람길’‘대왕암 둘레길’‘대왕암공원 산책로’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울산광역시 동구청 유성덕 계장은 “2012년 스토리텔링 사업을 통해 근방 해안길이 ‘대왕암 솔바람길’로 잠정 확정됐다”며 “현재 ‘대왕암공원 산책로’로 불리는 공원 내의 구간은 주민들 협의를 거쳐 이름을 정할 계획”이라고 했다.
신비로운 기암들의 속삭임이 들려오네, 대왕암공원 솔바람길
대왕암공원 입구(왼쪽)에서 좌측 해안을 따라 해송이 이어진다(오른쪽)
이번에 소개하는 구간은 대왕암공원부터 방어진 슬도까지다. 솔바람길 구간으로 따지면 ②대왕암공원과 ③섬끝마을~예전부두 일부 구간이 속한다. 헷갈릴 여지가 있어 이번 기사에서는 ‘대왕암 솔바람길’ 대신 ‘슬도~대왕암공원 트레킹’으로 부르려 한다.
대왕암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안내책자부터 챙기자. 공원입구에서 좌측으로 들어가면 늘씬한 곰솔들을 따라 해안 산책로가 펼쳐진다. 바깥막구지기~안막구지기~용굴~울기등대~대왕암~과개안~고동섬전망대~노애개안(중점)~슬도까지 대왕암공원을 가운데 두고 해안을 따라 크게 한 바퀴 돌아볼 예정이다. 해안을 따라 다양한 지명이 붙은 볼거리들이 펼쳐진다. 일일이 찾아보느라 스트레스 받는 대신 아름다운 울산의 바다를 누리기를 권한다.
버릇없는 청룡이 갇혔단 설화를 품은 ‘용굴’과 다정히 자리한 한 쌍의 소나무, 그리고 울기등대를 지나 대왕암과 닿는다. 바다 건너 자리한 거대한 황토색 기암들을 보자 죽어서도 해신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며 바다에 잠든 신라 문무대왕이 떠오른다. 누군가는 대왕암 역시 문무대왕비가 왕의 뜻을 받들어 나라를 지키겠다고 잠든 곳이라고 설명하기도 하는데 그런 전설은 차치해도 좋을 만큼 아름답다. 대왕교가 놓이기 전까지 대왕암은 뱃길로 오고 갔다. 지척에 자리한 해맞이 전망대에서 대왕암 뒤로 떠오르는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넓은개안’을 뜻하는 과개안. 예로부터 고래를 모아 잡던 공간으로 유명하다. 몽돌을 때리는 파도 소리가 고래 울음소리를 닮은 것도 같다
[왼쪽/오른쪽]대왕암공원과 섬끝마을을 잇는 해안길 풍경 / 다정한 형제같은 고동섬
대왕암공원에서 멀어질수록 수줍은 울산 바다의 속살이 드러난다. 언제까지고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은 길을 따라 돌들도 뒤척인다는 과개안(너븐개)에 닿는다. 넓은 해안이란 이름답게 부드러운 해안선이 포근하게 뭍에 안긴다. 1960년대까지 고래를 몰아 포획하던 해안이다. 동행한 박애경 문화관광해설사는 “부역의 의무가 있던 옛날 우리 조상들은 너븐개로 고래가 밀려오면 도로 바다로 돌려보냈다는 기록이 있다”며 “너븐개의 포근한 해안선이 주는 안정감 때문인지 예로부터 이곳에서 고래가 많이 잡혔다”고 설명을 더했다.
과개안에서 슬도로 향하는 길, 고동섬과 마주한다. ‘수리바우’에서 ‘소라바위’로 변형된 것을 한자로 전환하면서 ‘고동섬’이 되었다. 그다지 고동과 닮지 않은 두 개의 검은 바위가 자리한다. 달빛 쏟아지는 야경이 아름답다니 기억해두자.
얼마나 걸었을까. 중점에 닿는다. 일산동과 방어동의 경계지점의 가운데 고개를 뜻한다. 노애개안이라고도 부른다. 이 구간을 걷다보면 종종 물웅덩이와 마주한다. “이곳은 조선시대 군마를 기르던 목장이었어요. 여기 물웅덩이 보이죠? 말에게 물을 먹이던 음수지에요. 지금도 집집마다 농업용수로 활용하고 있어요.”
노래하는 바위섬, 슬도
드라마 <메이퀸> 등 촬영지로 유명해진 슬도 등대. 울산 동구청은 슬도 전역을 ‘지붕없는 미술관’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왼쪽]섬끝마을과 슬도 사이에는 해산물이 풍부해 예로부터 해녀들이 많아 ‘해녀마을’로 불리기도 했다. 지금도 해녀들이 물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오른쪽]뭍인 섬끝마을과 무인도 슬도를 잇는 슬도교. 덕분에 이 뭍과 섬을 자유롭게 오고 갈 수 있게 됐다
슬도 등대 아래 풍경
말에게 짠물을 먹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 길을 걸으며 제주도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역시 말을 키웠단다. 좋은 풍광을 보며 마음껏 뛰어다녔을 말을 상상하며 섬끝마을에 닿는다. 섬(슬도)과 뭍 사이에 자리한 섬끝마을은 ‘성끝마을’로도 불린다. 실제로 마을 해안을 따라 돌을 쌓아둔 ‘성’의 흔적이 남아있다. 또 이곳은 해녀들의 마을이기도 하다. 구멍바위 슬도와 닿아 있어 해조류와 어패류가 풍부해 제주에서 건너온 해녀들도 많았단다. 지금도 물질하는 해녀들을 볼 수 있다. 2012년 MBC 드라마 <메이퀸>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색색으로 꾸며진 골목 벽화가 관광객들을 반긴다.
섬끝마을에서 슬도교를 건너면 곰보섬 슬도와 닿는다. 돌맛조개들이 남긴 구멍투성이 바위들에 안겨 곰보섬이 되었다. 또 이 구멍으로 바닷물이 들고 나는 소리를 운치있게 표현해 곰보섬은 ‘슬도(瑟島)’가 되었다. 여전히 무인도지만 드라마의 영향으로 찾는 이들이 발길이 이어져 더 이상 외롭지 않다. 슬도교 옆 자리한 고래조형물은 이곳이 고래의 고장 울산임을 한번 더 알려준다. 그래도 포인트는 슬도 등대. 등대 아래 자리한 나무의자는 하염없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 바다를 향한 의자에 걸터앉자 울산 바다가 시원하게 쏟아져 들어온다. 언젠가 고래들이 뛰놀았을 바다를 바라보며 등대는 무엇을 기다리고 있을까.
tip. 대왕암공원
연중 개방한다. 출입가능 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아 언제든 대왕암 일출을 볼 수 있다. 대왕암공원 내에 자리한 울기등대는 매년 초등학생 방학기간동안 숙박을 겸한 등대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7월과 12월 초, 울산지방해양항만청 홈페이지에 들어가 신청하면 된다. 최대 12명까지 입실 가능하다. 초중고교생이 있는 가족만 신청할 수 있다. 20명 이상이 울산을 찾을 경우 울산광역시청(052-229-3852, guide.ulsan.go.kr)에 문의하면 문화관광해설사와 동행할 수 있다.
대왕암공원 문의: 동구청 문화체육과 052-209-3470, 동구청 공원녹지과 052-209-3754
울기등대 숙박 문의: 울기등대 052-251-2125, 해사안전시설과 052-228-5610
여행정보
1.찾아가는길
*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 언양분기점 → 울산고속도로 → 신복로터리 → 남부순환도로 → 동덕아파트앞 울산MBC방면 우회전 → 계변로 → 가구삼거리에서 방어진 방면으로 좌회전 → 명촌교 → 고헌로 → 등대사거리에서 대왕암공원 방면 우회전 → 대왕암공원
2.맛집
언양전통불고기 : 울주군 언양읍 / 언양불고기 / 052-262-0940 / korean.visitkorea.or.kr
고래고기원조할매집 : 남구 장생포고래로 / 고래고기 / 052-261-7313 / korean.visitkorea.or.kr
동해농장식당 : 북구 연암동 / 멧돼지불고기 / 052-288-4545 / korean.visitkorea.or.kr
도동산방 : 울주군 상북면 / 한정식 / 052-254-7076 / korean.visitkorea.or.kr
콩사랑 : 동구 일산동 / 콩요리, 황태 / 052-252-0023 / korean.visitkorea.or.kr
3.숙소
굿스테이 경원BIZ모텔 : 동구 녹수7길 / 052-233-2000 / korean.visitkorea.or.kr
굿스테이하이호텔 : 동구 바드래길 / 052-944-1010 / korean.visitkorea.or.kr
브이온천모텔 : 울주군 상북면 / 052-254-1700 / korean.visitkorea.or.kr
작천정펜션리조트 : 울주군 상북면 / 052-264-4900 / korean.visitkorea.or.kr
아젤란리조트 연수원 : 울주군 상북면 / 052-257-8040~1 / korean.visitkorea.or.kr
글, 사진 : 한국관광공사 국내스마트관광팀 이소원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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