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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해를 품은 여덟 봉우리 고흥 팔영산 산행

智美 아줌마 2016. 4. 3. 23:44

다도해의 가운데에 힘차게 솟은 팔영산의 여덟 암봉.

 

팔영산(八影山, 609m)은 한반도의 남쪽 땅 끝자락에 아슬아슬하게 솟아있는 신비한 산이다. 이산은 고흥 주변의 다른 산들과 견주어도 높이나 산세가 깊어, 정상에 오르면 점점이 흩뿌려진 다도해의 아기자기한 섬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여덟 봉우리가 만들어 낸 독특한 경관은 팔영산의 진면으로 경사진 바윗길을 넘을 때면 오묘한 긴장과 스릴을 느끼게 해주며, 그 꼭대기에 오르면 눈앞에 펼쳐지는 다도해의 아름다움이 눈을 즐겁게 한다.

[진행-AM트레킹]

산 아래에서는 팔영산의 여덟 봉우리와 깃대봉이 선명하게 보인다.

 

팔영산에 도착하면 산의 이름이 곧 납득된다. 산 아래에서 정상부를 바라보면 여덟 개의 봉우리가 줄줄이 이어진 것이 선명하게 보인다. 높게 일어난다는 고흥(高興) 땅에서 가장 높은 산이 팔영산이다. 산에 오르면 그보다 더 높은 우주를 향해 로켓을 쏘아 올린 나로도까지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 발사체였던 나로호는 ‘고흥 가서 힘자랑하지 말라’는 옛말처럼 힘차게 떠올라 우주의 궤적에 닿았다. 나로호의 성공은 고흥군을 본격적으로 우주개발 도시로 발돋움시키며 이 작은 고장의 역사상 가장 큰 혜택을 주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느덧 오전 11시, 서울에서 4시간을 달려 산행의 출발점인 평촌교 주차장에 도착했다.

 

높게 일어서고픈 고흥의 진산

팔영산은 여덟 개의 봉우리가 순서대로 이어져 있다. 제1봉인 유영봉부터 2봉 성주봉, 3봉 생황봉, 4봉 사자봉, 5봉 오로봉, 6봉 두류봉, 7봉 칠성봉, 8봉 적취봉이 그것이다. 여덟 바위마다 각각의 전설이 깃들어 있어, 산을 오르면서 그 안에 깃든 이야기를 곱씹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바위 능선을 넘는 즐거움을 느끼기 전, 제법 경사진 산길을 약 한 시간 정도 걸어 올라야 한다. 곳곳에 바위가 산재한 비탈길에 산행 초반은 조금 힘들었지만. 곧 푸른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고 첫 번째 바위 봉우리인 유영봉에 도착했다.

제1봉인 유영봉에서 바라 본 풍경.

 

팔영산은 주말을 맞아 각지에서 찾아온 산행객들로 붐볐다. 이미 보따리를 풀고 점심식사를 하는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AM트레킹 회원들도 이곳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두 번째 봉우리인 성주봉으로 향했다. 2봉부터 8봉까지는 제법 비슷한 높이의 바위들이 가깝게 붙어있어, 10~15분 정도에 하나의 봉우리를 넘을 수 있었다. 온통 바위로 덮인 산이라 그런지 험한 길이기도 했지만, 바위를 넘는 재미가 있었다. 산행이 중반쯤에 치닫자 여덟 봉우리 중 가장 높은 해발고도 596m의 두륜봉에 닿았다.

 

뒤를 돌아보니 지금까지 올라왔던 길들이 보였고, 정면으로는 앞으로 넘어야 할 바위들이 눈앞에 다가왔다. 산행 당일 날씨가 좋아 파란 다도해의 바다가 뚜렷이 보였다. 입춘이 한참 지난 뒤에 찾아온 대설주의보와 낮은 기온으로 봄은 그렇게 호락호락 오지 않으리라 생각한 남행이었다. 그러나 산에서 바라본 풍경은 따뜻한 봄이 성큼 다가왔음을 느끼게 해줬다. 봄꽃이 남쪽 땅에 꽃을 피우면 북상하는 속도는 평균 25km 정도 된다고 한다. 이제 얼마 지나지 않아 차가운 시베리아 기류가 물러나고 전국에 봄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팔영산 산행의 매력은 바위를 넘으면서 다도해의 아기자기한 섬들을 감상하는 것이다.

그 산에는 여덟 봉우리만 있지 않더라

다시 걷기 시작해 7봉인 칠성봉을 거쳐 8봉 적취봉에 도착했다. 적취봉은 푸른빛이 겹쳐진다는 뜻에서 지어진 이름으로 정상에 오르니 정말로 맑고 푸른 바다가 뚜렷이 보였다. 멀리 고흥의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갈 우주센터도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앞으로는 다도해의 바다를 보기 위해서가 아닌 우주쇼를 감상하기 위해 팔영산을 찾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팔영산 정상인 깃대봉에서 바라 본 풍경.

 

여덟 개의 봉우리를 모두 넘었다고 산행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정상인 깃대봉(609m)을 향해가야 한다. 깃대봉에 도착하기 전에 나오는 넓은 헬기장은 점심 식사를 하기에 알맞은 장소다. 곧 도착한 정상에는 철탑 하나가 우뚝 서 있다. 이곳도 다도해의 아기자기한 섬들이 잘 조망되는 장소로 많은 사람이 기념촬영을 하는 곳이다.

정상까지 발 도장을 찍은 회원들은 남쪽방향의 영남면으로 하산했다. 약 1시간 20분 정도의 하산길은 편백나무 숲의 평탄한 임도로 자칫 지루할 수도 있지만, 길옆에 봄꽃들이 반겨주어 심심하지는 않았다. 모든 길을 내려와 뒤를 돌아보니 오르고 내렸던 봉우리들이 희미하게 보인다.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등 뒤에 있었다. 따스한 햇볕에 빛나는 산봉우리는 산행의 기억을 희미하게나마 보듬어주었다. 그리고는 봄바람에 실려 온 기분 좋은 봄꽃 향이 코끝에 은은하고 달콤하게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