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좋은 날 다 갔다

智美 아줌마 2010. 10. 19. 20:42
짱구 군대 보내고 한달 반을 마음 졸이며 눈에 밟혀 했더니
막상 근무지 배치 받고나니 이제 내가 시집살이 하게 생겼다.
에구 ~ 좋은 날  다 간 것 같어.

요즘 근무지 배치를 받지 않고 화랑대로 망월사 부근 군부대로 출퇴근을 하더니
드디어 오늘 부터 옆동내 동사무소로 배치받아 첫 출근을 하였는데
문제는 점심 도시락을 싸가야 한다는 것이다.

으메으메 ~ 싸가지 도시락 싸주는 것도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닌데
짱구 도시락까지 싸야하다니 . . .
애들 다 키웠다고들 하더니 이 무슨 때늦은 뒷바라지인지 . . .

상근도 어찌되었든지 간에 군인이니까 밥은 줘야되는 것 아닌감?
밥을 못주면 밥값이라도 줘야되는 것 아녀?
동사무소 배치 받아서 사회 공부도 하고 괜찮겠다했더니
내가 옴짝을 못하게 생겼다.

전에는 아침에 뭘 좀 먹이고 내보내려면 먹기 싫다, 안 넘어간다
이 핑계, 저 핑계 요리 빼고 조리 빼고 안 먹으려 해서
여름에는 생과일 쥬스 갈아 먹이고, 찬바람 나면 영양죽 끓여 먹이면
그것도 안 먹으려고 짜증을 내고
"한숟가락만 더 먹어. 응? 한 숟가락만 하고는 사정을 했었다

그런데 훈련 받고 나오니까 이른 아침 밥을 줘도 한 그릇 뚝딱하고 가기에
살다보니 이런 날도 있구먼 하고는 새벽 6시20분에 일어나 아침밥 먹여 출근 시켰더니
이젠 한 술 더 떠서 도시락까지 싸야하다니
에구 ~ 날마다 두 아이들 도시락 반찬 걱정하며 지내게 생겼다.

나 편하자고 "밥 사먹어" 하면 간단하지만
어쩌다 싸가지 도시락을 안 싸줄 경우 밥먹기가 고민이란다.
메뉴 찾아 식당 다니며 사 먹는 것도 일이고
배달을 시켜 먹으면 배달이 너무 늦어 짜증이 난다고 투덜투덜 . . .

그러니 어찌겠는가
내 몸 귀찮아도 새끼들 아침 먹이고 도시락을 싸줘야지. . .
어제 영주 다녀와서 반찬거리도 마땅찮은데
짱구 어제 근무할 동사무소 갔더니 선임들이 반찬 많이 싸오랬다나.

그런데 첫날 부터 도시락 안 싸주면 선임들한테 찍히면 어카나싶어
고기 재놓은 것 볶고 계란말이 하고 건새우 조린 것 하고
얼렁뚱땅 싸서 보내다보니 싸가지는 뒷전으로 밀리고

"엄마 내 도시락은?"
"반찬 조금 싸줄테니까 햅반 하나 가져가서 먹을래?" 하니
"냅둬, 내 도시락에 짱구 밥 싸주고 . . . 궁시렁궁시렁"
그래도 어쩌남, 둘이 나가는 시간이 비슷해서 짱구 먼저 챙기다보니 그런걸.

아, 이제 편하게 여행도 못가겠다.
짱구 아침 먹여 보내야지, 두 녀석 도시락 싸줘야지 . . .
이구이구 ~ 좋은 날 다 갔다.

2010년 10월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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