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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재는 충북 제천시 봉양읍 원박리와 백운면 평동리 경계에 있는 고개로 천등산 박달재라고도 하며, 조선시대에는 천등산과 지등산이 연이은 마루라는 뜻에서 이등령으로 불리기도 했다. 해발 453m, 길이 500m. 예로부터 제천에서 서울에 이르는 관행길이 나 있으나, 첩첩산중으로 크고 작은 연봉이 4면을 에워싸고 있어 험준한 계곡을 이룬다.
이곳은 1217년(고려 고종 4) 7월 거란군이 10만 대군으로 침공해 왔을 때 김취려 장군이 험준한 지형을 이용하여 전공을 세운 전승지로 유명하다. 또한 인근의 지등산·인등산과 함께 천(天)·지(地)·인(人)을 모두 갖춘 신령스런 곳으로, 단군이 하늘에 제사 지내던 성소로 알려져 있다.
조선 중기 경상도의 젊은 선비 박달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던 중 이 산골의 벌말(백우면 평동리)에 이르렀다. 서산에 해는 지고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박달 도령은 벌말의 한 농가에 들어 잠자리를 청한다.
그날 밤따라 휘영청 밝은 달이 높이 떠 한적한 마을을 비추니 객지의 밤이 주는 야릇한 마음에 좀처럼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박달 도령은 방문을 열고 나와 산골의 교교한 달빛 아래 서성거리던 중 집주인 딸 금봉이라는 처녀와 눈이 맞아 남몰래 정을 나눈다.
박달 도령은 과거에 급제한 뒤 혼례를 올리기로 굳게 맹세하고 날이 밝자 고개 넘어 한양으로 떠났다. 그러나 한양에 온 박달 도령은 금봉 낭자에 대한 그리움으로 밤잠을 설치느라 공부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박달은 과거에 응시했으나 낙방하고 만다.
금봉 낭자를 볼 면목이 없게 된 박달 도령은 한양에 그대로 머물며 재수를 준비한다. 박달 도령을 떠나 보낸 금봉 낭자는 기다림에 지쳐 날이면 날마다 고갯마루에 올라가 한양 쪽 하늘을 바라다보며 박달 도령 이름을 부르다가 그만 쓰러져 죽고 만다. 금봉 낭자에 대한 그리움에 견디다 못한 한양의 박달 도령은 재수를 집어치우고 풀죽은 모습으로 벌말에 돌아오지만, 그를 맞은 것은 금봉 낭자가 죽었다는 비보였다.
절망에 빠져 넋을 잃은 박달 도령 앞에 죽었다던 금봉 낭자가 화사한 옷차림으로 나타나 고갯길을 올랐다. 너무 기쁜 나머지 박달 도령은 그녀를 따라가 와락 끌어안았다. 순간 그는 천길 낭떠러지에 굴러 죽고 만다. 금봉 낭자의 환상에 박달이 떨어져 죽은 고개라 하여 박달재다
이 성황당은 금봉이가 박달의 장원급제를 빌던 곳이란다
박달재의 목조각들은 5년째 박달재를 절 삼아 살고 있는 성각스님의 작품들이다
박달이와 금봉이의 한풀이로 박달재에 두 인물을 중심한 목조각공원을 조성하고 있는데 처음엔 인근 주유소에서 밥을 얻어 먹으며 목조각에 매달렸으나 이젠 제천시 차원의 공원 조성 사업으로 발전했다.
성각스님은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강원 정선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던 중 그는 홀연히 출가한다. 이때 30대 초반. 세상사 좁쌀을 천번 굴리느니 큰 호박덩이를 한번 굴리는 게 낫겠다 싶어 합천 해인사 등 전국을 만행하며 자신을 찾아 나섰다.
하늘과 바람을 벗 삼아 떠돈 세월이었다. 어느 날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박달재’라는 소리에 불현듯 강한 귀소본능이 발동했다. 그 길로 박달재로 내달았고 사찰 선방에서 새벽녘 오줌을 누러 나왔다가 바다가 보고 싶어 바지를 추키곤 곧바로 동해로 달려갔던 그였다.
박달 도령과 금봉 낭자의 애절한 사연을 알고는 바랑을 박달재에 내려 놓았으니 전생에 자신이 박달 도령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열심이시다.
김취려장군은 고려시대 장군으로 본관 언양. 시호 위열. 음관으로 정위에 임명되어 동궁위를 거쳐 장군으로서 북동국경을 진압한 후 대장군이 되었다.
1216년(고종 3) 거란의 군사들이 가족까지 이끌고 의주 ·삭주 ·영주 등지로 침입하여 식량을 약탈하고, 그곳을 생활의 근거지로 삼으려 하자, 후군병마사로 임명되어 그들을 크게 물리치고 금오위상장군이 되었다. 다음해 다시 전군병마사가 되어 충청도 제천까지 침입한 거란군을 크게 무찔러 격퇴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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