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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천 년의 숨결 경주

智美 아줌마 2014. 8. 25. 11:23

신라 천 년의 숨결 경주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 유네스코 세계유산이자 ‘노천박물관’으로 불릴 만큼 문화재가 지천에 널린 경주는<br>남산을 비롯해 불국사, 석굴암, 안압지, 첨성대, 그리고 사방 어디를 가도 역사와 문화, 선조들의 숨결이 배어 있다.

경주는 세계 역사상 실크로드의 기착지이자 종착지로 거론되기도 한다. 국보만 31개이고 보물이 82개, 사적 및 명승이 78개 등 국가지정문화재만 212개다. 지금은 역사문화의 정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방사성폐기물처리장, 양성자가속기사업 등 첨단 미래지향적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경주톨게이트를 빠져 나오면 오른쪽 들판 너머로 ‘부처의 세계’인 남산이 자비롭고 온화한 모습으로 눈에 들어온다. 왕과 귀족이 불국사로 발걸음을 옮길 때 백성들은 남산에 올라 하늘과 가까워지려 했다. 남산은 그만큼 백성들에게 마음의 휴식처인 동시에 성지이기도 했다. 삼국유사는 경주를 가리켜 ‘사사성장 탑탑안행(寺寺星張 塔塔雁行·절은 하늘의 별만큼 많고, 탑은 기러기가 줄지어 서 있는 듯하다)’이라고 묘사했다. 그 중심에 남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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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은 신라인의 숨결이 배인 ‘노천 박물관’

신라인들은 남산을 ‘불국토’인 수미산쯤으로 여겼다. 마지막 신라인으로 유명한 향토사학자 고(故) 윤경렬 선생도 “남산을 보지 않고 신라를 안다고 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동서로 4㎞, 남북 8㎞로 뻗은 이 산에는 금오봉(해발 468m)과 고위봉(494m)이 오롯이 마주 보고 섰다. 김시습은 금오봉의 이름을 따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이곳 금오봉 중턱 용장사에서 썼다. 옛 신라인들은 7세기부터 10세기까지 약 400여 년간 단단한 화강암을 쪼아 부처를 새겼고, 평평한 둔덕마다 불탑을 세웠다. 금오봉 8부 능선에는 용장사곡 삼층석탑이 나타난다. 이 탑은 천연바위를 기단석으로 삼아 세운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정상부로 향하면 석불좌상, 마애불상, 반가상, 석등 등 불교유적이 즐비하게 이어진다. 남산에는 잘 생긴 석불은 별로 없다. 만들다 만 듯한 미완의 작품들이 많다. 불상의 뒷모습 처리도 깔끔하지 않다. 그저 동네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부처상이나 옆집 아줌마 같은 넉넉한 보살상, 깊이 새기지 못한 채 절벽에 윤곽만 새겨놓은 선각불 등등···. 이름없는 석공들이 무딘 정을 들고 마음을 새겼기 때문이다.

1 복원 공사중인 월정교 조감도. 월정교는 신라궁궐과 외부를 연결하는 통로였다. <경주시청 제공>
2 3D 애니메이션 영화 '토우대장 차차'의 한 장면. <경주세계문화엑스포조직위 제공>
3 남산 금오봉의 8부 능선에 위치한 용장사곡 삼층석탑. <경주시청 제공>

기러기도 즐겨 노닌 안압지와 신라궁궐 ‘월성’

발길을 돌려 동쪽 도심으로 가면 가장 눈에 띄는 유적이 안압지(임해전지·사적 제18호)다. 정식 명칭은 임해전지(臨海殿址)다. 안압지(雁鴨池)는 조선 초기에 간행된 <동국여지승람>과 <동경잡기> 등에 기록됐는데, 조선의 묵객들이 폐허로 남겨진 임해전지에 기러기와 오리들이 날아들어 휴식하는 것을 일컬어 이름 지은 것이다. 신라 문무왕 시대 왕궁에 딸린 연못으로 조성된 것으로 알려진 안압지와 주변 부속건물은 나라의 경사가 있을 때나 귀한 손님을 맞을 때 연회가 열린 곳이다. 여기서 남쪽으로 100여m 떨어진 곳에 보이는 토성이 신라의 궁궐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월성이다. 평평한 들판만 덩그러니 남겨졌지만, 한가운데에조선시대의 냉장고쯤으로 사용된 석빙고가 인상적이다. 땅을 파고 지하 바닥과 벽면, 그리고 아치형 천장에 큰 돌을 착착 포개어 만든 모습이 당대의 기술력을 한눈에 보여준다.

21세기에 부활하는 7~8세기 신라문화

월성에서 남산 방향에 흐르는 인왕천에는 통일신라 최고 전성기의 화려한 궁성교량인 월정교가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이 월정교는 21세기의 첨단기술이 동원된 가운데 역사적 고증과정을 거쳐 한창 복원 중이다. 길이 66m, 폭과 높이가 각각 9m 규모다. 기와지붕이 덮인 옛 교량의 모습이 청사진만으로 가슴이 뭉클할 정도다. 경주시가 역사문화도시 조성을 위해 2006년부터 2035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 중인 유적 복원사업 중 하나가 월정교다. 찬란한 불교문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황룡사 복원도 마찬가지다. 9층 목탑을 중심으로 불상, 단청, 사찰건물 등의 구조연구가 병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국학 창설지인 경주향교를 비롯, 교촌 한옥마을 조성사업이나, 경주시가지 중심부의 고분군과 경주읍성을 연계한 전통문화경관 정비사업인 ‘봉황로 문화의 거리’ 조성 또한 역사의 도시 경주가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기 위한 것들이다.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된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차를 몰아 동쪽으로 향하면 나타나는 경주보문관광단지 인근 경주세계문화엑스포. 황룡사 9층 목탑을 실물 크기로 음각화한 높이 82m의 ‘경주타워’가 한편에 우뚝 솟아 있다. 이 타워를 스크린으로 삼아 주말과 일요일 저녁에는 달빛쇼 같은 ‘문라이트 저저쇼’가 환상적으로 열린다. 동양 최대 규모로 세계 30여 개국에서 수집된 3,000여 점의 각종 화석을 전시한 세계화석박물관도 문화엑스포행사장 안에 설치돼 있다. 1998년 처음 시작된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지금까지 6차례 2~3년 주기로 ‘새 천 년의 미소’ ‘천마의 꿈’ ‘천 년의 빛, 천 년의 창’ 등의 주제로 세계인의 문화욕구를 충족했다. 역대 관람객이 890만 명에 이를 정도다. 공원화한 엑스포는 상시 개장해 3D 애니메이션, 신라문화역사관, 조각공원 등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세계문화엑스포는 특히 2006년 11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에서 열렸고, 내년 10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국제적 문화엑스포를 열 예정이어서 더욱 주목받는다.

정적인 역사도시에서 동적인 첨단 미래도시로 발돋움

엑스포에서 동해 바다로 가면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에 엄청난 크기의 송이버섯 같은 건물이 보인다. 월성원전이다. 국내에서는 유일한 중수로형원자로이다. 현재 4기(68만㎾~70㎾)가 가동 중이다. 또 한국표준형 원전(경수로형)인 신월성원전 2기가 각각 100만㎾급으로 2012년, 2013년 완공목표로 건설 중이다. 인근 야산 지하에는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처분시설(방폐장)이 2012년까지 1단계로 10만 드럼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들어서고 있다. 동굴처분 방식이다. 방폐장을 유치한 인센티브이며, 국내 전기생산의 본산인 한국수력원자력(주)도 방폐장 인근 경주시 양북면에 이전할 예정이다. 최첨단 연구시설인 양성자가속기사업은 경주의 북쪽 건천읍 화천리와 모량리 일원 44만㎡에 2012년까지 100MeV급 가속기 설치를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경주가 역사문화적 고요의 도시에서 벗어나 에너지와 첨단 과학을 중심으로 역동적인 모습으로 변하고 있다.

지역정보

가는 길
경부고속도로 상·하행선 경주 톨게이트를 빠져나오면 된다. 서울에서는 약 4시간 30분, 부산에서는 약 1시간 걸린다. 광주에서는 88고속도로를 타고 대구로 진입한 뒤 경부고속도로를 타면 된다. 경주 남산은 톨게이트에서 오른쪽으로 1~2㎞ 지점에 위치해 있다. 경주 시가지의 동쪽 방향 약 2~3㎞ 떨어진 곳에 월성과 안압지, 첨성대, 계림 등이 운집해 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는 경주톨게이트에서 직진해 약 6㎞를 가다 우회전해 보문관광단지 방향으로 약 2㎞ 운행하면 된다. 월성원전과 방폐장 등은 보문단지에서 동쪽 추령재를 넘어 동해를 향해 약 10여㎞ 가면 된다.

경주 술과 떡 잔치
‘한국의 술과 떡 잔치’가 올해부터 ‘경주의 술과 떡 잔치’로 이름을 바꾸고 지역특색을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전국에 걸쳐 생산되는 전통주와 떡을 중심으로 행사를 열다 경주지역의 술과 떡 중심으로 행사내용이 바뀌었다. 지지는 떡, 삶는 떡, 메치는 떡 등 이른바 ‘신라 5떡’이 눈길을 끈다. 경주법주를 비롯, 교동법주, 신라주, 황금주, 경주막걸리 등 경주에서 생산되는 술도 전시, 판매된다. 술과 떡 잔치는 1998년 시작됐으며, 매년 4월 6일간의 일정으로 경주 황성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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