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요

홍천 은행나무숲 삼봉약수, 살둔계곡

智美 아줌마 2014. 8. 25. 11:01

홍천 은행나무숲 한국 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노란빛 일렁이는 비밀스런 가을 명소

몇 해 전부터 해마다 10월이 되면 꼭 찾아가는 곳이 생겼다. 10월이 시작되면 ‘최고의 날’을 선택하기 위해 온몸의 촉각과 감을 곤두세운다. 가을을 만끽하기에 최적의 장소인 그곳의 매력을 100% 만끽하려면 날을 잘 골라야 하기 때문이다. 조바심을 내며 이르게 찾아가면 아직 준비가 덜 된 모습을 만나게 될 테고, 자칫 게으름을 피우다 늦게 가면 이미 그들은 떠나고 없을 테니 말이다.

오직 1년 중 10월에만 빗장을 열어주는 비밀스런 가을 명소, 홍천 은행나무숲을 소개한다.

가을 단풍 명소로 떠오르고 있는 홍천 은행나무숲. 가을의 정취를 한껏 즐길 수 있는 비밀스런 명소로 유명하다.

오직 10월에만 문을 여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숲

아직 모르는 사람도 많지만 이미 입소문을 타고 가을이면 많은 사람들이 홍천 은행나무숲으로 모여든다. 노란 은행나무 2,000여 그루가 자라는 국내 최대 규모의 은행나무숲은 가을을 특별하게 즐기고 싶은 로맨티스트, 멋진 사진을 남기고자 하는 사진 애호가들, 아이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려는 가족 등 모든 사람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매력을 지녔다.

입소문을 듣고 홍천 은행나무숲을 찾아가면 처음에는 좀 당혹스러울지도 모른다. 그 흔한 주차장 하나 없어 좁은 2차선 도로 양쪽으로 자동차들이 늘어서 있고, 인근 주민들이 농산물을 들고 나와 파는 가판이 몇몇 서 있다. 일반 관광지에서 볼 수 있는 편의시설 따위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은행나무숲 입구를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판도 거의 없다. 그저 길 초입에 ‘은행나무숲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하나 정도 걸려 있을 뿐이다. 그나마 이곳이 입소문을 타고 관광객들이 찾아들면서 간이화장실도 생기고 간단한 팸플릿도 비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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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숲 입구를 알리는 현수막. 길 초입에 걸려 있다.

곱게 물들어가는 은행잎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이곳은 사실 관광지도 아니요, 공원도 아니요, 국가나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공간도 아니다. 순전히 한 개인이 가꿔놓은 정원일 따름이다. 도시에서 살던 은행나무숲 주인은 아내가 만성 소화불량으로 오랫동안 고생하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삼봉약수가 효험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이곳 오대산 자락에 정착하게 됐다. 남편은 아내의 쾌유를 바라며 넓은 땅에 은행나무 묘목을 하나둘 심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홍천 은행나무숲의 유래이다.

그렇게 30년이란 세월이 흐르고 나무들이 자라면서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란빛이 번지기 시작했다. 이 황홀한 풍광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주인은 가을의 장관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2010년부터 1년 중 딱 10월에만 숲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게 됐다.

은행나무숲은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이자 아이들의 놀이터가 된다.

은행나무숲은 보통 10월 초에 개방하며, 그 시기는 해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올해는 10월 1일부터 20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개방했다. 올해를 놓친 아쉬움은 내년 기회를 통해 달래도록 하자.

그렇다면 언제 은행나무숲을 방문하는 게 좋을까? 이곳은 오대산 자락에 위치해 기온이 낮은 관계로 다른 지역보다 단풍이 일찍 시작된다. 이미 10월 첫 주에 은행나무숲이 70% 정도 물들었고, 둘째 주 중후반이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2,000여 그루의 은행나무가 줄지어 늘어서 있는 풍경도,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들이 노란 카펫을 만드는 광경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는다.

은행나무 단풍이 절정에 다다를 때가 물론 가장 좋겠지만 바람에 은행잎이 떨어지는 시기도 꽤나 낭만적이다. 이때부터는 바닥까지 노랗게 물들어 은행잎 카펫이 깔린다. 바람에 은행잎이 후두두 떨어지기라도 할라치면 여기저기서 ‘우와’ 하고 탄성이 새어나온다. 바닥에 떨어진 은행잎들을 하늘로 날려보고 그 위에 뒹굴어보기도 하면서 가을을 몸과 마음으로 음미한다. 어떤 사람들은 가져온 돗자리를 펼쳐놓고 누워 가을날의 여유를 만끽하기도 한다.

혹여 은행 냄새 때문에 꺼려진다면 걱정 마시라. 이곳 은행나무들은 거의 수나무이기 때문에 고약한 은행 냄새가 풍광을 방해하지 않는다. 은행을 줍기 위해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없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 자연 속의 여유를 만끽하기 딱 좋다.

특정 목적을 갖고 조성된 관광지가 아니기 때문에 다소 불편함 점도 있지만, 그만큼 자연 그대로의 멋이 살아 있다. 약 4만 ㎡의 너른 땅에 5m 간격으로 줄을 맞춰 선 은행나무가 전부인 그곳. 가을이면 사방에 노란색 물결이 일렁이며 사람들의 마음을 무심히 흔들어놓는다.

삼봉약수, 살둔계곡 등 가을 여행 코스로 제격인 곳

삼봉약수가 자리잡은 삼봉자연휴양림은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동물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한 자연 환경을 자랑한다.

은행나무숲만 돌아보고 귀가하기 아쉽다면 주변에 있는 삼봉약수나 칡소폭포, 살둔계곡을 둘러보자. 삼봉약수는 은행나무숲에서 멀지 않은 삼봉자연휴양림 안에 있다. 은행나무숲 주인 부부가 이곳에 터전을 잡은 이유이기도 한 삼봉약수는 2011년 천연기념물 제530호로 지정됐으며, 우리나라 3대 약수로 손꼽힌다. 철분, 망간, 불소, 탄산 등을 함유해 위장병, 빈혈, 신경통 등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봉약수를 맛보려면 삼봉자연휴양림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 KBS 예능 프로그램<1박2일>에도 등장한 바 있는 삼봉자연휴양림은 오대산국립공원 북서쪽의 가칠봉, 응복산, 사삼봉 등 총 3개의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다 하여 ‘삼봉’이란 이름을 얻게 됐다. 삼봉자연휴양림은 침엽수와 활엽수가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1급수에서만 서식하는 열목어와 도롱뇽, 반딧불이도 볼 수 있을 정도로 청정한 자연 환경을 자랑한다. 잠깐 들러 삼봉약수를 맛보고 산책을 즐겨도 좋다. 아니면 한옥, 캐빈, 야영장 등 다양한 숙박시설 가운데 마음에 드는 곳에서 하룻밤 쉬어가도 좋다.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물 위로 떨어지는 낙엽들이 어우러져 운치 있는 풍광을 만들어내는 칡소폭포도 은행나무숲에서 가깝다. 그리고 오지마을로 불릴 정도로 인적이 드물고 그만큼 원시림이 잘 보존된 살둔계곡이 특별한 볼거리를 더한다. 내린천 상류와 계방천 하류가 만나는 살둔계곡은 물이 맑아 천연기념물인 어름치와 열목어가 서식한다. 여름철 물놀이와 캠핑 장소로 제격이지만, 단풍이 물드는 가을날 풍경도 환상적이다.

 

가는 길

* 자가운전
서울춘천고속도로 동홍천IC → 삼포2길 → 구룡령로 → 율전삼거리 우회전 → 창촌삼거리 좌회전 → 홍천 은행나무숲

* 대중교통
서울→홍천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수시 운행(06:15-22:20), 노선에 따라 1시간~1시간 50분 소요
-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회(07:20-20:40) 운행, 1시간 3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