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홀로 떠나는 여행

오지마을 심곡과 헌화로

智美 아줌마 2011. 2. 15. 20:55

 

썬쿠르즈를 내려와 이제 심곡마을을 거쳐 헌화로로 간다.
심곡마을은 강원도 해안마을 중에서도 가장 오지마을로 한자 이름 그대로의 深谷(깊을심, 골곡)마을로 인근의 정동이 본격적으로 알려진 후 까지도 버스가 다니지 않았고, 6.25사변때는 마을이 있는지도 몰라 인민군에게 점령당하지 않았다는 오지의 해안 마을이다.

천연기념물 제437호 정동진 해안단구 기암괴석 해안절벽의 아름다움이 있는 곳으로 안인에서 옥계로 이어지는 헌화로의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정동진역 직원이 눈이 많이 쌓여 걸어가기 위험하다고 하더니 양 옆을 보면 온통 눈으로 덮힌 산이다.

야 ~ 정말 깨끗하다. 아무도 밟지 않은 저 눈밭

차도에 눈을 치워 인도로 밀어 붙여놓다보니 차가 올 때는 비켜 서있기도 위험하다.

언덕 넘어 내려가면 민가가 몇 채있는데 지붕에 하얀 솜이불을 널어놓은 것 같다.

저 하얀 눈밭으로 달려가고 싶다. 마구마구 뒹굴고도 싶은 마음이 간절하고 . . .

이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이제 계속 아래로 내려가는 길이다.

눈이 자연을 얼마나 멋드러지게 만드는지 그저 감탄할 뿐 . . .

빙글빙글 돌아내려가는 길이다. 돌아봐도 위가 보이지 않고 내려다봐도 아래가 보이지 않는다.

심곡리는 본래 강릉군 자가곡면 지역으로 심일, 지필, 심곡이라고 불리다가 1916년 행정구역 변경에 따라 심곡리라 했다. 심곡은 깊은 골짜기 안에 있는 마을이라 하여 짚일, 깊일이라 하는데 짚일을 연음하여 지필이라 하고 한자로 음차하여 지필(종이紙붓筆)이라 쓴다.

지필이란 마을이 종이를 땅바닥에 깔은 듯 평평하고 그 옆에 붓이 있는 형국이란 뜻인데 이곳에 묘를 쓰면 후손이 글 잘하는 선비가 난다고 하여 많은 집안들이 묘를 썼다고 한다.
썬쿠르즈에서 1시간 가량 걸어내려오니 드디어 심곡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지도를 보니까 정동진에서 산을 넘어 왔나보다.

집들이 눈에 둘러 싸여있는데 널어 놓은 빨래가 컬러풀하다. ㅎㅎㅎ

아, 이 집 사람들은 밖에를 나오지 않은 것 같다. 대문 앞에 눈이 그대로 쌓여있으니 말이다.

지금부터 200여년 전에 이씨 노인의 꿈에 어여쁜 여인이 함경도 길주에서 왔다고 하면서 '내가 심곡과 정동진 사이에 있는 부처바위 부근으로 떠내려가고 있으니 구해달라"고 하여 이씨 노인이 이튿날 새벽 일찍 배를 타고 가보니 부처바위 끝에 나무궤짝이 떠내려와 있었다.

그것을 열어보니 여자의 화상이 그려져 있어서 이를 부처 바위에 안치해 두었는데 그 뒤 이씨 노인은 만사형통했다고 한다. 얼마 후 노인의 꿈에 그 여인이 의롭다하여 서낭당을 짓고 화상을 모셨다고 한다. 그때 떠내려 온 그림이 아직까지도 색깔이 변하지 않고 있으며 지금도 서낭당에서 마을의 중대한 일을 고한다고 한다. 아쉽게 문이 잠겨있어서 내부를 볼 수가 없었다.

마을 끝에 바로 심곡항이 있다. 작은 포구지만 빨간 등대가 인상적이다.

물빛도 넘 깨끗하고 이쁘다.

어? 산 위에 정자가 있네.올라가볼까나? 그냥 가면 섭하지 ~

계단에 눈이 쌓여 있어서 계단을 오르는 것인지 언덕길을 오르는 것인지 구분이 안가네.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되는데 올라가기가 쉽지 않다.

에효 ~ 이제 다 올라왔다.

와 ~ 힘들게 올라왔지만 전망 하나 끝내준다.

아름답다는 헌화로, 이곳에서 보니까 정말 아름다운 길이라는게 인정이 된다.

에구 ~ 이제 어떻게 내려가야하나? 난간을 붙잡고 바둥바둥 내려갔더니 한참동안 팔이 저렸다.

헌화로는 강릉시에서 공모전을 통하여 선정된 이름으로 그 유래는 삼국 유사에 나오는 수로부인의 이야기 가운데 어느 노인이 수로 부인에게 꽃을 바쳤다는 헌화가의 장소로 유명한 곳으로, 기암괴석으로 이루어진 해안도로의 이름을 따서 헌화로라고 부르게 된것이다

돌아보니 심곡항의 빨간 등대와 둥근 봉우리들이 보이고 . . .

기암괴석이 있는  바닷물빛이 넘 이쁘다.

 

다시 돌아보니 아직도 빨간 등대가 보인다.

저 끝에 보이는 곳까지 가자.

 

가까이에 가니까 오른쪽 군초소가 있다. 부대가 있나보다.

자꾸 봐도 바닷물빛이 참 이쁘다.

이제 여기서 돌아가야한다. 정동진으로 넘어가는 버스가 1시50분에 온다고 한다.

앞을 보고 걷다가 다시 걸어온 길을 돌아봐도 풍경이 멋지다.

거북 등같이 생긴 바위가 다른 바위와 다르게 색도 누런 빛이다.

아, 이제 심곡항 빨간 등대가 보인다. 어서 가자.

 

걷는 내내 차들이 오면 푹푹 빠지는 눈 속으로 피하기 일쑤다.

 

바위들이 참 멋있다. 실재로 보면 더 아름다움을 느껴질텐데 . . .

이곳만 돌면 이제 심곡항 마을 앞에 다다른다.

그런데 며칠 동안 버스가 눈때문에 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아이고 ~ 큰일났다. 저 고개를 어떻게 올라가 넘어가야할지 난감하다. 내려올 때는 굽이 돌아 내려왔건만 우짜면 좋노. 그렇게 걱정하고 있는데 마을 일 보시는 분이 어디다 전화를 해보시더니 2시에 버스가 내려온다고 하신다. 살았다. 그래서 편하게 버스를 타고 정동진으로 넘어올 수 있었는데 만약에 버스가 안 왔더라면 그 먼 고갯 길을 걸어올라가느라 무지 고생했을 것이다. ㅎㅎㅎ

해시계 공원 앒을 지나 . . .

정동진역으로 왔다. 이제 정동진에서 4시발 기차를 타고 영주로 간다.

 

 

서울 청량리에서 강릉으로 가는 열차가 들어오고

강릉에서 영주가는 열차도 도착을 하였다.

잘 있거라 정동진이여. 다시보자. 언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