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어리버리 아짐마들

智美 아줌마 2012. 1. 17. 14:27
전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재미있는 일을 자주 접하게 된다.
오늘도 평택아이 면회하고 전철을 타고 집에 돌아오는데

전철을 타니까 뭔 아짐마가
뽕짝 노래를 듣는다고 볼륨을 어찌나 크게 켜고 듣는지
한 소리 하려는데 옆에 앉은 젊은 친구가 먼저
"볼륨 좀 줄이고 들으세요." 한다.

그 아짐마 하는 말
"이게 소리 크다고 줄이라고 하는거예요?"
쏴 ~ 아 찬물 끼얹는 소리 . . . ㅎㅎㅎ

미처부러, 아니 전동차 안에서 음악 CD 파는 사람이 노래 틀어놓은 것 못지 않게
트로트 노래가 짱짱하게 울려퍼지는데 그 아짐마
"이 소리가 크다고 줄이라고 하는거예요?" 하다니 . . .

진짜 미처부리겠다.
그 젊은이 지지 않고
"네, 좀 줄이세요. 다른 사람들한테 방해되잖아요." 하니

궁시렁궁시렁 하면서
그 아짐마 한쪽 이어폰을 빼더니 소리를 줄인다고 쿡쿡 눌러대도
여전히 소리를 쿵짝쿵짝 . . .

그런 모습을 보던  주변 사람들은 다 키득키득 웃고 . . .
왜 웃었을까? ㅎㅎㅎ
그 아짐마 이어폰 칩을 엉뚱한 곳에 꽂아놓고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고 있었던 것이였다.

이어폰은 폼만 잡은겨? 아이고 ~ 참나 . . .
노래를 엉뚱하게 스피커폰으로 울려 퍼지고 있었는데
이어폰으로 소리가 들였을까나?

나이 먹으면 오감이 다 둔해지긴하지만
이어폰에서 소리가 안들렸을텐데 그렇게 둔할까?
소리도 나지 않는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들으니
소리가 작다고 계속 볼륨을 올려 놓았겠지.

그렇게 한바탕 작은 소동이 끝나고 바로 빈자리가 나서 앉아가는데
전에는 날 밤을 새고 다녀도 졸지 않고 눈이 말똥말똥하며 다녔는데
건강이 좋지 않게 된 후에는 여차하면 꾸벅꾸벅 잘 졸며 다닌다.
심지어 내려야할 곳도 지나치기도 하고 . . . ㅎㅎㅎ

그렇게 꾸벅꾸벅 졸며 오다가 스르르 잠이 깨는 둥 마는 둥 하는데
"이번 정거장은 반월, 반월입니다."
뭣이여? 반월이라고?  뭔 반월이여?
내가 반대로 탄겨?

얼레? 틀림없이 당고개라고 본 것 같았는데
우짠다냐? 반월까지 왔으니 언제 집에 가냐고 . . .
아이고 ~ 내려야 돼? 말아야 돼?

울 엄니가 계시면  떡 본김에 제사 지낸다고 몇 정거장 더 가서 엄니나 보고오면 되지만
엄니도 안계시는데 친정이 가까이에 있어도 가기 싫고 . . .
그 짧은 시간에 머릿 속은 이 생각 저 생각으로 번쩍번쩍하다가
전광판이 있는 곳을 목을 빼고 올려다보니
뭐 ~ 여? 전광판에는 "숙대입구"로 되어 있는 것이였다.

창 밖을 내다보니 역시 숙대입구였다.
아이고 ~ 놀래라,
저 안내 방송하는 아가씨도 나랑 같이 졸은겨? ㅎㅎㅎ

그래서 숙대입구역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싸가지 퇴근 시간이 된 것 같아 같은 차를 탈 수 있으려나하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퇴근했어?"
"전철 막 탔어."
답장을 받고 얼른 전화를 했다.

엄마 서울역인데 넌 어디야?
"이제 충무역 도착하는데 . . ."
"그럼 얼른 내려서 엄마있는 다음 차로 갈아 타, 6 - 4번 칸이야"
그렇게 통화를 하고 충무역에서 싸가지를 만나서 같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내 옆옆에 앉아서 졸던 아자씨 안내 방송 듣고 놀라서 후다닥 뛰어 내렸다는 . . .
그 아자씨 정신 차리고 둘러보면 기분이 우짤래나? ㅎㅎㅎ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이야기 꺼리가 참 많다.
사람 사는게 요지경 속이다보니 별별 일이 다 있어
웃었다, 붉그락 푸르락 날씨마냥 변화무쌍하다

여러분은 지하철이나 버스 타고 다니다가 이야기꺼리가 되는 일들이 없습니까?
있음 같이 좀 수다 떱시다.
맨날 나만 수다쟁이 만드는겨?

2012년 1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