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나도 미친사람 대열에 낀겨?

智美 아줌마 2011. 2. 7. 21:27
살다보면 가끔 남의 일에 이러니저러니 말을 할 때가 있다.
자신이 겪은 일이기에  경험을 말할 수도 있고
자신이 겪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생각을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겪지 않은 일에 대해 당사자와 상반된 말을 했다가
그 입장이 되어서야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고
속된 말로 입찬 소리 하면 안된다는 교훈을 얻게 되기도 한다.

가끔 주변에서 강쥐를 잃어 버려 보상금 몇십만원에서 몇백만원을 걸고 찾아달라는 전단지를 볼 때나
강쥐가 아파서 치료비가 백만원, 이백만원 . . . 몇 백만원이 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뭔 강쥐를 잃어 버렸다고 몇백을 보상금으로 걸고
강쥐 아프다고 병원비를 몇백을 들여서 살리고 그러냐

그 사람들 미쳤지, 돈이 쌘나보다.
그 돈이면 이쁜 강쥐 한마리 새로 사지. . . 이런 말을 듣게 될 때
나 역시 "그러게, 그렇게까지 해가며 강쥐를 키워야 될까?
난 못 그럴 것 같아" 라고 말했다.

그런데 막상 우리 꽁주가 아파서 내가 그 입장이 되니까 나 또한 그렇게 되더라는 것 . . .
그동안 꽁주가 아파서 동네 동물 병원을 10여일을 다녀도 차도가 없고
먹지를 못해 점점 더 몸을 가누지도 못하더니
밤새 아프다고 비명을 지르며 방안을 뱅뱅 돌기까지 했다.

다음날 아침, 얼마나 아픈지 안고 있는 내 손가락을 꽉꽉 깨물며 고통스러워 하기에
바로 다른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
행여 다른데 문제가 있는 걸 발견하지나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 . .

그래서 그동안 꽁주 상태를 말해주고
소파 위로 점프도 잘해서 올라오곤 했는데
먹지 못해 기운이 없어서인지 배가 아파서인지
한번에 못올라오고 몇번을 도약해서 겨우 올라온다고 했더니

꽁주 다리를 만져보고는 관절이 다 망가져서 치료 받아야되고
잇몸을 보더니 빈혈도 심해서 빈혈 치료도 받아야되고
위, 간, 췌장 . . . 등 검사도 해봐야겠다고 한다.
나참, 기가 막혀서 . . .

그래서 다시 오겠다고 하고는 다니던 병원으로 다시 데리고 갔다.
원장 선생님 왈, 장에 뭐가 잡히니까 배를 열어 보자고 . . .
어떻게 저 작은 애 배를 열어봐요? 그러다 아무 것도 없으면요?
그리고 꽁주 다리 함 봐주세요. 다리에도 문제가 있나요?

기운이 없어서인지 아파서 그런지 소파 위로 전과같이 뛰어 올라오지를 못해요.하니
다리는 괜찮아, 배가 아프니까 뛰기 힘들지.
필요한 검사 있으면 검사해주세요. 혈액 검사든 뭐든요.
X-레이에서 안 나타나니까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마지막 방법이 배를 열어 보는 방법 밖에 . . .

에효 ~ 약 주신 것 마저 먹여보구요. 내일 다시 올게요. 하고 집으로 왔는데
꽁주는 계속 신음을 하고 간간히 온 방을 헤집고 다니며 고통스러워 했다.
아, 그래 . . . 대학병원, 서울대 동물병원이 있었지, 하고는 검색을 하니까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학교 내에 있지 않은가
에구 ~ 거기까지 어떻게 가나? 명륜동 서울대 병원 안에 있는줄 알았더니 . . .

그래서 건국대학교 동물병원에 전화를 해서 상담을 받았는데
24시간 진료하니까 아무 때나 오면된다고해서 다음날 아침에 가겠다고 예약을 해놓았다.
그런데 꽁주를 보고있자니 가슴이 자꾸 내려앉고 불안해져서
싸가지 퇴근해 돌아왔기에 둘이 건대 동물 병원으로 갔다.

도착해 바로 검사를 하니까
위장에 이물질같은 것이 잔뜩 들어 있는데 음식물같지는 않고
탈수가 심해 수액을 빨리 투여를 해야지 위급한 상태라고해서
바로 입원을 시켜놓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병원에 가니까 초음파 검사 결과
장에 천공이 생겨 복막염으로 복수가 가득 찼고 벌써 세균 감염까지 된 상태라
패혈증이 오면 생명을 잃을 수 있다고 빨리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 . .

그런데 문제는 수술비와 치료비였다.
수술비만 100만원 검사비와 입원 치료비까지하면
족히 200만원은 넘게 들 것 같았다.
그동안 동네 병원 다니면서 20만원 가량 들었는데
에효 ~ 이를 어쩌나 . . .

꽁주야, 너 운명이다. 하늘에 맡기자.
내가 200만원 넘게 들여 너 아픈걸 어떻게 치료해주겠니?
잠시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살릴 수 있는데 그냥 죽게 내버려둔다면
살면서 두고두고 죄가될 것 같았고
그동안 우리들에게 많은 기쁨을 줬는데
돈때문에 꽁주를 포기한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것 같았다.

"그래, 꽁주야 돈보다 우선 너를 살려야되겠다."
그래서 진료비, 검사비, 수술비 140만원을 결제하고 바로 수술로 들어갔다.
수술 시간 2시간이 지나 함께 수술실에 있던 선생님 한분이
뭔가 작은 통에 담은 걸 갖고나오셨는데

세상에나 . . . 한개의 통에는 탁구공만한 솜덩어리가 음식물과 엉긴게 들어있었고
또 한개의 통에는 화일 뚜껑에서 떨어져 나온 프라스틱이였는데
이 프라스픽 조각 한쪽면이 사각으로 각이 져있어서
그 뽀족한 부분이 장을 찔러 뚫은 것이였다.

동네 다니던 동물병원 원장선생님께서 장에 뭐가 잡힌다고
손으로 집어 당겨 보여줬을 때
꽁주가 아프다고 비명을 질러서 이러다 애 창자 터지겠다고 그만 하라고 했었는데
아마 그때 프라스틱의 뽀족한 부위가 장을 찌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원장 선생님이야 뽀죽한 것이라고 생각 못했을 것이고 나 역시 예상밖이였으니까
건대 병원 의사 선생님도 그럴 가능성이 없진 않다고
장까지 잘 내려왔는데 다 내려와서 찔렸다고 하신다.

에효 ~ 얼마나 아팠을까. 어떻게 그런걸 주워 먹은거야
이 바보같은 넘, 왜 그런걸 주워 먹어 이 고생을 하는겨?
그래서 1월 19일 처음 아프기 시작해서 동네 병원에 다니며 치료하다가
1월28일 건대 동물병원에 입원, 수술받고 어제 퇴원해서 집에 왔는데
당분간 2, 3일에 한번씩 통원 치료 받으러 다녀야한다.

퇴원시키는데 80만원 결제하고 왔는데 몇번은 더 통원 치료 받아야하니
우리 꽁주 이름을 바꿔야될 것 같다.
돈뎅이이나 금뎅이로 . . .

아, 그리고 강쥐들 키우시는 분들 강쥐 아플 때
며칠 동네병원 다녀도 차도가 없으면 대학병원에 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동네병원에서 수술하고 치료 받았다면 비용이 절반 정도밖에 안 들었겠지만
의료 시설이나 수술 전후를 생각하니까 건대 병원에서 치료 받게한 것이
잘 한 결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11년 2월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