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돼지 불알 봤수?
智美 아줌마
2010. 12. 9. 20:54
어제 여기 저기 기웃거리다가
오잉? 진짜 이런 노래가 있었나보네.
국민학교 다닐 때 외갓집에 놀러가서 이종사촌 오빠한테 배운 노래인데
가끔 생각날 때면 노랫말이 재미있어서 흥얼거리지만
노랫말이 좀 거시기해서 혼자 부르면서도
정말 이런 노래가 있었는가 싶었다.
이종사촌 오빠나 그 동네 애들이 지어서 부르면서 가르켜준 노래가 아닌가했는데
세상에나 정말 나만 기억하고 있는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아는 노래였구나.
어찌되었든지간에 노랫말이 거시기해도 너무 반가웠다.
국민학교 여름 방학이 되면 어김없이
울 아베는 언니와 나를 대구 외갓집에 데려다 주셨는데
이종사촌오빠가 개구져서 언니와 나를 많이 놀리고 짓궂게 했었다.
같이 놀다가 오빠 말을 안 듣거나 게임을 해서 언니와 내가 이기면
어김없이 하는 말 . . .
느그집 가라. 퍼득 가라 .
그래, 간다. 가면 안 되나. 하고는 언니와 나는 방에 들어가 짐을 챙겼었다.
그러면 우리가 짐을 챙기는 것을 보고는 정말 우리가 가버리면 어쩌나해서 그랬는지
진짜 우리가 가버리면 어른들께 야단 맞을까봐 그랬는지 . . .
갈라믄 밥값 내 놓고 가라.
밥값 내놓고 가라는 말에 짐 싸다가 말고 있지도, 가지도 못하게 된 처지에
언니와 나는 훌쩍훌쩍 울고 . . .
마침 외숙모나 외할머니가 오시면 오빠는 dg게 혼나고 . . . ㅎㅎㅎ
그러다 성인이 되어 오빠가 서울에 볼일이 있어
우리 집에 오게 되었을 때
엄니가 차려주신 밥을 먹게 한다음 나는 오빠에게 복수(?)를 했다.
"오빠, 우리 어렸을 때 방학해서 놀러가면 오빠가 뭐라했는지 기억나나?"
"내가 뭐라 했는데?"
"생각 안나나? 밥값 내놓고 느그집 가라 했잖아.
오빠도 밥값 내놓고 느그집 가라. 퍼득 가라." 하니
오빠 얼굴이 빨게지면서
"내가 그랬나?"
"그랬다. 그래서 언니랑 짐싸가지고 간다카믄 밥값 내놓고 가라케서
가지도 못하고 방에서 울고 있었는데 생각 안나나?
그러니까 오빠도 밥값 내놓고 느그집 가라."
그렇게 어릴 적 귀한 추억을 만들어준 이종사촌 오빠 . . .
그 오빠는 43살에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버렸다.
가끔 어린 시절을 떠올릴 때면 오빠 생각이 나곤 한다.
여러분도 이 노래 아시는지 함 들어보세요.
엄마야 뒷집에 돼지 불알 삶더라
좀 주드나? 좀 주대요
맛있더나? 맛 없대요
찡찡찌릉내가 나대요
꿍, 꿍꿍꾸릉내가 나대요
2010년 12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