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슬~ 쩍 한 것에도 싹은 나더라

智美 아줌마 2010. 11. 6. 20:47


우리 바람방에 엔젤트럼펫과 다투라가 지천에 널리니 나도 함 길러봐?
그래서 앞집 할머니께서 심어 놓으신 다투라 씨앗을 받아 놓고
어느 날 혼자 도봉산 산행 후 집에 돌아오는데
동네 어떤 집 대문 앞에 골드 엔젤트럼펫이  활짝 피어있었다.

오잉? 엔젤트럼펫이네.  향기를 맡아보는 순간
아, 요것 한가지 슬쩍 꺾어 갈까나? 하고 살피니까
마침 가지를 잘랐는던 것 같은 가지가 눈에 띄었다.

딱 잘라가기 좋은 가지다싶어 좌우 동정을 살피고
슬 ~ 쩍 가지를 꺾어 주머니에 챙기고는
안 그런 척 했더래요. ♬~

그렇게 꺾어 온 가지를 작은 화분에 심어 놓았는데
며칠 지나니까 싹이 나오더라는거지.
그런데 심탱이 녀석이 화분을 자빠트려 잎에 상채기가 나고
그래도 아까워 따내지 않고 그냥 두었더니
이 만 ~ 큼이나 자랐다.

예전엔 꽃가꾸는 것을 좋아해서 화단에 갖은 꽃들을 심고
마당없는 집으로 이사했을 때는 크고 작은 화분에 심어 가꾸었는데
집이 풍비박산이 된 후로는
에이 ~ 이런 집에서 화초를 기르면 뭘하겠나 하는 생각에 포기하며 살았었다.

그러다 가끔 이른 봄이 되면  앙증맞은 꽃들을 작은 화분에 사다 심기도 하였지만
꽃가꾸는 것이 예전 마음 같지는 않더라는 것이지.
그 만큼 감정이 메말라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씁쓸해지지만
산과 들에 피어있는 꽃들을 보며 위안을 얻는다.

슬 ~ 쩍한 이 엔젤트럼펫이 얼마나 잘 자라주려는지 . . . ㅎㅎㅎ

2010년 11월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