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내 배부르면, 남도 배부르다?

智美 아줌마 2010. 10. 20. 20:43
어제 도시락 반찬거리 사러 마트에 가는데
날이 저물고 있지만 노상에  앉아 채소를 한무더기씩 놓고 파는 할머니가 계셨다.
마침 꽈리고추를 사려고 하던 차에 할머니가 팔고 계셔서
꽈리고추와 비름나물을 사고 마트로 갔다.

그 할머니를 보니까 그제 영주 친구네 갔을 때 일이 생각나서 야그해보려고 한다.
영주 친구는 시장 상가에서 속옷매장을 운영하는데
친구 매장 앞 노상에서 채소를 놓고 파는 할머니가 계신다.

해마다 갈 때마다 야채들이 싱싱하고 정갈하게 다듬어 놓고 파셔서
이것저것 사가지고 오는데
이번에도 강낭콩과 대파를 산다고 흥정하고 있었다.

사당동 사는 친구 가스나가 옆에 오더니
"할머니, 이제 장사 그만하시고 자식들이 주는 용돈이나 받으면서 놀러 다니고 그러세요.
힘들게 길에 쭈그리고 앉아서 돈번다고 고생하지 마시고요.
어쩌고 쩌저고 . . ."

참나, 아니 저 사는게 넉넉하다고 다들 그렇게 사는감?
신앙생활 한다는 가스나가 어찌 속없이 저런 말을 하는지 . . .
할머니는 그 말에 달리 대답을 못하시기에
행여 마음 다치실까봐 얼른 내가 한 소리 거들었다.

"할머니, 소일로 일하시는게 건강에도 좋아요.
무리하지 않고 일하시는게 일 놓고 사시는 것보다 훨 나아요." 했다.
그런데도  친구 가스나는 그 할머니를 위한다는 생각으로 하는 말이겠지만
계속 속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이제 자식들 다 컸으니까 놀러나 다니세요." 하니 할머니께서
"놀러 갈데가 어디 있어? 놀러갈데 없어." 하신다.
마침 그 앞을 지나가시던 할아버지가
"놀러갈데가 왜 없어? 영주에 구경갈데 많아." 하신다.

에구 ~ 속없는 친구 가스나 때문에
그 할머니 심기가 불편해지시지는 않았는지 마음 다치셨을까봐
나 또한 잠시 마음이 불편했다.

그렇게 왁자지껄 수선을 떨다가 집에 돌아오려니까
"한양에서 오신 손님들 덕에 오늘 많이 팔아서 고마워요."
우리들을 향해 그 할머니께서 인사를 하신다.

옛 말에 내 배가 부르면 남이 배고픈줄을 모른다고 했던가.
내 몸이 건강하다고 남들도 다 건강한 것 아니고
내 몸이 아프다고 남들도 다 아픈 것 아니다.

내가 많이 가졌다고 남들도 다 많이 가지고 있지 않고
남이 많이 가졌다고 나도 많이 가지고 있는 것 아니다.
살면서 남들도 나와 같으리라 생각하는 것  참 위험한 발상이다.
자칫 남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