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1,299,000원짜리 옷

智美 아줌마 2010. 10. 14. 20:38

그동안 잊고 있었는데 누가 열받은 일을 보고 나도 열받았던 얘기 좀 하자.
10여년 전 잘 나갈 때 친구랑 둘이 쇼핑을 잘 다녔었는데
어느날 백화점에 갔더니
마네킹 인형에 입혀 놓은 투피스 정장이 멀리서도 눈에 화 ~ 악 들어오더라구.

야, 저 옷 괜찮다하고는 둘이 옷앞에 다가가서 가격을 보니
오잉? 1,299,000원 . . .
둘이서 가격표를 보고는 이구동성으로
어쩐지 눈에 확 ~ 띠더라 하며 돌아서 왔다.

그러던 어느날 세일을 한다고해서 백화점에 갔더니
아니, 글쎄 그 옷이 30% 세일을 한다네.
지난번에 그냥 보고만 와서 서운했는데
세일할 때 좋은 옷 하나 사? 하고는 3개월 카드 할부로 그 옷을 샀다.
아마 그 옷이 내가 입고 있는 옷 중에서 마지막으로 비싼 옷이였으리라.

그런데 선배 언니 딸 결혼식에 처음 입고 나갔더니
거울에 비친 모습이 소매 기장이 약간 짧은 듯 하더라는거지.
늘 옷을 사면 소매와 바지 기장을 늘려서 입었기 때문에
항상 수선을 맡기던 집에다 수선을 맡겼다.

그런데 옷을 찾으러 가서 입어 보니까
오 마이 갓 ~
소매 기장을 내달라고 했더니 세상에 소매 기장을 잘라 놓은 것이였다.
다행히 바지는 단을 내서 수선을 해놓았는데
소매 기장이 껑충해져있는 것을 보고 정말 기가 막혔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힌 것은 수선한 그 아저씨의 대답이였다.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니까 최대한 단을 내서 다시 수선 해주겠다며
끝에 바짝 덧단을 대서 재수선을 해놓고 그냥 입으란다.
정말 그때 그 심정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거다.

너무 화가나고 기가 막혀서 변상을 요구하니까
그렇게 비싼 옷을 어떻게 물어 주냐고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니고
전혀 못입게 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물어주냐고 . . .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입이 막혀 숨이 넘어갈 지경이여서
며칠을 잠도 못자고 억울해서 방방 뛰는 나를 보고 남편은 경찰서에 고소장 넣으라하고
비싼 옷이라 변상해줄 능력이 안 된다며 배째라는 식인데
도무지 타협이 되지가 않았다.

오죽 내가 속이 터지면 수선 의뢰 들어온 옷을 다 짤라 버리고 싶었지만
애꿎은 사람한테 피해 줄 수 없어 참았다.
그래서 옷을 들고 소비자 고발센다며 소비자 보호센타며
찾아 다녔지만 본인이 변상을 해주지 않으면 강제 징수가 어렵다고 한다.

소액 사건이기 때문에 민사 재판 받는 동안 법원에 드나들어야 되고
금액이 작아서 경찰서에 고소해도 불구속 재판으로 벌금 몇푼 받으면 그만 이라는데
억울하고 분해도 어쩔 수 없다고 . . .
세상에 뭔 법이 그따위인지 딱 미치기 일보 직전이였다.

백화점 매장에 가서 상의만 구입할 수 있는지,
원단 자투리라도 구할 수 있는지 의뢰했지만
고급 브랜드는 몇점만 생산 판매하기 때문에
다른 매장에도 공장에도 없다는 연락을 받고 낙담 할 수 밖에 없었다.

내 평생에 거금 백만원 돈하는 옷 하나 장만했다가
한번 입어보고 아까워 버리지도 못하고
장농 한구석에서 그날의 상처를 안고 잠자고 있다.
한번 입어보고 할부금은 꼬박고박 낼 때마다
숨이 한번씩 넘어갔다 또 넘어갔다 . . . 에효 ~

가능하면 수선하지 않고 입을 수 있는 옷을 사고
수선을 맡길 때는 수선 비용이 좀 비싸더라도 제대로 하는 집에 맡겨야지
열받아 숨넘어가는 일을 덜 겪게 되지 않을까

2010년 10월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