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아이고 ~ 일 났다. 일 났어.

智美 아줌마 2010. 9. 24. 20:30
늘 컴에 있으면 가고싶은 여행지를 찾아 메모해두고
가끔 들여다 보면서 언제 가보나 . . .
그러다 추석 연휴 싸가지가 쉰다고 여행 다녀오란다.

강쥐들 때문에 집을 비우기가 부담스러우니까
싸가지 있을 때 편하게 다려오라고 . . .
에라 모르겠다. 전라도 여행이나 하자하고 챙기니까

"엄마 뭐그리 먼데 가?"
"요즘 꽃무릇이 한창 피기 시작한다니까 고창, 함평, 영광 쪽 다녀오려구.
해마다 미루다가 놓치곤해서 이번에 꼭 가고싶어서  그래."

싸가지 꽃무릇 사진 찾아보더니
"그래, 가고싶은데 갔다와." 한다.
그렇게 해서  잠 한숨 안 자고 새벽에 베낭 하나 메고 집을 나섰다.
기분 좋 ~ 게 말이다.

그런데 우째 이런 일이 . . .
출발하기 직전에 햄버거와 커피 한잔을 사들고 고창행 고속버스에 오르고
자, 떠난다. 하며 즐거워 하는데
옆에 앉으신 할머니께서
"고창이 고향이요? 집에 가는거요?"

"아니요. 집은 서울인데요." 하며 얼굴을 돌리는 순간 차는 덜컹 . . .
오 마이갓 ~
컵꽂이에 끼워놓은 커피가 바닥으로 퍽 . . .
아이고 ~ 내가 미친다 미쳐 . . .

뜨거워서 한 모금도 먹지 않은 커피가 사정없이 버스 바닥에 세계지도를 그리고
옆에 앉은 할머니 보따리, 옆 좌석 아짐마들 베낭이 졸지에 커피욕을 하고 말았다.
어떻게 어떻게 . . .미치겠네.

얼른 가방에 있는 휴지를 꺼내 바닥에 던져 더 흘러가는 것을 방지하려고 해도 줄줄줄 . .  .
앞에 영감님은 짜증을 내고 . . .(영감님한테는 별로 안 흘렀음)
나는 얼른 기사님한테로 가서 걸레를 빌려와서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서 뭘 했겠나?

이쪽 저쪽 엎드려 걸레질을 열심 ~ 히 했다.
이 무슨 스타일 구기는 일이람.
에구 ~ 여행 스타트가 왜 이러냐고 . . .

그런데 가방이 커피 목욕을 한 사람들은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는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버스는 아무일 없다는 듯 고속도로를 달리고
정안 휴게소 잠시 정차를 한 후 출발한다고 해서 바닥에 젖은 휴지며 신문지를 주워
걸레를 빨려고 들고 나가는데

기사님 당신이 빨아오겠다는걸 내가 빨아 오겠다고 했더니
커피 먹지도 못하고 쏟아서 어떻하냐며
기사님 쉼터에서 커피 한잔 가져올테니까 따로 커피 사먹지 말란다.

대게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기사님들이 버럭 성질을 부렸을텐데
도리어 먹지 못하고 커피를 쏟은 것이 당신이 운전 부주의로 그런 것 같이 미안해 하고
그리고 차에 오르면서 커피 한 잔을 챙겨 갖다주신다.

그 기사님 사람 볼줄 아는 것 같다.
역시 미인을 알아본다니까. ㅋㅋㅋ
나도 화장실에서 걸레를 빨고 편의점에 가서 비타500을 사서
기사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하나씩 나눠줬다.

생각지도 않은 손실이지만
여행 중에 생길 나쁜 일들을 미리 액땜했다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웠다.
상상해보시라. 이 등치가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커피 닦고 있는 모습을 . . . ㅎㅎㅎ

2010년 9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