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우째 이런일이

智美 아줌마 2010. 8. 6. 19:43
일산 호수공원에 연꽃이 피었다고 일산 사는 동생이 구경 오라고해서 갔다.
생각보다 연꽃이 다 지고 그다지 많이 피어 있지 않았고
이왕 간김에 저녁에 분수쇼도 보고 오려고 분수대 쪽으로 갔다.

동생이 커피와 팝콘을 사가지고 와서 파라솔 의자에 앉아
분수도 보고 사진도 찍으며 이야기도 하면서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러다가 동생이 화장실 간 사이에 팝콘이 생각나서 테이블을 보니까
얼레? 팝콘통이 어디 간겨?
테이블이랑 의자, 위 아래 다 찾아봐도 팝콘통이 없는기라.
참으로 귀신이 곡할 일이네.

동생 혼자 다 먹지는 않았겠고, 먹으면 나도 먹으라고 권했을텐데
먹는 것도 못봤는데, 이상하네.  팝콘통이 어디로 간겨?
틀림없이 내가 테이블에 놓았는데 . . .
그러고 있는데 동생이 왔다.

"팝콘 다 먹은겨? 우째 팝콘통이 없는겨?"
"어라? 진짜 팝콘통이 없네. 어디갔지?"
둘이는 테이블 위아래, 의자 뒤까지 다시 찾아 봐도 팝콘통이 없는기라.
"이상하네, 이 팝콘통이 어디로 간겨?

둘이서 기웃기웃 거리며 하는 얘기를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젊은 부부가 듣고는
"모르셨어요? 아까 어떤 여자애가 고맙습니다, 하며 가져가던데요."
"엥? 이게 뭔 소리여?"
"인사하고 가져가기에 주셨나보다 했어요." 한다.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헛웃음이 나오고
"우리는 팝콘통 들고가는 것도 모르고 뭐하고 있었냐?"
"아이고 ~ 미쳐부러 . . . ㅎㅎㅎ"

"그런데 그 여자애 조금 모자란 것 같았어요.
처음에는  팝콘을 집어 먹으려고 손을 대다가 말고말고 하더니
고맙습니다, 하며 들고 갔어요."
이렇게 황당한 일이 있나?
팝콘을 사서 먹어보지도 못하고 남 좋은 일 시켰다.

열 명이 도둑 하나를 못지킨다고 하더니 둘이 앉아 있으면서
팝콘통을 들고 가는 것도 모르고
게다가 사진 찍는다고 가방도 헤벌레 열어 놓고 있었는데
눈 뜨고 코 베간다고 하더니 딱 우리가 그짝이였다

2010년 8월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