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중 119 SOS 칠뻔 했다
아침에 불암산 산행 간다고 메인에 인사 글 올려 놓고
다른 코스로 살방살방 다녀오겠다 하고 갔는데
산행 중 길을 잘못 들어 식겁하고 돌아왔다.
지난 주 불암산에 갔을 때는 그리 높지 않은 산세로
등산로가 잘 닦여져 있어서 초행이였지만
예쁜 꽃들 사이사이로 산행을 잘 하고 와서
오늘 산행도 별 무리없이 산행을 잘 하였는데
산행 마지막 지점 도솔봉까지 갔을 때까지는 . . .
많은 산행을 하지 않았고 여러 산을 가보지는 않았지만
수락산같이 등산로에 이정표가 없는 산은 처음이였다.
도대체 100대 명산에 들어가고 서울에 있는 수락산에
이정표가 없다는게 말이 되는가(불암산도 적은 편)
그리고 가뭄에 콩나 듯이 어쩌다가 한 두개 있던 이정표에는
방향 표시만 있지 거리 표시는 하나도 안되어 있었다.
등산객들, 특히 초행자들이 어떻게 길잡이를 하며 산행 하라고
이정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지 산행하는 내내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지난 주 불암산 산행을 할 때
불암 체육회에서 깔딱 고개와 정상 길이 나뉘어지기에
깔딱 고개로 산행을 하고 오늘은 반대편 정상 길로 올라가
정상에서 덕릉 고개 방향으로 가서 도솔봉에서 곰바위 길로 내려와
동막골에서 당고개역으로 가려고 했다.
덕릉 고개에서 당고개역으로 바로 내려갈까 하다가
도솔봉에서 내려 온 사람들한테 물으니 한 시간 정도 걸릴거라고 해서
내 걸음으로 가면 2시간이면 될 것 같았다.
살방살방 쉬엄쉬엄 가다보니 계산대로 2시간 정도 걸려 도솔봉에 도착을 했는데
이정표도 없고 119에서 위급시 도솔봉이라고 위치 표시해 놓은 간판만 있는게 아닌가
이런 ~ 도솔봉 주변을 둘러봐도 등산로다운 길은 보이지 않고
사람들이 다닌 흔적을 따라 능선일 것 같은 길을 가보니 길이 흐리멍텅
이 길이 아닌가? 그럼 계곡으로 내려가야 되나?
계곡 쪽으로도 사람이 다닌 흔적이 있긴하지만
뚜렷한 등산로는 아닌 것 같은데 . . .
산에서 길 찾을 때는 능선길을 찾아야 덜 위험하고
계곡 쪽으로 내려가면 위험 한 곳이 더 많다고 했는데 . . .
그래도 달리 길이 안보이니 흔적 따라 내려가고
사람들 발길이 큰 바위와 바위 틈 사이로 내려간 것 같아 조심조심 내려가면서
행여 큰 바위 따라 가다가 벼랑 앞에 도착하면 어떻하나 생각하니
뒷 골이 당기고 되돌아 올라가야 될 상황이 되면 절망스러워
이거이 119에 전화해서 길을 물어 봐야 되는 것 아녀?
위에서 이리 갔다 저리 갔다 길 찾다보니 어느새 6시 반이 넘고 있었다.
에효 ~ 내려올 때는 어찌어찌 해서 내려왔지만
되돌아 올라가기에는 큰 바위에 잡을 데가 없어서 혼자서는 엄두가 안났는데
다행히 왼쪽에 낙엽이 쌓인 곳이 있고 그 위에 철탑이 보였다.
아, 그렇지. 철탑 있는 곳으로 올라가면 길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마 곰바위에서 내려오는 능선길과 연결 되는 길이 나올 것 같다는 생각에
철탑 쪽으로 올라가는데
오잉? 사람 소리가? 그것도 가까이에서 . . .
철탑 쪽으로 올라가다가 되돌아 내려오면서 보니까 바로 밑에 두 사람이 보인다.
"아저씨, 그 쪽에 길이 있어요?"
"네, 이쪽에 내려가는 길이 있어요."
얼른 그 쪽으로 내려가니까 큰 바위 밑에 프라스틱 테이블이 놓여 있다.
아, 다행이다. 저런 물건이 있는 것 보니 제대로 된 등산로로 내려가나보다 했는데
그 양반들 내가 내려온 옆 암릉 구간에서 암벽 타기를 하는 사람들로
아래 등산로와 만나는 곳까지 길이 없었는데
암벽 타기 하는 사람들이 자주 다니다보니 길이 생긴 것이라며
등산로 만나는데까지 안내를 해주겠다고 했다.
그 사람들은 수락산 넘어 수락역으로 가는데
나 때문에 조금 내려갔다가 되돌아 올라가 수락역으로 가고
나는 그 사람들이 안내해준 동막골로 내려왔는데
내가 철탑 쪽으로 올라가려고 했던 곳이 곰바위 능선길이 맞단다.
그런데 도솔봉에서 능선 길을 찾기가 초입에 길이 제대로 안보여서
테이블 있는 곳에 있다보면 내가 내려 왔던 곳으로 사람들이 가끔 잘 내려와
길을 묻곤하는데 능선길이지만 철탑까지 길 찾아 내려오는 게 쉽지 않다고 . . .
내가 내려 온 바위가 탱크 바위라는데
아, 등산지도에서 본 탱크바위? 이름부터 무지막지하다. ㅎㅎㅎ
불암산 관리소에서 준 지도에는 엄연히 등산로가 표시되어 있는데
이정표가 제대로 없으니까 등산객들이
엉뚱한 곳으로 내려오는 사태가 벌어지는 게 아닌가
그 길을 알고 내려오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같이 엉뚱한 길로 내려오다보니 흔적이 생겨 길이 난 것 같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바람방 식구들과 수락산 갔다가 3박 4일을앓다 살아났었는데
수락산은 나에게는 힘든 산인지 두 번째 수락산 산행도 고생을 시켜서
다음에는 학림사로해서 수락산 정상을 가보려고 했더니
이정표가 제대로 없는 수락산에 다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싹 가신다.
그래도 또 가지 않을까? ㅎㅎㅎ
2013년 5월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