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복불복(福不福)

智美 아줌마 2013. 5. 3. 23:22

먹고 싶어도 절식을 해야되는 고충을 아려나?
어제는 식탐 제대로 과욕을 했다.
늘 가는 김밥 집에 가니 어떤 손님이 잔치국수를 먹네.

혼자 밥먹기도 싫고 입맛도 없어 김밥이나 한 줄 사먹고
개천 한 바퀴 돌까 하고 갔더니
손님이 먹는 뜨끈한 잔치 국수가 눈에 들어오니
방콕하고 있어서 써늘했는데 구미가 당긴다.

"언니, 김밥 줄까?"
"아니, 나도 잔치국수 줘.
먹고 개천 두 바퀴 돌지 뭐. ㅎㅎㅎ"

그런데 내가 미쳤나봐. 그렇게 잔치 국수를 먹고
마트 앞을 지나면서 아메리카노 한 잔 사서 먹어야지 하고 들어가서는
먹음직스런 빵까지 하나 사서 먹었다.

참나,  밥 먹는 입맛은 없으면서
왜 좋지 않으니 먹지마라는 것들은 당기는지
에효 ~ 사는 게 이래저래 재미가 없다.

그렇게 먹고나니 당 수치는 쑤욱 올라가고
"엄마 개천 돌고 와야겠다. 누가 나갈래?" 하니
강쥐들이 서로 데리고 가달라고 매달리고 난리들이다.

"그래, 꽃님이 어제 못나갔으니까 꽃님이가 나가자." 하고
데리고 나가니 숏다리가 신난다고 잰걸음으로 바삐 걷는데
다리가 안보인다 안보여. ㅎㅎㅎ

그런데 개천에 도착하니
어라? 빗방울?
설마 비가 오려나?
얼레? 점점 빗방울이 더 떨어진다.

꽃님아, 빨리 돌고 가야겠다.
이런 이런 ~
비는 점점 더 내리니 모자에서 빗물이 줄줄 떨어지고
옷도 젖기 시작한다.

꽃님이 젖을새라 품에 안고
간이 화장실용 비닐을 머리에 씌우고
바삐 한 바퀴 돌고오는데

문득 어떤 녀석은 화창한 날씨에 개천 산책하고
꽃님이는 비오는데 개천 도느라 비맞은 생쥐가 되니
기껏 선택 받는게 복불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운도 복불복이지 않을까?



2013년 5월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