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꿈이라도 너무 힘들어

智美 아줌마 2013. 3. 14. 23:01

콜록콜록 새벽에 기침하느라 잠이 깨니 엄니가 보고싶다.
다 크도록 감기 걸린다며 이불 당겨 덮어 주시고
감기 걸려 콜록콜록하면 기침 소리 들으시고는
수건 한 장 들고 건너오셔서 목에 감싸 덮어주시며

"목을 따뜻하게 해야 감기 빨리 낫는다" 하시며 다독여 주시던
울 엄니의 따뜻한 손길이 너무 그립다.
그렇게 잠시 엄니 생각에 뒤척이다 꿈을 꾼다.

형제들이 다 모여 분주하니 바쁜 풍경
오라버니 가족은 중국 여행 간다고 나서고
동생 가족과 언니 가족들도 어디 간다며 다들 나서서 보내고나니
우리 짱구 고등학교 입학식인데
얼레? 시간이 촉박하겠네.
짱구, 빨리 가자. 입학식 늦겠다.

버스 타고 가면 지각할지 모르니 택시 타고 가자 하고는 택시를 탔지만
기사 아저씨 "어디로 모실까요?" 하는데
짱구, 너 고등학교 어디 됐지?
한영 고등학교야?
아니, 한영 아닌 것 같은데 . . .
얼른 서류 꺼내봐, 어느 학교인가?

서류를 뒤적이더니
"엄마, 배문 고등학교인데 . . ."
"아저씨 배문 고등학교로 가주세요." 한다.
뭐냐고 우째 진학할 학교도 모르고 있냐고 . . .

그런데 한양대 부근에서 차가 꽉 막혀 꼼짝을 하지 않고
시간은 점점 흐르고 걸어 갈 상황도 아니여서
속수무책으로 차 안에 닫혀 있다.

학교에 늦는다고 연락해야지 선생님 걱정하시겠다 하고는 전화를 거는데
어찌된 일인지 번호를 정확하게 눌려도 전화가 안된다.
또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또박또박 눌러도 전화가 연결이 안되기를 수 차례 . . .
너무 황당하고 애가 타 숨이 콱콱 막힌다.

택시를 타고 얼마 움직이지도 않았는데 요금은 6만 천원이 나왔다며
기사 아저씨 3만 천원만 받으시겠다고 하셨지만
차는 빠질 생각도 않하고 전화 연결은 안되고
체념하고 지쳐 있다보니 어찌 차를 돌렸는데
오래 전 함께 하던 주희 엄마를 만난다.

어떻게 된거야? 지현이 입학식에 안갔어?
응, 여차여차해서 이렇게 되었어, 하니
내가 데려다 줄게, 하기에 택시에서 내리니 짱구 바지가 흙대배기가 되어 있다.

마침 세탁소 아저씨가 지나가기에 바로 입을 수 있게 손질 부탁을 했는데 오지를 않고
주희 엄마 세탁소에 전화를 하니 교복 바지 들어온 게 없는데 한다.
이게 뭔 일이야 또 . . .

하는 수 없이 주희 엄마 장농을 뒤져 교복 바지 될만한 바지를 찾아
우여곡절 끝에 바지를 갈아 입혀 주희 엄마 차로 학교에 가니
입학식은 벌써 끝나고 선생님들만 학교에 남아 계시고
담임 선생님을 찾아가 인사를 하고 사정을 말하였지만
결석 처리 된다고 . . .
지각으로 처리 해주면 안되냐고 사정사정을 하다 잠이 깬다.

잠이 깨서 생각해보니 요즘 내 심리 상태가 저렇게 복잡한가보다
엄니 생각하다보니 왕래 않고 있는 형제가 꿈에 보이고
짱구 갈팡질팡 넋놓고 방콕하고 있는 것 보고있자니 마음이 답답하여
전화를 걸려고 해도 걸어지지 않는 것처럼 풀리지 않는 현실.

꿈이였지만 너무 답답하고 힘들었던 시간
연관도 없는 짱구 학교
오랜만에 보는 주희 엄마,
잘 나갈 때 단짝으로 쇼핑 다녔던 인연이였는데 . . .

지금의 나 자신이 속해있는 곳에서 벗어나고픈 갈망이
꿈으로 꾸게 된 건 아닐까
정말 벗어나고 싶다
지금 내게 주어진 이 현실에서 . . .

2013년 3월1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