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탬플스테이 이야기

智美 아줌마 2013. 2. 24. 22:56

고마우신 버스 기사님 배려에 낙산사 일주문 앞에서 내리게 되었는데
워 ~ 매 길 건너 가야 되는데 우째 건널고?
내려주신 곳이 낙산사 일주문 앞이였지만
시외버스, 고속버스들이 다니는 길이라 중앙선에 난간이 높게 설치가 되어있어
무단 횡단하려면 곡예를 해야될 판이다.

그래서 두리번두리번 살피니 버스가 간 쪽에 사거리가 있는데
그 부분에 난간이 끊어져 있어 저기로 건너야 되겠다하고 보니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는게 아닌가.
설마, 무단횡단한 게 카메라에 찍혀 경찰이 쫓아오거나 과태료 내라하지 않겠지? 하고
차들이 멀리서 올 때 잽싸게 건넜다.

일단 도착했다고 전화를 하고 일월요를 찾아가는데
주차장쪽으로 오다보면 3층 건물이 있으니까 그리오세요 했지만
3층 건물은 전에 갔을 때 유스호스텔이라고 써있던 게 생각나서
앞 서 가는 사람들을 뒤따라 계단길로 갔더니 바로 홍예문이 나온다.

홍예문 매표소에 물었더니 아까 본 유스호스텔 건물이 일월요라고
다시 내려가라고 . . .
에구 ~ 그렇지 않아도 늦었는데 또 헤맸구먼.
나중에 처사님께 여쭈어보니 유스호스텔 건물을 낙산사에서 매입을 해
일월요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제 담당을 만나 취숙헌으로 이동 숙소 배정을 받고 사찰 예법을 교육 받고보니
새벽 3시에 기상 9시에 취침
워쩐데 ~ 새벽 3시나 되서 잠을 자고 9시가 넘어야 일어나는데
이건 완전 내 생활과 반대다. ㅎㅎㅎ

전통 한옥 취숙헌은 방이 여러 개 있어(몇 개인가 미확인)
한 방에 3사람씩 배정을 받고 생활을 하는데
20대, 30대 아가씨들과 함께 하게 되었고
다들 휴식형으로 왔지만 낙산사 일정에 맞춰 체험을 하기로 하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절에서 하는 것 다 해보고 가자.
그래서 새벽 3시에 기상을 하고 3시 30분에 새벽 예불 드리고
6시 30분에 아침을 먹고나서 해돋이를 보러 해수 관음상쪽이나 의상대 쪽으로 간다.

캄캄한 밤 하늘에 별이 총총
간간히 있는 가로등 불빛을 따라 걷다보면 상쾌함이 온 몸으로 느껴지고
고요한 절에서 들리는 풍경 소리와
잔잔하게 들리는 파도 소리는 청아함 그 자체이다.

처음으로 절에서 드리는 예불
어떻게 진행을 하는 것도 모르기에 큰스님께서 하시는대로 따라하기 바쁘다
첫 날 저녁 공양 후 비구니 스님이신 금선스님께서 차담 중에 말씀하시기를
부처님 앞에서 절을 하는 것이지만 곧 나 자신에게 하는 절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그리고 원하는 사람은 108배 염주 꿰기를 하는데
108개의 기도문을 하나씩 읽으면서 절을 한 번하고 염주 한 알을 꿰다보면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지만 생각보다 그리 힘들지 않았다.

108배 기도문 내용은 거창하지도 않았고
우리들의 일상 생활에서 잘못하고 사는 것
감사한 마음을 품지 못하는 것들을 조목조목 적어 놓은 것이였다.
그렇게 작은 부분들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사니 . . . 참 ~

식사는 절밥이 그렇듯이 배추김치 하루나김치, 나물들, 김치국, 전, 배추된장국 . . .
둘쨋 날에는 같은 음식을 연이어 먹으니 넘어가지 않았다.
밍밍한 반찬이다보니 얼클한 반찬이 눈에 선했고
떡과 과일은 매일 나오는데 기도 하러 오는 사람들이 올린 음식들이다.

스님과 차담 시간에는 금선스님께서 직접 차를 우려내 주시는데
차분하게 말씀 하시는 것이 참 단아해 보이셨다.
스님께서 질문하시기를 살아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셨는데
나는 출산 때가 가장 잊혀지지 않는 일이라고 말씀 드리고
다른 사람들도 답변을 한 사람 못한 사람들이 있었지만
스님께서 말씀 하시기를 고통 뒤에 얻는 기쁨은 더 크게 느껴지고 오래 기억이 된다고 하셨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생각해보시라.
여러분에게는 살아오면서 어떤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인지 . . .
아, 그런데 2박3일 생활하면서 툇마루에 무릎을 쪄서 멍이들고
차실을 청소하다 장지 손가락을 베여서 피가 나고
탬플스테이 신청하면서부터 힘들게 오더니 생활하면서도 여기저기 상처다.

도대체 난 왜 이러는거야.
낙산사와 연을 맺는 것이 이렇게 힘이 드는걸까? 했는데
스님 말씀을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오래 기억되기 위해 낙산사와의 연을 맺는게 쉽지 않은 거라고 . . .

2박3일 취숙헌에서 생활하다 단체 학생들 입소 때문에 퇴소를 하야했는데
일월요(전 유스호스텔 건물)에서도 괜찮다면 하루 더 묵어가라고 하셔서
일월요로 옮겨 하루 더 묵게 되었지만
한옥이 아니고 콘도같은 느낌이였지만 그 외에는 다 누릴 수 있어 그 또한 괜찮았다.

나는 기독교 집안에서 미션 스쿨을 다녀 기독교 환경에서 성장을 하여
기독교적인 감성이 강하지만
종교를 떠나 우리 고유 뮨화라는 생각으로 탬플스테이를 임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불교신자들이 아니였지만 다들 만족스럽게 생활하다 돌아갔다.

여러분도 사찰 체험을 함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은데
휴식형 탬플스테이는 그곳의 일정에 따르지 않고
공양 시간에 맞춰 식사만 하여도 상관이 없다.
아, 취침 시간은 지켜야 된다.

그곳에 온 사람들 대부분이 1박2일을 신청하여 왔고
2사람은 2박3일, 나만 3박4일을 신청하고 갔는데
낙산사 같은 경우 방사가 비었을 때는 여러 날 신청할 수 있다.

화, 수,목, 금요일에 휴식형 탬플스테이를 신청할 수 있으며
월요일에 휴무, 주말에는 사찰 체험형 탬플스테이를 실시한다.
사찰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알아본 바로는 비슷하였다.

자 ~ 이제 여러분도 떠나 보시라.
2시반에 입소하여 다음 날 점심 공양 후 자유롭게 퇴실하여
사찰 한바퀴 돌다 집에 오면 되는데 1박2일은 조금 아쉽지만
망설이면 1년 후에도 10년 후에도 못떠난다는 것 . . .

2013년 2월24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