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길에서 길을 헤매다

智美 아줌마 2013. 2. 17. 22:55

무기력증
사람에게 나타나는 무기력감, 회의감, 피로감, 의욕 저하 등의 일련의 증세를 말한다.
우울증의 초기 증상 또는 동반 증상으로 나타날 수도 있는데
일본에서는 특히 5월에 무기력증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여 오월병이라고 하기도 한다.

내가 작년부터 자주 무기력증에 빠져 만사가 귀찮고
아무 것도 하기 싫어져 훌쩍 여행이라도 떠나고 싶었지만
그동안 연이어 병원 드나들다보니 그럴 수도 없어 마음만 답답하였다.

2월 1일 마지막 진료를 받고나니 3월에 다시 진료 일정들이 잡혀있지만
2월 한 달은 시간적 여유가 있을 것 같아
떠나자. 어디론가 . . .
그래서 선택한 낙산사 템플스테이였다.

아, 그런데 싶지 않은 낙산사 템플스테이
남들은 한 번에 신청하고 바로 왔다던데
난 왜 그렇게 우여곡절이 많았던지 . . .

퇴원 후, 1월 말에 설날 전 주에 낙산사 템플스테이를 신청했다.
별 생각없이 일단 신청을 해놓았으니 나중에 입금해도 되겠지 하고는
다 다음 날 싸가지한테 인터넷 뱅킹으로 입금 해달라고 하는 중에
낙산사 템플스테이 담당자한테 전화가 왔다.

방사가 꽉차서 신청을 했지만 입소가 안되겠다고 . . .
이 무슨 급 실망스런 일인가
에효 ~
마음 설레던 일이 무너져 버리니 더 의욕 상실이 되어
온통 머릿 속에는 탬플스테이 생각뿐이다.

그래서 다시 설날 다음 주로 재신청을 하고 이번엔 바로 입금을 했는데
또 탬플스테이 담당자가 3박4일을 신청했지만
금요일에 단체 학생들이 예약되어있어 2박3일밖에 안되겠단다.

정 원하면 그 다음 주에는 원하는 대로 해드릴 수 있다고해서
그 다음 주로 한 주 더 미루고나니 여간 마음이 찜찜한게 아니여서
마음 먹었을 때 얼른 다녀와야하는데 자꾸 미뤄지니 마음이 산란해
다시 전화를 해서 예정대로 신청한 주로 2박3일로 하겠다고 했다.

그래, 2박3일로 하고 다른 여행지 돌다오지 뭐.
그래서 낙산사 가는 10시 버스표를 예매하고 출발일만 기다리다가
드디어 출발 당일 아침!!

꿈을 꾸다가 꿈결에 아직 TV가 안켜졌네. 7시가 안되었나? 하고는 핸폰 시계를 보니
오 마이 갓 ~
시간은 8시 36분이 되어 있었다.
뭐야뭐야, 정신을 가다듬고 싸가지를 찾으니 언제 출근을 했는지 나가고 없었다.
엄마 잘 자라고 TV까지 끄고 불도 다 끄고 . . .

9시 전에는 나가야 되는데 이를 어쩌나
허둥대고 가는 것보다 버스 시간을 뒤로 미뤄야겠다 하고 11시 30분으로
시간 변경을 하고 여유있게 짱구랑 아침까지 챙겨 먹고 동서울 터미널로 갔다.

도착하니 11시 17분!!
편의점 들려 엄니, 아베 드릴 바나나 우유와 보리 음료 하나 사고 티켓을 찾아 승차장으로 가니
11시 27분 차가 손님을 태우고 있고
11시 30분 차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기에 화장실을 다녀오려고 갔다.

몇 사람 줄을 서있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급하시다며 먼저 보시겠다는걸
차시간이 빡빡해 죄송하다고 하고 일보고 나가니까
워매 ~ 벌써 시간은 11시 30분이다.

바로 앞이 승차장이라 나가보니 얼레? 버스가 아직 안온겨?
"아저씨, 11시 30분 차 안들어왔어요?" 하니
"11시 30분 버스 벌써 갔어요. 저기 나가서 돌고 있네요."

벌써 가다니, 지금 시각이 11시 30분인데 벌써 가다니 . . .
앞쪽으로 막 뛰어갔다. 찻길에서라도 막아 세워 타려했는데
다른 차들이 막혀있어 차를 세우지 못하고 눈 앞에서 차는 떠나고 말았다.

뭐냐고, 아침부터 늦잠 자 시간 변경하더니
이젠 시간 전에 와놓고도 버스를 놓치고 이 무슨 황당한 일인고 . . .
어쩔 수 없이 매표 창구에 가서 다음 차를 물으니
매진되어 1시 5분 차란다.

2시 30분 입소인데 1시 5분 차면 언제 가라고 . . .
얼른 2층 고속버스 매표소로 뛰어올라가
"낙산 가는 차 있어요?" 하니 낙산은 정차 안하고 양양 속초를 가는 차밖에 없단다.

그럼 바로 양양 가는 차는 몇 시에 있어요? 하니
11시 50분에 있다고 하기에 그나마 다행이여서
양양까지 표를 끊고 고속버스 승차장으로 갔다.

버스를 타고  출발하면서 탬플스테이 담당자한테 전화를 해서
시간 전 도착을 못하겠다고 낙산 서는 버스가 바로 없어 양양에서 들어가야된다고 하니
양양까지 가지말고 속초에서 오는게 더 가깝다고 한다.

얼른 싸가지한테 전화를 해서 속초 고속버스 터미널,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낙산가는 버스 시간 좀 찾아서 예매하라고 했더니
속초에서 낙산사가는 버스는 시내버스밖에 없다고 한다.

어이구야 ~
시내버스를 타고 가면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고 배차 간격이 몇 십분은 될텐데
안되면 속초에서 택시라도 타고 들어가야지 하고 가다가
문득 이 버스가 낙산사 앞을 지나갈텐데 라는 생각이 퍼득 들었다.

속초에서 양양을 가려면 낙산사를 거쳐가기에
휴게소에 정차하자마자 기사 아저씨를 따라다니며 부탁을 하다
남자 화장실까지 따라가고 나오길 기다렸다가
다시 식사하는데까지 따라다니며 졸랐다.

조른다고 되는게 아니라고 하시며 상황봐서 하자고 하시기에
얼른 비 ~ 싼 켄커피 하나 사다 거절하는 것을 손에 쥐어 드리고 버스를 탔다.
속초에서 15분 정도 걸린다고 하니 가면서 기사 아저씨 눈치만 보며 가는데
낙산사 일주문이 보이더니 차를 탁 세우시고 아무 말씀도 안하고 문을 열어 주신다.

"고맙습니다" 작은 소리로 인사하고 내리니
처음 예약부터 마음 상했던 모든 것에 대한 보상 받은 기분이랄까
그렇게 2시40분에 도착해 10분 지각을 하였지만
무사히 낙산사 탬플스테이 입소하게 되었다
정말 낙산사 가는 길에서 길을 헤맨 꼴이였다.

2013년 2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