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야기

세상이 변했나? 우리들이 변했나?

智美 아줌마 2013. 2. 6. 22:53

펄펄 눈이 옵니다.
하늘에서 눈이 옵니다.

며칠 전 한동안 잠잠하던 눈이 한꺼번에 눈폭탄을 날렸다.
전날 밤 두 차례나 쓸고 잤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워 ~ 메 ~
뭔 눈이 이렇게 많이 온겨? 완전 눈폭탄을 맞았구먼.
주섬주섬 챙겨 나가 눈을 쓸기 시작하였다.

앞 집 할머니께서도 집 안의 눈을 쓸고 계시는지 삽질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대문 밖으로 나오셔서
"눈도 눈도 어떻게 이렇게 많이 온거여." 하신다.

우리 집 건물과 앞 집 할머니 집은 안쪽으로 들어와 있어
길까지 쓸어나가려면 족히 15m 넘짓 쓸어야 되고
마을버스 정류장이나 마트를 가는 샛길까지 쓸다보면
허리 빠지고 등에서 이마에서 땀이 줄줄 흐른다.

자기 집 건물 주변을 사는 사람들이 나와 같이 쓸어주면 좋겠지만
다른 집들도 보면 늘 쓰는 사람이 나와 쓸고 있다.
우리 집 주변 집들은 대부분 다세대나 빌라들이라
한 건물에 여러 세대가 살고 있지만
다들 남의 일이양 내다보지도 않는다.

뭐, 직장 다녀 집에 사람이 없는 집들도 있지만
저녁에 눈이 와도 휴일에 눈이 와도 나와 쓰는 사람이 없으니 하는 말이다.

앞에 빌라에서 나와 눈을 쓸고 있는 아짐마와 앞집 할머니
그리고 나 셋이서 눈을 쓸고 퍼내고 하면서
내가 한소리를 했다.

"사람들이 어떻게 그래? 밖에서 눈 치우는 소리가 나면
나와서 같이 치우는 척이라도 해야 되는 것 아녀요?
번번히 늘 치우는 사람들만 나와 눈을 치우니 . . ." 하니

앞집 할머니께서
"그러게, 이 집 터들이 그런가봐. 사람들이 바껴도 똑같네." 하신다.
그런데 우리 동네만 그런게 아니라는 것 . . .

내 집앞 내 점포 앞에 눈 치우기를 의무화 하였지만
잘 이행 되지 않고 있고 심지어 구청 직원들이 동원이 되어
주택가 눈을 치우고 있는 뉴스를 보니
어떻게 구청 직원들이 동원이 되어 자기 집 앞 눈을 치우게 하는가?

하물며 어떤 젊은 여자는
"우리는 월세를 살고 있기 때문에 집주인이 눈을 쓸어요." 한다.

어쿠야 ~ 세상이 우째 이렇게 변했냐?
그나마 나와서 눈 치우는 사람들 대부분 중년이상 노인들이니
그러고보면 우리들이 자식들을 잘못 키운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우리들이 자랄 때는 눈이 오면 다들 빗자루, 삽들고 나가 같이 치웠는데
요즘 우리들은 아이들에게 눈 치우는 일을 시키지 않았으니
우리는 세입자라서 집주인이 눈을 치운다고 말하지 않겠는가
점점 인정이 메말라가고 개인주의가 되어간다는 생각이 드니 씁쓸하다

2013년 2월6일